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트럼프’ 정치인 노린 협박 급증…“민주주의 위협” 우려 확산
대선 국면에 접어든 미국에서 정치인이 협박을 받는 일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위협에 노출된 인물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불리한 말과 행동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런 공격이 계속될 경우 정치인과 공직자의 활동이 위축돼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최근에 피해를 입은 사람은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의 타냐 처칸 판사다. 처칸 판사는 2020년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를 받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 사건을 처리해왔다.
지난 7일 그의 자택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관이 출동했지만, 현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협박 대상의 주소지로 거짓 신고를 해서 경찰을 출동시키는 일명 ‘스와팅’(Swatting)을 당한 것이다.
스와팅이란 폭탄이 설치돼 있다는 등의 허위신고로 중무장한 경찰 병력(SWAT)을 출동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신고 대상이 된 사람에게 공포감을 줄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착오로 공권력이 행사될 경우 무고한 사람이 다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2020년 대선 이후로 많은 정치인과 공인을 대상으로 이같은 스와팅 협박이 이어져왔지만, 올해 치러질 미 대선을 앞두고 다시 급증하고 있다고 WP는 진단했다.
러스티 바우어스 전 공화당 하원의장도 2020년 이후 지속적인 괴롭힘을 겪다 지난달 26일 스와팅 피해를 당했다. 그는 애리조나주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를 거두자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친트럼프 성향의 선거인단으로 교체하라”는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한 인물이다.
바우어스 전 의장은 지난달 26일 집으로 귀가하던 중 자신의 집을 둘러싼 경찰 무리를 발견했다. “집안에 파이프 폭탄이 있고 여성 한 명이 살해됐다”는 신고를 받고 온 경찰들이었다. 경찰은 집을 수색하고 아내와 손자를 심문한 끝에 거짓 신고라고 판단했다.
1·6 의회 폭동에 가담한 트럼프에게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고 결정한 셰나 벨로즈 메인주 국무장관도 표적이 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벨로즈 장관은 이같은 결정을 내린지 하루만인 지난달 2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택 주소가 공개되고, “내가 벨로즈 장관의 자택에 침입했다”는 허위신고가 접수되는 소동을 겪었다.
벨로즈 장관은 “나를 침묵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와 비판에는 대비하고 있었지만 가족을 향한 공격에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협박이 이어진다면 미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인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는 “폭력 위협은 정치인과 공인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 민주주의를 해친다”고 우려했다.
실제 협박에 시달린 피해자들은 언제든지 물리적 폭력을 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 카로프스키 위스콘신주 대법관은 “우리를 다치게 하거나 죽이겠다는 협박이 말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위스콘신 대법원은 2020년 1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결과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을 기각한 뒤로 지속적인 협박에 시달려 왔다.
WP는 상대적으로 폭력에 자주 노출되는 여성과 유색인종의 경우 업무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는 프린스턴대학의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이런 위협을 인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메릭 갈런드 법무부 장관은 지난 5일 기자들에게 “이러한 폭력은 용납될 수 없다. 더 큰 추세의 작은 단면에 불과하다”며 “우리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위협한다”고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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