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에도···비공개 정보로 수백억 챙긴 증권사 임원들

송이라 기자 2024. 1. 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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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 5개사 기획검사 결과
법인 만들어 CB로 500억 부당이득
시행사에 사채 빌려줘 이자 폭리도
수년간 비리에도 내부통제 '구멍'
PF대출 연체율은 14%로 치솟아
금감원 "이사회에 직접 개선 요구"
[서울경제]

증권사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며 대출 주선이나 PF 자문 등을 했던 고위 임원들이 온갖 불법 행위를 일삼으며 수백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무상 얻은 비공개 부동산 개발 정보를 이용해 별도 법인을 만들어 개인 호주머니를 채웠고, 시행사를 대상으로 사적 대출에 나서며 폭리를 취한 사례도 적발됐다. 금융당국은 검사 결과 확인된 위규 사항을 수사기관에 통보하고 증권사와 직접 소통해 내부통제 개선을 요구하는 한편 성과급 체계 개선안도 내놓을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10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5개 증권사 부동산 PF 기획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 대상은 메리츠·하이·다올·이베스트·현대차증권으로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조사가 이뤄졌다.

부동산 PF 구조. 자료 제공=금융감독원

부동산 PF는 토지 매입부터 인허가까지는 초기 브릿지론, 착공에서 준공까지 해당하는 본PF로 구성된다. 브릿지론은 개발 사업 초기 토지 매입 잔금 등을 위해 받는 대출이며 본PF는 인허가 등이 이뤄진 후 착공 시점에 받는 대출을 뜻한다. 사업 주체인 시행사는 본PF로 초기 브릿지론을 상환하고 착공 이후에는 분양 수입금이나 아파트나 건물 매각 대금으로 본PF를 상환하는 구조로 사업을 진행한다.

증권사는 이 과정에서 부동산 시행사에 대출 기관을 주선해주거나 PF구조를 자문하는데 대형 증권사는 직접 대출을 하거나 채무 보증을 서기도 한다. 증권사들은 저금리 국면에서 부동산 PF 대출 및 채무보증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를 큰 폭으로 확대하며 고수익을 추구해왔다.

실제 증권사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2020년 말 5조 2000억 원에서 지난해 9월 6조 3000억 원으로 21.2%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에 부실 사업장들이 줄줄이 등장하며 증권사 PF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3.37%에서 13.85%로 급등했다.

A 증권사 임원의 부당이득 취득 사례. 자료 제공=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대다수 증권사들은 고유 업무보다 업무상 얻은 정보를 이용해 임직원들이 사익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A증권사의 한 임원은 토지 계약금 대출 취급과 브릿지론, 본PF 주선 등을 수행하며 얻은 정보로 500억 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 자신이 소유한 법인을 통해 시행사 최대주주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수천만 원에 취득한 후 500억 원 상당 가액에 매각하며 수백배의 수익을 챙겼다.

해당 임원은 또 토지계약금과 브릿지론을 취급하고 여타 금융기관의 대출을 주선한 4개의 PF사업장이 본PF로 진행된다는 직무상 정보를 취득하고 본인 관련 법인을 통해 시행사들에게 700억 원 상당액을 사적으로 빌려주고 수수료와 이자 명목으로 40억 원 가량을 챙겼다. 이 중 600억 원 상당에 대해서는 이자제한법상 최고 금리인 20%를 넘어서는 폭리를 취하기도 했다.

B 증권사 임직원 사익추구 유형. 자료 제공=금융감독원

B증권사의 한 직원 역시 기존 PF 주선 과정에서 시행사가 또다른 부동산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는 비공개 정보를 알고 본인과 동료, 지인과 함께 투자조합을 결성해 해당 사업에 지분투자한 후 2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수취했다. C증권사 임원 역시 가족법인을 통해 900억 원 상당의 부동산 11건을 취득·임대하고 3건을 처분해 100억 원 상당의 매매 차익을 얻었다. 처분된 부동산 중 1건은 매수인이 CB발행을 통해 자금조달을 할 때 부하직원들에게 해당 CB의 인수·주선업무를 지시하는 등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였다.

문제는 이같은 행태가 수년간 지속됐는데도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B증권사 영업부는 PF대출을 취급할 때 다른 차주와 대출약정을 체결했는데도 심사부는 이에 대한 아무런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부동산 개발 시행사가 최초 승인받은 자금 용도 외에 다른 용역비를 과도하게 지출했는데도 증권사는 이를 통제하지도 않았다. 구멍난 내부통제 시스템 속에서 임원들 개인 배만 불린 셈이다.

금감원은 확인된 위규 사항에 대해 엄정 제재를 추진하고 수사기관에 통보할 계획이다. 아울러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체계 구축을 위해 증권사 이사회와 감사위원회 등과 협의해 개선을 요구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 PF 관련 수익 증가로 일부 증권사 임직원들이 거액의 성과급을 챙겼는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위법 부당한 행위까지 저질렀다” 며 “유사한 위규 행위 개연성이 존재하는 만큼 다른 증권사의 사적 이익 추구 행위 개연성을 집중 검사하겠다"고 말했다.

송이라 기자 elalal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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