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시절 ‘레전드’ 추앙받던 염기훈, 수원 삼성 감독 수락에 팬들 싸늘한 시선

염기훈 수원 삼성 감독. 프로축구연맹 제공

“승격하겠다면서 감독에 앉힌 인물이 프로 감독 경력 없는 레전드 선수.”

2024시즌부터 K리그2(2부)에서 출발하는 수원 삼성이 9대 감독으로 선수 시절 ‘레전드’로 불렸던 염기훈 전 감독대행을 선임했지만, 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지난 9일 염 감독 선임 소식 발표 이후 구단 소셜미디어에는 염 감독을 선임한 구단의 결정을 비난하는 한편, 염 감독을 직접 비난하는 글들이 잇따르고 있다. 팀을 위한 결정이 아니라 본인 욕심을 채우기 위한 선택이라는 날 선 비난까지 눈에 띈다.

염 감독의 지도자로서 경력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다. 감독은 물론 코치로서 실전 경험이 없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플레잉코치로 그라운드에 나섰다. 염 감독은 지난해 11월에야 P급 지도자 자격증 연수를 받았다. P급 자격증 수료는 국내 프로팀 감독 또는 코치가 되기 위한 최소 자격 조건이다. 염 감독은 앞서 감독대행으로서도 지난해 K리그1 최종라운드 강원FC전 포함 7경기를 치른 게 전부다.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면서 보여준 지도력도 합격점을 받았다고 보기는 힘들다. 7경기 동안 3승 2무 2패를 거뒀지만, 구단 역사상 최초 2부 강등을 막지 못했다. 지난 시즌 강원과의 최종전에서 승리했다면, 승강 플레이오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극적인 경기 운영으로 최하위로 쳐지면서 비난을 샀다.

구단 소셜미디어를 보면 염 감독에 대한 지지보다 비난하는 댓글이 훨씬 더 많다. 누리꾼들은 “수원을 사랑한다면 역량과 경험을 충분히 쌓고 잘할 수 있을 때 왔어야 한다”, “그냥 본인 욕심이라고 솔직히 말하자 우리가 언제 감독으로 팀을 구해달라고 했나” 등 가시 돋친 말들을 쏟아냈다.

팬들은 수원 감독으로 적합한 인물을 원점에서 재검토했다는 구단 설명도 믿지 않았다. 최근 중국 프로구단행을 택한 남기일 전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이 수원 감독을 맡고 싶었다고 밝힌 인터뷰까지 소환했다. 남 감독은 해당 인터뷰를 통해 수원 감독직 수락 의사가 있었지만, 구단으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원 구단 관계자는 앞서 2부 강등 이후 염 감독을 내정했지만, 구단 수뇌부 교체 등에 따라 감독 선임까지 시간이 걸려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론 추이를 지켜보다가 염 감독 선임을 발표했다고 팬들이 보는 이유다.

염 감독 체제 수원이 1부 승격을 바로 이뤄낼지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K리그2는 팀 간 전력 차가 크지 않고, 기동력을 앞세운 축구를 구사하는 팀들이 많다. 감독 경험 측면에서도 수원에 뒤지는 팀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한 누리꾼은 “2부 모든 팀 감독들은 7경기짜리 감독 대행에게 지기 싫어서 수원 상대로는 정신 무장을 더 단단히 시킬 것”이라며 우려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