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살리기, 실수요자에게 도움될까···거주여건 나빠질 수도[1·10 주택대책]

윤지원·김경민 기자 2024. 1. 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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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분화 적체 상황에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 늘리기
정부 “주거사다리” vs 전문가들 “전세사기 해결도 않고”

정부가 10일 비아파트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풀면서 내놓은 명분은 1~2인 가구를 위한 다양한 유형의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서민들의 주거 시설인 빌라, 연립주택 등 비아파트 공급을 계속 늘리는 동시에 수요를 되살려 침체된 비아파트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최소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규제를 모두 푼 정책 방향은 거주민들의 주거 환경을 열악하게 만들고, 업자만 배불린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이날 도시형생활주택의 세대수 규제(현재 300세대 미만)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사실상 건물 쪼개기가 무한정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 소장은 “업자들 입장에선 같은 면적의 땅이라도 기존에는 10세대 지을 수 있던 게 13세대까지 뽑아낼 수 있으니 물 만난 고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주거 환경은 열악해진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도시형생활주택은 ‘공인된 고시원’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거주 여건이 열악한데, 세대수 기준을 없애면 청년들이 거주하는 주거 면적 단위가 지금보다 더 줄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유차량 1대 주차 공간을 마련하면 일반차량 3.5대가 들어갈 주차 공간을 빼주는 식의 주차장 규제도 풀었다. 도입 초기 도시형생활주택 주변의 주차장 갈등이 커지자 2013년 규제를 높였는데, 이를 다시 완화하는 방향으로 돌린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는 중심상업지역에 도시형생활주택을 짓는 경우엔 주상복합이 아닌 100% 주택으로 건축을 허용하기로 했다. 공간 구성을 제약했던 방 설치 제한도 없애 사실상 아파트로 기능하게 만든 것이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는 크게 환영했다. 양 협회는 이날 공동입장문을 내고 “국민이 필요로 하고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담은 대책”이라며 “속도감 있는 주택공급을 위해 역량을 최대한 모으겠다“고 밝혔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도시형생활주택은 이미 강남 등에선 ‘틈새시장’으로 각광받은 적이 있다. 2020년 부동산 활황기 서초구의 더샵 반포 리버파크 도시형생활주택의 평당 분양가는 7990만원으로 반포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높았다.

현재 인구 및 가구 구조를 고려해 볼 때 도시형생활주택을 무한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도 있다. 2009년 도시형생활주택 도입 당시만 해도 가구 분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지만 최근에는 이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도시형생활주택 초기 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고시원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의 도시형생활주택을 추가보급하는 것은 가구수나 인구수 증가세가 크지 않은 현 시점에서는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에 더해 소형 비아파트 수요를 늘리기 위한 세제 혜택도 동원했다. 향후 2년간 준공되는 아파트를 제외한 신축 소형 주택(60㎡ 이하, 수도권 6억·지방 3억 이하)을 최초 구입할 때 보유세 산정 과정에서 제외해주고 2020년 폐지한 단기임대를 다시 부활시켜 다주택자들의 소형 주택 구입을 늘리도록 유도했다.

최 소장은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에서 전세사기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는데, 임차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방안 없이 무조건 공급과 수요를 늘리겠다는 발상은 대단히 잘못된 방향”이라고 말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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