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산유국의 꿈' 7광구 … 탐사 마지노선 1년6개월 남았다

2024. 1. 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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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ig Picture ◆

일본·중국의 중간선 인근에 있는 중국의 해양 생산 플랫폼.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 종료 통보 가능 시점인 2025년 6월이 다가오고 있다. 석유가스 개발의 권리를 공유했던 공동개발구역(Joint Development Zone·JDZ) 대부분의 상실이 가져올 충격파는 작지 않을 것이다.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은 1969년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UN ESCAP)의 에머리 리포트에서 "대만과 일본 사이의 대륙붕이 세계에서 석유가 가장 많이 매장된 곳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 것에 기원한다. 1967년의 제3차 중동전쟁 이후 중동의 불안정성이 대두되고 있던 시기에,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한국, 대만, 일본에 역내 해저 자원의 대규모 매장 가능성은 에너지 안보상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50년 전 한일 공동 개발 합의

경쟁적으로 대륙붕 경계를 선언했던 한국, 일본, 대만은 공동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1970년 협상을 진행했으나 중화인민공화국의 강력한 항의로 좌절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양국의 공동 개발로 전환해 새로운 협상이 진행된다. 여기에 1973년 10월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에 기인한 제1차 오일쇼크라는 전 세계적 충격파 속에 1974년 1월 30일에 협정이 신속하게 서명되었다.

하지만 국회 비준 과정에서 애로를 겪는다. 한국 국회는 1974년 12월에 비준한 반면 일본 국회는 1977년 6월에야 협정을 비준했고, 일본이 협정 이행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만든 후 1978년 6월에 비준서를 교환하고 협정이 발효되었다. 컨센서스의 일본 국회 의사결정 구조, 1972년에 일본이 수교한 중화인민공화국의 입장 고려 등으로 지체되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1976년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 시 포항 석유 발견을 언급한 것도, 한국 국회에서 단독 개발을 불사하자는 논의를 진행한 것도 일본의 비준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단독 개발의 시한으로 제시한 1977년 5월 일본 정기국회에서 비준이 가까스로 이루어졌다. 지루한 외교전에서 성과를 이뤄낸 '중꺾마'의 정신은 1970년대에도 있었던 것이다. JDZ는 남한 면적의 82%인 8만2000㎢의 해양으로 중간선 원칙을 기반으로 한 일본의 주장과 육지 영토의 자연 연장 원칙에 기반한 한국의 주장이 중첩하는 지역이다.

한국 정부가 1970년에 한반도 주변에 설정한 7개 해상 광구 중 제5광구의 일부와 제7광구를 포함해 그어졌는데, JDZ 대부분이 한일 간 등거리선으로부터 일본 측 수역(규슈섬 서쪽)에 위치한다. 협정에 따라 당사국은 JDZ 내의 석유, 천연가스 및 기타 관련 광물을 '공동으로' 탐사하고 이용할 의무가 있는데, 양국합의 없이는 탐사 개발이 불가능 한 구조로서 한일 관계의 영향을 받게 된다. 즉, 공동 개발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은 한일 관계 개선 노력을 수반해야 하는 것이다. 협정은 발효일인 1978년 6월 22일부터 50년간 유지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자원 매장량 얼마나 되나

2005년 셀리그 해리슨의 우드로윌슨센터 보고서는 석유 1000억배럴과 천연가스 200Tcf를 추정치로 인용했다. 이는 2020년 기준 중국 전체 석유 매장량의 4배, 가스 매장량의 3분의 2에 해당한다. 하지만 실제 탐사에서 1980년대 두 개의 미미한 가스 징후가 있었던 것 외에는 JDZ 내에서 개발 성과는 없다. 2000년대 초 공동 연구에서 한국 정부는 5개 유망 구조, 13개 잠재 구조를 도출하면서 매장량 약 3600만t(우리나라 1년 석유 소비량의 30%에 해당)을 추정한 바 있지만, 일본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공동 연구 철회를 선언했다(일본 경제성 판단은 JDZ에서 개발한 가스를 폭 100㎞, 최대 수심 2200m의 오키나와 해구를 지나는 해저 매립식 파이프라인을 통해 일본으로 수송할 경우의 비용을 포함해 계산했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 측과 다르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의 반전은 중국이 JDZ 인근 핑후 등 해상 유전에서 석유가스 개발에 성공하면서 발생했다. 이 분야에 정통한 전문가 말에 따르면 중국이 1998년부터 운영한 핑후 유전에서 하루 1200배럴의 석유가 지금도 생산되고 있다. 이에 놀란 일본 정부는 중국이 개발한 석유가스가 일본 측 대륙붕 해저 지하의 매장부와 연결되었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2008년에 일·중 간 공동개발협정까지 체결한다. 게다가 중국은 일·중 중간선에 가장 인접한 춘샤오 유전의 생산량을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지 않는 반면, 중간선 인접 서측에 시추생산 플랫폼 설치를 증가시켜왔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와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2013~2015년 사이에 12기가 집중적으로 설치되었고, 2023년 6월 현재 총 18기의 중국 측 해양구조물이 설치돼 있다. JDZ 내 에너지 광물자원 매장 가능성은 결코 작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일본은 왜 침묵하나

2010년 이후 일본 정부는 JDZ 사안에 대해 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협정 연장에 대한 일본의 부정적인 태도는 가네하라 아쓰코 교수 등 일본 유력 학자들의 의견을 통해 감지할 수 있다. 이는 국제해양법 동향이 협정 체결 당시에는 대륙붕 경계를 획정함에 있어서 육지 영토의 자연 연장 원칙이 지배적이었지만 1994년 발효된 새로운 유엔 해양법에서는 일본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중간선 원칙이 주요 원칙으로 자리 잡은 것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협정 종료는 한일이 지역 내 자주개발 석유가스를 보유함으로써 에너지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가격 협상력을 가질 기회를 잃는 것이다.

또한 한국 내 반일정서를 조장하고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입지를 강화시키게 될 것이고,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석유 생산시설에 대한 해군 호위 가능성과 결합할 경우 일본의 국가안보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센카쿠열도 이슈가 대만 내에서 친중정서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처럼, 협정 종료 후의 동중국해 한·중·일 간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 획정은 EEZ 기점이 될 수 있는 모든 섬의 영유권과 지위 확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될 것이다.

외교적 긴장으로 심각한 논의 자체가 막혔던 지난 정부와 달리 개선된 현 정부의 한일 관계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의할 점은 과거 한일어업협정이 파기된 시점은 일본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던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시기인 1998년 1월 23일이라는 점이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산업부 입장은 "양국 간 공동 탐사에 대해 합의된 바 없다"는 팩트와 "2028년 6월 이후에도 협정의 일방 당사국이 협정 종료를 희망하는 시점 3년 전까지 타방 당사국에 종료 의사를 통보하지 않으면 효력이 지속된다"는 협정 규정의 해석이다. 협정 종료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일본의 무대응 조치에 대한 한국의 가능한 법적 대응 조치로 단독 개발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연구 차원에서 최근 제기되었다. 협정 종료 통보 시한이 1년 반 남은 상황에서는 실제 탐사 개발 행위를 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아 실효성이 없고, 오히려 일본 측이 협정 위반 행위로 보고 협상의 즉각 종료는 아니더라도 절대로 연장하지 않을 좋은 명분을 줄 뿐이다. 경제성이 없는 것도 협정의 즉각 종료 사유(협정 31조4항)이나, 이를 주장하는 일본 측에서 '경제성 없음'을 설명해야 하는 부담, 정보 유출을 우려해 이를 활용하지 않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美 방관 땐 中 개입 가능성

중국은 동중국해 현상 변화의 모멘텀으로 한일대륙붕공동개발협정의 종료를 기다려왔다. 중국은 주요 시점마다 협정에 항의했고 1998년 이후 중국은 핑후, 춘샤오 등 JDZ와 멀지 않은 일·중 중간선 서쪽의 해상 유전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해왔다. 2006년 3월 일·중 간 논의 과정에서 중국이 JDZ를 포함한 일·중 간 공동 개발을 의제로 제안하기도 하였고, 2008년 중국과 일본이 합의한 공동개발수역은 JDZ에서 서쪽으로 860m 떨어진 곳이다.

미국이 협정의 상황을 방관하여 종료된다면, 동중국해에서 중국 해군은 보다 정당성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한국, 일본 3국 협력이 탄탄해지기 위해서는 JDZ 공동 개발에 있어 미국이 보다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 한 가지 선례로 1965년 영국·노르웨이 대륙붕 경계 협상에서 영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서 안보상의 이유로 노르웨이의 지형적 특성(노르웨이 해안 가까이에 수심 깊은 해구가 있다는 점)을 대륙붕 경계 획정 시 무시하고 중간선 원칙으로 획정하였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정부 본격적인 대응책 준비할 때

50년 전 한국과 일본이 서명한 대륙붕공동개발협정은 굴곡 많은 한일 관계사에서 보기 드문 협력 사례다. 자원이 부족한 동아시아 산업국가인 두 나라가 갈등을 넘어 어떻게 이룬 협정인데, 이렇게 종료한다는 말인가. 일본 의사결정 구조의 복잡성을 감안하면 협정 종료를 통보할 수 있는 시한까지의 1년 반은 길지 않다. 필자는 미국 외교전문지 National Interest지 기고 'A Ticking Time Bomb in the East China Sea'를 통해 일본을 직접 자극하지 않으면서 국제사회를 환기시킨 바 있다. 이제 정부가 본격적인 대응책을 정립하고, 주도적 문제 해결의 자구책을 제시해야 할 때이다. 이와 함께 비밀주의라는 불통의 대응보다는 국민과의 적절한 소통 방식을 정하고 국민의 지성과 지혜를 담고자 하는 노력도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오성익 OECD지역개발정책위 분과 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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