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중 가짜뉴스에 유권자 혼란···中 "기업인, 대만 돌아가 투표하라"
라이칭더 "평화는 실력에 의해 실현"
與 지지자 "대만의 힘 보여줘야"
허우유이, 연일 민중당에 연합 촉구
野 지지자 "생계비 등 이대론 안돼"
무당파·젊은층 표심이 막판 변수
10일 대만 총통 선거를 사흘 앞둔 타이베이 날씨는 우중충했다. 하지만 길거리를 오가는 행인들은 “어느 당을 찍을 꺼야?” 서로의 생각을 물어보며 각 당의 정책을 일일이 비교하는 등 선거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쇼핑몰에서 만난 40대 주부는 “샤오메이친 민진당 부총통 후보가 미국 시민권자(외국인)이기 때문에 출마 자격이 없다는 허위 정보가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어 어리둥절하다”며 “과거 어느 선거보다 친중 가짜뉴스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전했다. 실제 AFP통신은 이날 “대만 선거를 앞두고 딥페이크부터 틱톡 영상까지 허위 정보 물결이 대만 유권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만 국민들은 13일 향후 4년간 국가를 이끌 차기 지도자를 뽑는다.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가 당선될 경우 대만은 직선제 실시 이래 처음으로 같은 정권에 3기(12년) 연속 집권을 허락하게 된다. 제1야당인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당선되면 대만 정권 교체는 물론 대만 해협을 둘러싼 양안(중국과 대만)과 한국 등을 포함하는 동북아시아 정세가 격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발표된 마지막 각종 여론조사에서 라이 후보가 허우 후보를 오차범위(±3%포인트 내외) 내에서 앞서는 초접전 구도가 형성돼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날 전국 유세에 나선 라이 후보는 “민주주의 진영에 함께 서서 (중국에 대한) 억제력을 보여줘야 한다”며 반중 표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대만 중부 장화시 시내에서 유세를 시작한 라이 후보가 “대만의 민주주의를 지키자”고 소리치자 지지자들은 ‘당선(當選)’의 대만 고유 방언과 발음이 같은 ‘둥쏸’을 외치며 화답했다. 지지자들은 “대만의 민주주의와 자유를 수호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자”라며 목청을 높였다. 라이 후보는 외신 기자회견에서도 “중국과 교류와 협력의 문이 열려 있다”면서도 “진정한 평화는 침략자의 선의가 아닌 실력에 의해 실현된다”며 중국의 권위주의에 맞설 것을 강조했다.
자신을 라이칭더 후보자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밝힌 한 대학생은 “중국의 대만 선거 개입에 분노를 느낀다”며 “미중 갈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압박의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은 이날 “중국이 대만 기업인 10만명을 대상으로 귀향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며 “중국 당국이 작년부터 자국 항공사들에 투표 참가를 위해 귀국하는 대만 기업인들에게 할인 항공권을 제공하도록 압력을 넣어왔다”고 보도했다. 민진당의 한 지지자는 “할인 항공편 마련에 대만기업협회가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 협회는 중국 공산당 산하 통일전선공작부의 산하 단체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총통 선거와 관련해 양안 관계보다는 경제와 민생 문제에 초점을 둔 유권자도 많았다. 현 차이잉원 정부의 8년 집권 아래 인플레이션 등을 겪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 데 따른 불신이 고조되면서다. 국민당을 지지한다는 50대 남성은 “여당 집권 8년간 민생 경제가 어려움에 처했다”며 “국민당 후보를 당선시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경제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 예산회계통계국(DGBAS)에 따르면 지난해 임대료 지수 상승률은 27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계비 지수도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한다는 여학생은 “연임 당시 공약으로 내세웠던 청년·노동자·농어민 등 관련 지원 정책이 표류하고 있어 실망스럽다”며 “친중 후보가 낙마할 경우 중국이 더 많은 제품에 대해 관세 우대를 폐지하는 등 경제 보복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당 허우 후보는 야당 연합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9일 대만 중서부 자이시에서 단결승리대회를 열고 제2야당 민중당의 커 원저 후보를 향해 “함께 민진당을 퇴출시키자”고 요청했다. 라이 후보와 허우 후보가 박빙을 이루면서 마음을 결정하지 않은 20%의 부동층이 최종 선거 결과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 가운데 자신의 정치 성향을 숨기는 ‘샤이 유권자’와 무당파 유권자들 역시 포함된다. 타이베이 시민인 쑹펑황(29) 씨는 “아직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더 좋은 경제정책을 내놓는 후보에게 표를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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