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부터 행동주의 펀드까지…연초 경영권 분쟁 시작된다

홍순빈 기자 2024. 1. 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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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다.

사장 연임에 제동을 거는 한편 최대주주로 오른 슈퍼개미는 경영진 물갈이를 예고하기도 한다.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인 1978년생 슈퍼개미 김상훈씨는 오는 19일 예정된 임시주총과 관련해 검사인 선임을 신청한다는 취지의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

휴양 리조트 운영사 아난티도 소액주주들과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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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다. 사장 연임에 제동을 거는 한편 최대주주로 오른 슈퍼개미는 경영진 물갈이를 예고하기도 한다. 금융투자업계 안팎에선 행동주의 움직임이 성공할지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G는 이날 오후 6시까지 차기 사장 후보 공개 모집을 진행한다. 이후 지배구조위원회-사장후보추천위원회-이사회 보고 주주총회 승인 등 3단계를 거쳐 차기 사장을 선임한다.

KT&G 사장 선임 과정에서의 관건은 백복인 KT&G 사장의 4연임 여부다. 2015년 이후 3연임에 성공한 백 사장은 2002년 KT&G 민영화 이후 최장수 사장이다. 백 사장의 연임 의사가 공식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KT&G 지분 약 1%를 소유한 행동주의 펀드 '플래쉬라이트 캐피탈 파트너스(FCP)'가 백 사장의 연임에 반발하고 나섰다.

FCP는 KT&G의 사장 선임 절차가 '말장난 밀실 투표'라고 지적했다. 지배구조위원회,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이사회에 모두 백 사장 임기 때 임명된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고 연임의 뚜렷한 명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KT&G 주요 주주인 IBK기업은행, 국민연금의 입장에 주목하고 있다.

임민규 KT&G 이사회 의장은 "KT&G 사장 선임은 모든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미래가치를 극대화한다는 원칙하에 사장 선임 전 과정에서 더욱 강화된 공정성, 객관성을 바탕으로 주주들과 소통하며 투명하게 진행할 계획"이라며 "KT&G의 사장 선임 절차는 관련 법령 및 정관 등에 따라서 약 3개월에 걸쳐 공정하고 투명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행동주의 펀드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경영권 분쟁의 서막을 열고 있다. 디딤이앤에프의 최대주주인 1978년생 슈퍼개미 김상훈씨는 오는 19일 예정된 임시주총과 관련해 검사인 선임을 신청한다는 취지의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 경영진의 경영 실패 책임을 묻고 이사진과 감사를 대거 교체하겠다는 취지다.

김씨는 지난해 3월 단순투자 목적으로 디딤이앤에프 지분 7.19%를 보유했다며 주요 주주로 등장했다. 이후 최대주주 등의 물량 출회 등으로 김씨는 비자발적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현재 김씨의 보유 지분은 6.33%다.

휴양 리조트 운영사 아난티도 소액주주들과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지난 5일 아난티 소액주주연대는 청주지방법원에 아난티를 대상으로 주주명부 열람 등사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으라는 요청의 일환이다.


투자자들은 주총에서의 경영권 분쟁이 어떤 결말을 낼지 주목하고 있다. 실제 행동주의 운동이 성공으로 끝난 경우는 많지 않다. 하이투자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상정된 주주제안 79건 중 승인된 안건은 9건에 불과했다. 현금·주식 배당 요구와 주식 취득·소각 안건은 승인율이 0%였다.

시장 안팎에선 행동주의 운동이 주주뿐 아니라 기업에도 실질적인 경영 개선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가치투자 행동주의'를 내건 VIP자산운용은 장기간 주요 주주로 있던 아세아시멘트, HL홀딩스 등에 기업의 체질 개선과 중장기적 주주환원책 발표를 요구했다. 그 결과 지난해 두 회사 모두 자사주 소각, 배당 등 파격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놨다.

최근에도 VIP자산운용은 국내 PET 제조·판매사인 삼양패키징을 상대로 행동주의를 시작했다. 지난 9일 삼양패키징의 지분을 기존 5.17%에서 5.83%로 늘리고,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하겠다고 공시했다. 현금배당성향이 100%에 육박하는 등 파격적인 주주환원책을 내놓았지만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공동대표는 "이전 사례에서 보듯 주총에서의 심각한 갈등 없이도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며 "VIP자산운용의 방식이 행동주의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장사 경영진에게도 행동주의를 무작정 적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보다 동반자로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으로 인식됐으면 한다"고 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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