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살 빼자" 또 작심삼일?…열흘만 버티면 놀라운 일 생긴다

정심교 기자 2024. 1. 1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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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새해 소망 1순위는 단연 '건강'이다. 지난해보다 더 건강해지기 위해 생활 습관을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운 사람이 많다. 그런데 이들에게 최대 고비가 바로 오늘(1월 10일)이다. 뇌가 새로운 생활 패턴에 완벽하게 적응하려면 열흘 간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마지막 타이밍인 열흘째가 오늘이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신경과 전문의인 장민욱(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장민욱뇌비게이션신경과의원 원장은 "새해 결심을 굳힌 후 이를 지키기 위한 에너지는 3일을 넘기기 어렵다"며 "조금만 더 참고 7일만 더 지속하면 새해 초반의 의욕을 습관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 이를 '습관 성형'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습관 성형을 완성하는 데 불과 열흘이면 충분하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1950년 오스트리아에서 나왔다. 오스트리아 인스트부크 대학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에게 180도 뒤집혀 보이는 특수안경을 착용하게 한 후 몸이 얼마 만에 적응하는지를 관찰했다. 이 안경을 쓰면 위아래가 반전돼 하늘이 아래에, 땅이 바닥에 보이는데 뇌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참가자는 초반에 의자에 부딪히거나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부딪히기 일쑤였다. 하지만 열흘 뒤, 참가자는 특수안경을 쓴 채 자전거를 문제없이 탈 정도로 완벽히 적응했다. 거꾸로 된 세상이 진짜 세상인 것처럼 뇌가 속은 셈이다.

그러면 왜 열흘일까. 장민욱 원장은 "기억은 초단기·단기·중기·장기 기억으로 나뉘는데 이 중 입력된 정보가 중장기 기억으로 변화하려면 뇌 신경세포 모양 자체가 변해야 한다"며 "뭔가를 기억해야 할 때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돼 기억을 저장하지만, 그걸 장기기억으로 바꿔놓으려면 전두엽·측두엽의 신경계 회로가 변해야 한다. 이런 신경계 회로의 변화가 굳어지는 데까지 열흘 정도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새해 결심이 작심삼일의 연속이 되지 않으려면 첫 열흘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 원장은 "공부할 때 배운 내용을 기억에 오랫동안 남기기 위해 반복 학습하듯 새해 건강 결심이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려면 새로운 생활패턴을 열흘간 유지해야 뇌가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그 생활패턴을 오래 기억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도파민(쾌락 호르몬) 중독'이다. 평소 단맛 성분의 음료나 식품을 즐기는 사람은 도파민에 중독돼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람은 크게 노력하지 않고도 단맛을 먹어 '즐거움'이란 보상을 취할 수 있다. 따라서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흘간 노력하는 자체에 적응하기 힘들다.

장 원장은 "요즘 이런 이유로 도파민에 쉽게 중독된 사람이 많아, 목표를 장기간 진득하게 이루기 힘들어하고 작심삼일로 돌아가는 경향이 과거보다 많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유튜브 숏폼(매우 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 같은 짧은 콘텐츠는 뇌를 장시간 지속해 자극하지 않아, 신경회로가 변화해 고착화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결국 뇌가 장기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을 계발하지 못해 암기 능력이 퇴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단맛 음료에 길들어진 사람은 도파민이 주는 쾌락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람이 단맛 음료를 끊으면 '도파민 회로' 활성도가 떨어지는데, 이럴 때 몸을 버티게 해주는 게 '세로토닌(행복 호르몬) 회로'다. 세로토닌 회로는 뇌의 가장 기본적인 회로다. 문제는 작동돼온 도파민 회로가 갑자기 잘 돌아가지 않으면 세로토닌 회로도 같이 정지될 확률이 크다는 것. 세로토닌 회로가 무너지면 도파민·아세틸콜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회로 기능도 다 정지된다. 세로토닌 분비가 적은 우울증·공황장애 환자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기력 상태에 빠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로토닌 회로가 원활하게 잘 돌아가야 새해 결심을 진득하게 지켜나갈 수 있다. 세로토닌 회로를 잘 돌리려면 첫째, 장 건강이 좋아야 한다. 장 원장은 "세로토닌 호르몬은 우리 몸 중 대장에서 많이 분비된다"며 "장 움직임 관장하는 호르몬이 도파민과 세로토닌으로, 자율신경계에서 이 두 호르몬을 이용해 위장관 운동을 관장한다"고 언급했다. '사촌이 땅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는 것도 장 건강이 좋아야 뇌가 좋다는 '장청뇌청(腸淸腦淸)' 또는 장과 뇌가 하나의 축으로 연결돼 있다는 '장뇌축' 이론과 맞닿아있다.

실제로 지난달 국제학술지에 장과 뇌가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병(치매 일종)에 걸린 쥐의 대변을 건강한 쥐의 대장에 이식하고 시간이 지나자 건강한 쥐도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이다. 장 원장은 "뇌의 세로토닌 회로가 원만하게 돌아가려면 장이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햇볕을 쐬는 것도 세로토닌 회로를 잘 작동시키는 팁이다. 특히 요즘 같은 겨울철엔 사계절 중 일조량이 가장 적은데, 세로토닌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낮에 산책할 필요가 있다. 햇볕을 쐬면 세로토닌이 나오고, 세로토닌이 한 번 더 변형된 멜라토닌이 최종 물질로 만들어진다. 장 원장은 "햇볕을 쐬며 걸을 때 걸음과 호흡, 주변의 새 소리 등에 집중하며 잡념을 잊으면 명상 효과도 누리는데, 이는 뇌 건강도 좋아지면서 세로토닌 분비도 도와 뇌의 모든 회로가 잘 돌아가는 일석이조"라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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