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한 실적에 주가 '뚝'…상장사 '어닝 쇼크' 주의보

김사무엘 기자 2024. 1. 10.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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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등 주요 상장사들이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 변동성이 커진다. 금리 인하와 경기 개선 기대감에 연말 주가 랠리가 이어진 가운데 4분기 어닝 쇼크 우려가 갈수록 커지면서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는 코스피 상장사 208개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는 총 39조6046억원(이미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제외)으로 1주일 전보다 1.83% 하향 조정됐다. 1달전 대비로도 2.32% 낮아졌다.

코스닥 시장 역시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65개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총 9623억원으로 1주일 전 대비 1.95%, 한달 전 대비 3.92% 하향 조정됐다.

실적 시즌에 돌입한 이후 주요 상장사들의 이익 추정치는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이 컨센서스를 대거 밑도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눈높이는 더 낮아진다.

지난 8일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5.9% 증가한 23조156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50% 늘어난 3125억원을 기록했다. 연매출은 3년 연속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전망치였던 6395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 어닝 쇼크였다. 주가는 실적 발표 당일 반짝 상승했지만 이후 2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제자리로 돌아왔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382억원으로 전년 대비 42.5% 늘었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크게 미달했다. 컨센서스는 영업이익 5877억원이었다.

가장 눈길을 끈 건 대장주 삼성전자였다. 실적 발표전까지만 해도 증권사들은 최근 반도체 가격의 반등을 반영하며 연일 삼성전자의 실적 추정치를 높였다. 대체로 4조원대 이상 영업이익을 예상했고 컨센서스는 3조7441억원이었다.

하지만 실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이에 못 미치는 2조8000억원이었다. 오래된 재고의 판매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부문 적자가 예상보다 크게 줄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9일 실적 발표 이후 장 초반 반짝했던 주가는 이내 하락 전환하며 결국 전일 대비 2.35% 하락 마감했다. 이날 주가도 1.47% 떨어졌다.

계절적으로 4분기는 어닝 서프라이즈보다 어닝 쇼크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연중 발생하는 충당금 등 각종 일회성 비용을 연말에 몰아서 반영하기도 하고 성과금 등 인건비 지출도 늘면서 대체로 기대했던 것보다 실적이 부진한 경우가 많다.

특히 이번 실적 시즌에는 금리 인하와 경기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기대감과 실제 기업 실적과의 괴리가 크게 벌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연말 산타랠리가 강하게 발생한 만큼 어닝 쇼크에 의한 주가 변동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증권가에서는 최근 실적 추정치가 급격히 낮아진 종목일수록 실제 실적이 컨센서스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업종별로는 이차전지, 철강, 관광 등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차전지 업종에서는 엘앤에프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69억원으로 1주일 전보다 33% 하향 조정됐다. 한달 전 대비로는 45.4% 낮아졌다. 에코프로비엠도 최근 1주일 사이 영업이익 추정치가 7% 하향 조정된 570억원으로 제시됐다. 이차전지 전해액 업체 천보와 분리막 업체 더블유씨피 역시 같은 기간 이익 추정치가 각각 8.2%, 8.6% 조정 받았다.

철강 업종에서는 현대제철 영업이익 추정치가 1주일 전 대비 34% 내린 1619억원으로 제시됐다. POSCO홀딩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9989억원으로 같은 기간 11.5% 조정 받았다.

관광 업종에 속한 호텔신라, 롯데관광개발, GKL도 실적 눈높이가 점차 낮아지는 중이다. 예상보다 더딘 해외 관광객 회복 속도에 실적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이 향후 3개월 간 매크로(거시 경제) 상황 변화를 반영하면서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지수 상단은 제한되고 개별 업종 장세가 전개되는 것을 기본 시나리오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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