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위 오른 `제4이통`… 재무능력이 관건
세종텔레콤 등 3곳 모두 '적격'
최저경쟁가격 742억으로 시작
이동통신 3사로 고착화된 통신시장에 대형 '메기'가 새로 등장할까.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 등 3개 법인이 모두 정부의 5세대(5G) 28㎓ 주파수 할당 적격심사를 통과하면서 '제4이통' 출현 가능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오는 25일 해당 주파수 경매가 예고된 가운데 제4이통이 출현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따르는 만큼 재무능력이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9일 3개 법인에 주파수 할당 '적격' 판정 결고를 통보한 데 이어 오는 25일 주파수 경매를 앞두고 사업자들에게 설명회를 진행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신청 법인별로 경매 전략을 고민하는 만큼 모든 사업자를 모아 진행할 경우 사업자별 구상 등이 드러날 수 있어 설명회는 3개 법인을 나눠 따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매를 통해 한 사업자가 낙찰 받으면 이후 주파수 할당 통지,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절차 등을 거치게 된다. 주파수 할당 조건에 따른 이행각서, 법인 설립등기 등 관련 고시에 규정된 서류를 제출해 통과하면 주파수 할당이 이뤄진다.
기업들은 1차 관문을 통과한 만큼 경매 전략 수립에 착수했다. 전파법에 따라 주파수 할당은 '다중라운드 오름입찰방식'으로 최대 50라운드까지 진행하고, 낙찰자가 결정되지 않을 경우 '밀봉입찰방식'으로 결정되는 혼합방식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1단계 경매 1라운드는 최저경쟁가격인 742억원부터 시작한다. 이는 지난 2018년 최초 5G 주파수 경매 당시 최저경쟁가격인 2072억원의 3분의 1이 조금 넘는 가격이다.
3사 모두 주파수 경매 경험이 부족하고 자금력이 풍부하지 않은 만큼 낮은 경매대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각사가 어떤 액수의 최대치 입찰 금액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최종 사업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김형준 세종텔레콤 회장은 지난달 열린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기자간담회에서 출혈을 감수하면서 입찰 경쟁에 나설 생각은 없다며 선을 그은 바 있다.
3사 중 마이모바일 컨소시엄은 2015년 제4이통 진입을 추진한 코리아텔넷의 후신인 미래모바일이 협력사들과 구성한 컨소시엄이다. 마이모바일은 영국 보다폰과 손잡고 유선 초고속 인터넷을 대체할 수 있는 FWA(광대역 무선인터넷) 등 B2C(기업·소비자간거래) 사업도 시작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해외 자본을 차질없이 유치하느냐가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세종텔레콤도 2015년 제4이통 심사 시 재무적 능력 부족을 이유로 탈락한 바 있다. 이번에도 막대한 망 구축에 필요한 초기 투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스테이지파이브가 신한투자증권 등과 컨소시엄을 꾸린 스테이지엑스는 신한투자증권의 기여로 약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이 관심을 보여 추가 투자 논의도 가능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제4이통 도전 기업들이 B2B(기업간거래)에 초점을 맞춰, 당초 정부가 기대한 이동통신 3사 견제와 통신비 인하 효과라는 취지와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4이통 시장 안착이 실패할 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재정·기술적 능력을 갖춘 사업자 진입이 관건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재정적 능력에 대한 심사 없이 최고가 낙찰자를 곧바로 할당 대상 법인으로 선정할 경우 후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해외에서는 포화된 시장에서 신규 사업자가 진입해 득보다 실이 많았던 사례가 있다. 3G 초기인 2000년대에 진입한 일부 사업자는 시장에 안착했지만, 2010년 이후 진입한 통신사는 기존 통신사에 인수합병된 사례가 많다. 신규 이통사 진입이 자회사 알뜰폰 영향력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이동통신 시장에서 사업자가 3개인 국가보다 4개인 국가에서 독립 알뜰폰 점유율이 더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 이통사 진입에 대응해 기존 이통사가 자회사 알뜰폰 가입자를 공격적으로 확보해 기존 알뜰폰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과거 제4이통 진입 실패의 주된 원인이 재정적 능력 부족이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제4이통 신청기업들의 재정능력 심사를 소홀히 할 경우 특혜 시비가 불거질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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