'검은 손'에 흔들린 수능 공정성..'사설 모의고사 지문'도 검증

정현수 기자 2024. 1. 1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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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오석환 교육부 차관이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범정부 대응 관련 긴급 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2024.1.9/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에 '검은 손'이 뻗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수능의 공정성이 근본적으로 의심 받는 상황이다. 교육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사교육업체의 모의고사를 집중적으로 점검해 유착을 차단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수능과 연계된 EBS 교재 관리도 강화한다.

교육부는 10일 이같은 내용의 '사교육 카르텔 보완대책' 논의 내용을 공개했다. 구체적으로는 △사교육 강사와 현직 교사 간 문제거래 원천 차단 △EBS 교재 집필·감수진의 사교육 유착 방지 △수능 출제 및 이의신청 처리방식 개선 등이 담겼다. 교육부는 전날 오석환 차관 주재로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관련 내용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수능 영어 23번 '복붙' 논란 확산
교육부가 긴급 점검회의를 개최한 건 사교육 카르텔 의혹이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교육업체 A강사의 사설 모의고사에 등장한 영어 지문이 2023학년도 영어 23번 지문에 그대로 나온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의혹은 더 커졌다. 교육부는 A강사를 포함해 연루된 현직 교사 4명을 지난해 7월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은 교육부를 감사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 지문은 EBS 교재 감수본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글이 사설 모의고사에 이어 수능과 EBS 교재 감수본에 나온 건 이례적이다. 오 차관은 전날 "다른 어떤 시험보다 공정해야 할 수능에서 이런 의혹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 23번 문항 /사진제공=한국교육과정평가원


교육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선 함구했다. A강사와 연루된 현직 교사 4명이 2023학년도 수능 출제위원이 아니었다는 점은 밝혀졌지만, 이들이 EBS 교재 집필진이었는지,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지 등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수능에 사교육업체의 '검은 손'이 뻗치는 것에 대해선 제도적으로 막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사교육업체의 모의고사를 시기와 상관 없이 입수해 수능 문항과의 유사성을 검토한다. 지금까지 수능 출제위원들의 합숙이 진행된 이후에는 사설 모의고사의 문항을 입수하지 않았지만, 앞으론 합숙 이후에도 비교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사설 모의고사 지문의 수능 유사성 막겠다"
사설 모의고사와 '판박이 문항'에 대해선 사후 절차를 강화한다. 2023학년도 영어 23번의 경우에도 판박이 논란으로 숱한 이의신청이 이뤄졌지만,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심사대상에 올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이의신청이 출제오류 등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지문 유사성이 있으면 심사대상에 올린다는 게 교육부의 정책방향이다.

EBS 교재 관리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 EBS 교재는 수능 연계율이 50% 수준이다. 교육부는 "EBS 교재 집필에 참여한 교원은 사교육업체와의 유착 유혹이 더욱 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EBS 집필자 구성과 운영 원칙을 강화하고, 개발 중이거나 개발 완료된 문항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안체제를 재정비한다.

일각에서는 사교육 카르텔이 이미 만연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는 이날 공개한 자료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교육 카르텔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전현진 관료들이 사교육업체의 주식을 보유하고, 취업까지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다양한 사교육 카르텔이 존재한다는 게 양 교수의 주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향후 재발을 방지하고 수능 출제 등의 공정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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