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윤 정부 끝난 뒤 ‘몰아서 감축’, 유엔 온실가스 보고서 잘 쓰고 있나요?

김정수 기자 2024. 1. 1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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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쫌’ 아는 기자들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지난 3월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실에서 한국이 유엔에 제출한 ‘국가결정기여’(NDC)를 달성하기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A. 각 나라가 올해말까지 유엔에 제출해 공개할 첫 번째 ‘격년 투명성 보고서’(BTR)에 궁금증 풀 실마리 담겨요. 파리기후협정에 참여한 모든 나라는 유엔에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제출했습니다. 인류 공동의 기후위기와의 싸움에서 자국이 기여할 몫을 스스로 정해서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이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로 불리는 이 약속들은 이미 기후변화를 막기에 크게 모자라는 수준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약속들이나마 이행되지 않는다면 기후변화는 더욱 가속화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 약속들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닥쳐오는 기후위기에 불안한 사람들의 이런 궁금증 해소에 실마리가 될 수 있을 보고서들이 올해 말 공개됩니다.

당사국들이 약속한 2030년 엔디시는 미루다 마감에 임박해 벼락치기로 할 수 있는 숙제가 아닙니다. 계획에 맞춰 꾸준히 이행해나가야 끝낼 수 있지요. 각 나라가 제목처럼 2년마다 작성할 투명성 보고서는 이 숙제 이행의 진도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파리협정이 보고서에 온실가스 배출·흡수량 인벤토리(목록) 상세 자료와 엔디시 이행의 진전을 추적하는데 필요한 정보까지 담도록 요구하기 때문이죠.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은 이 보고서가 제출되면 누구나 볼 수 있게 누리집에 올리고 ‘기술 전문가 검토’(TER) 절차를 진행합니다. 분야별 전문가들의 현지 방문 검토까지 거친 검토 결과 보고서가 나온 뒤엔 모든 당사국은 물론 기후환경단체 같은 옵저버 기관까지 참여하는 ‘촉진적 다자 검토’(FMCP)가 이어지게 되죠.

투명성 보고서를 제출한 국가는 이 다자 검토 회의장에 출석해 보고서 내용을 발표하고 제기되는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투명성 보고가 당사국의 자기평가 형식이긴 해도 결국 공개 검증을 받는 셈이죠. 이런 과정에서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엔디시 이행에 불성실했다는 평가를 받거나 부실 보고 의혹이라도 제기되면 그 나라는 신뢰도에 치명상을 입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개별 당사국이 드러나지 않게 이뤄진 지난해의 전지구적 이행점검(GST)보다 올해 첫 투명성 보고에 더 관심이 쏠리는 까닭입니다.

전문가들은 투명성 보고서 제출과 관련해 특히 중국과 한국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 대한 관심은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면서도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인벤토리를 내놓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파리협정 채택으로 투명성 보고서에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포함시키는 것은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당사국의 의무사항이 됐지요. 그러다보니 중국이 제출할 보고서 내용에 특히 관심이 모이고 있다는 겁니다.

국제사회가 한국이 제출할 투명성 보고서에 주목하는 한국이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교량 역할을 자임해 온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보고서 준비에 참여해 온 윤현수 에코시안 지속가능전략본부장은 “우리가 선진국과 개도국의 브릿지(교량)여서 선진국들은 한국의 적극적 대응을 강조해 (개도국의) 롤모델로 보이게 하려고 해왔다”며 “그러다보니 우리가 이번에 첫 투명성 보고서를 어떻게 쓸 것인지에도 관심이 많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본격적인 투명성 보고서 작성 작업은 아직 시작도 안 됐습니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관련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들이 참여하는 전문위원회를 운영해 보고서를 준비하겠다면서도 위원회 구성도 못한 상태입니다. 정은해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한겨레에 “투명성 보고에도 진전의 원칙이 있어서 이번에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계자들에게 가장 큰 고민의 대상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의 진전을 추적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문제입니다. 파리협정에 따라 투명성 보고서에는 온실가스 인벤토리와 기후변화 적응, 국제협력에 대한 정보도 담아야 하지만, 아무래도 준비하기 가장 까다로운 부분은 온실가스 감축계획인 엔디시 관련 정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한국이 2021년 유엔에 제출한 2030년까지의 엔디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줄이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해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확정 발표한 엔디시 이행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경로를 보면, 감축이 현 정부 임기 이후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전년 대비 감축량이 2027년까지 1800만t을 넘지 않다가 2028년에 2440만t, 2029년에 3110만t으로 늘고, 2030년에 무려 9290만t(국외감축 3750만t 포함)으로 급증해 엔디시를 달성하게 된다는 것이죠. 정부는 유엔에 이 감축 경로까지는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투명성 보고서에서는 이런 감축 경로를 설정한 근거를 제시하고, 한국이 이 경로의 어디쯤에 와 있는지 밝혀야 합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이행을 위해 도입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조치별 감축 예상량과 실제 달성량은 물론 향후 15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까지 적용한 방법론과 함께 제시해야 하거든요. 그 다음엔 보고 내용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까다로운 질문들을 받아내야 합니다. 특히 이번 첫 번째 격년투명성보고서가 2년마다 내야 할 후속 보고서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도 고려할 점입니다. 이러니 보고서를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민이 깊은 것이 당연하겠지요.

투명성 보고서 제출을 계기로 온실가스 인벤토리도 크게 달라집니다. 지금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등 6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1996년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산정했습니다. 하지만 투명성 보고서는 인벤토리 대상을 반도체 공정에 많이 사용되는 삼불화질소(NF3)를 포함한 7종으로 늘리고, 2006년 아이피시시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야 합니다.

온실가스의 지구온난화지수(GWP)도 아이피시시의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AR5)에서 개정된 것을 적용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1995년 나온 제2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SAR)에 근거해 지금까지 이산화탄소 21t으로 간주됐던 메탄 1t은 이산화탄소 28t으로 환산됩니다. 이밖에도 올해말 확정될 2021년 배출량 인벤토리에서는 집계 대상 수소불화탄소 종류가 확대되고, 차량의 요소수 사용 배기가스 저감장치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폐광에서 배출되는 메탄 등이 새로 추가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이 통계상 실제보다 더 증가한 것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그래도 2018년에 정점을 찍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추이가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입니다. 산정 방식이 바뀌면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과거 통계들도 바뀐 방식에 따라 소급해 수정하기 때문이란 거죠.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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