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서 41억 로비... 김태오 무죄

재판부, "뇌물 맞으나 국제뇌물죄 적용 안 돼"
"현지 설립 법인이라 '국제' 관계 아니다" 판단

DGB대구은행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캄보디아에서 여신업무만 가능한 대구은행 현지법인을 종합금융업무가 가능한 상업은행으로 승격시키기 위해 현지 공무원에게 거액의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오 DGB 금융지주 회장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 이종길)는 지난 2020년 4~10월 캄보디아 중앙은행 및 총리실 관계자 등에게 뇌물을 주기 위해 350만 달러(한화 41억원 상당)를 브로커 A씨에게 전달해 국제뇌물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태오 회장 등 4명에게 10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대구은행 법인이 현지에 설립돼 캄보디아 정부 기관과 서로 국제 관계가 아닌데다 브로커에게 건넨 돈도 무역이나 투자와 같은 국제 상거래가 아닌 사업 인·허가에 필요한 비용이라, 국제뇌물방지법 위반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또 대구은행 현지법인이 내국법인인 만큼, 캄보디아 중앙은행 등 정부기관과 국제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도 무죄 근거로 들었다. 이 밖에 김태오 회장 등이 브로커에게 돈을 건네는 과정에서 착복한 금액이 없다는 점을 미뤄 횡령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당초 한국의 은행이 캄보디아 정부를 상대로 한 국제 상거래에서 뇌물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김 회장 등을 기소했다. 지난달 13일 검찰은 김씨 등 4명에게 징역형과 함께 각각 벌금 82억 원씩 구형했다.

김태오 회장과 변호인은 이날 법원 판결 후 입장문을 내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내부통제 관리에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살펴볼 것"이라며 "함께 고통을 나눈 임직원들에게 감사하며, 개인의 명예회복과 조직의 평판을 되살리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