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농장에 10억 투자했는데"…개 식용 금지에 '패닉'[르포]

양윤우 기자, 용인=박상혁 기자, 민수정 기자 2024. 1. 1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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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도 사람 사는 곳 아닌가요. 농장 허가받고 세금 낼 거 다 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금지하면 우린 어떡합니까. 이 농장 만들려고 10억원 들였는데."

10일 경기 용인시의 한 개 농장에서 만난 관리인 변모씨(50대·남)는 전날 국회에서 '개 식용금지법'이 통과된 것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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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10시30분쯤.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근처 산 안쪽에 위치한 개농장 모습이다./사진=박상혁 기자


"농가도 사람 사는 곳 아닌가요. 농장 허가받고 세금 낼 거 다 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금지하면 우린 어떡합니까. 이 농장 만들려고 10억원 들였는데."

10일 경기 용인시의 한 개 농장에서 만난 관리인 변모씨(50대·남)는 전날 국회에서 '개 식용금지법'이 통과된 것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변씨 농장에는 개 30여 마리가 사육되고 있었다. 변씨는 "우리는 개들을 잘 돌본다"며 "광견병 백신과 여러 백신을 맞춘다. 아침, 점심, 저녁 다 사료를 먹인다"고 말했다. 이어 "겨울에는 개들을 온돌방에서, 여름에는 시원한 곳에서 키운다"고 했다.

변씨는 또 "전 재산을 투자해 인생을 걸어 사업하고 있다"며 "주 소비자인 고령층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개 식용도 사라질 건데 왜 이렇게 급하게 일을 진행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경기 용인시 다른 곳에서 25년간 개 농장을 운영한 사장 A씨도 막막한 마음을 털어놨다. 그는 "정부가 개 식용을 못하게 했으니 업종을 바꾸는 수밖에 없다"며 "아직 어떤 업종으로 바꿀지는 생각을 안 해봤다"고 밝혔다.

A씨는 "개 농장주들에 대한 보상을 하는 등 무슨 대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지원 방안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국회에서 법안이 너무 빨리 통과돼 아쉽다"고 했다. 이어 "이 개들을 성남 모란시장에도 유통되고 우리나라 국민이 먹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대한육견협회 회원들이 8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열린 개식용 반대 규탄 집회에서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2023.6.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반면 개 식용 금지법 통과를 환영하는 동물권 활동가들은 개 농장주들이 생존권이 위협받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개 농장주와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안전하게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합리적인 선에서 보상책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시민들도 개 식용 금지법을 두고 대체로 환영하고 있다. 50대 주부 한모씨는 "예전처럼 약재가 없어서 보신용으로 개를 먹고 그런 시대는 끝났기 때문에 보신용 개는 없어도 된다"며 "요즘은 개를 집을 지키는 동물로만 생각하지 않고 가족처럼 키우고 있다.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대 남성 김모씨도 "강아지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 개가 반려동물을 넘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을 먹는다고 생각하니 상상할 수가 없는 야만적인 행동인 것 같았다"며 "법안이 진작 통과돼야 했던 것이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돼서 다행이다. 하루빨리 식용이 근절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해 닐슨코리아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86%가 앞으로 개고기를 먹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고 57%가 개 식용 금지를 지지했다.

반면 과도한 통제에 해당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20대 여성 김모씨는 "정부의 통제 수준이 시민의 어디까지 들어올 수 있는가에 대해서 궁금하다"며 "개 식용을 금지하면 다른 사육동물들은 어떻게 되는 건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편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됐다. 법안은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개 또는 개를 원료로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행위까지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사육·증식·유통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사육·도살·유통 등의 금지를 위반할 시 벌칙 조항은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 오는 2027년부터 시행되도록 해 처벌에 유예 기간을 뒀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용인=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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