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서비스·팝업스토어…세종문화회관의 변신은 어디까지?
MZ세대 취향 저격 관객 서비스도 시작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볼거리가 넘쳐나는 시대의 공연장은 박제된 플랫폼이다. 감염병의 터널을 지나는 동안 공연계 사람들은 ‘극장의 위기’를 체감했다. ‘쇼 머스트 고 온(Show must go on)’이라는 ‘불변의 진리’가 산산조각 나고, 무대 위 콘텐츠는 ‘찾아가야 하는’ 공연장 이외에도 ‘안방 1열’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예술 경영인’으로 40여년을 보내온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공연 시장은 늘 시대에 앞서 있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며 “콘텐츠와 메시지는 앞서 있지만 제공 방식은 낡았다. 공연 시장은 가장 뒤처진 분야 중 하나가 됐다”며 우려했다.
‘공연장의 위기’는 다채널, 다플랫폼 시대가 도래하며 함께 왔다. 무엇보다 공연장의 경쟁자가 너무나 많다. 과거엔 TV가 최대 경쟁자였고, 이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유튜브, 숏폼 플랫폼이 공연장을 위협한다. 계절과 날씨도 공연장을 위축하게 하는 요소다. 눈·비가 오는 날엔 문밖으로 나서는 어려움이 있고, 화창한 날엔 나들이와 여행의 변수가 따라온다.
변화하지 않으면 ‘충성 관객’을 확보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은 대한민국 공연예술계의 심장인 세종문화회관의 혁신을 이끌었다. 1978년생, 올해로 40대 중반이 된 세종문화회관은 현재 다른 공연장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시도로 변화를 이끌고 있다. 공연장의 위기를 벗기 위한 파격적인 시도가 많다.
안호상 사장은 “현재 백화점과 호텔이 극장의 경쟁자가 되고 있다”며 “더현대서울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보려면 번호표를 뽑아야 하고, 인천 인스파이어 리조트가 문을 열며 엔터테인먼트를 전반에 내세우고 있다. 소비재가 아닌 경험재를 파는 곳으로 유통, 숙박업계가 부상하며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공연장은 ‘문화 콘텐츠’를 파는 유일한 하드웨어가 아니다. 더 많은 곳에서 다양한 방식의 콘텐츠가 생산된다. 안 사장은 이에 “세종문화회관도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차별화된 경험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문화회관은 올해 구독서비스, 스위트석 등 새로운 관객 서비스를 도입하고 ‘팝업스토어’를 통해 MZ(밀레니얼+Z) 관객들을 적극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생각이다.
공연장이 구독서비스를 도입한 것은 완전히 새로운 시도다. 세종문화회관은 지난해 여름 축제 격인 ‘싱크넥스트23’을 통해 국내 공연계 최초로 구독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는 이 서비스를 2024 세종시즌(3월22일~12월30일)으로 확대한다. 매달 3300원에 해당하는 연간 멤버십(3만9600원) 프로그램으로, 총 28편의 공연에 대해 최대 4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구독자들에겐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티빙(TVING), 전자책 플랫폼 밀리의 서재의 1개월 무료 구독권, 세종문화회관 1층에 자리한 카페 아티제의 디저트 쿠폰을 제공한다.
김여항 세종문화회관 공연DX팀 팀장은 “밀리의 서재와는 독서와 공연 콘텐츠의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밀리의 서재 독서 관객들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영상형 독서 콘텐츠, 원작이 있는 공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논의 단계에 있다”고 귀띔했다.
최근 영화관, 일부 공연 콘텐츠에서 시도하는 VIP를 위한 서비스도 마련했다. VIP 전용라운지에서 대기 없이 티켓을 수령하고, 케이터링과 굿즈를 제공하는 ‘스위트석’이다. VIP석 티켓 가격에 1~2만원 정도만 더하면 스위트석을 이용할 수 있다.
‘MZ의 성지’로 불리는 서울 성수동에 여름 축제 ‘싱크넥스트 24’의 팝업스토어를 만드는 것도 파격적이다. 공연장에서 이러한 시도를 하는 것은 세종문화회관이 처음이다.
안 사장은 “시대의 흐름을 이끄는 주요 세대들의 소비 패턴에 극장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초개인화하고 있는 소비 성향에 맞춰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고 우리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잠재적 관객에게도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물러 있는 공간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콘텐츠가 밑바탕이 되야 한다. 세종문화회관은 이번 시즌 총 29개 작품, 229회 공연을 선보인다. 서울시예술단 작품 24편, 기획공연 2편, 공동주최 3편 등이다. 올해 창단을 앞둔 서울시발레단 공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올해는 ‘세계 최고’ 예술가들이 세종을 찾아오는 것이 큰 특징이다. 가장 주목할 공연은 세계적인 디바 안젤라 게오르규가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과 함께 하는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9월)다. 지난해 뉴욕 공연으로 엄청난 호평을 받은 서울시무용단의 ‘일무’(5월)도 뉴욕 버전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안 사장은 “이젠 해외에서 가져오는 콘텐츠만으로 관객을 만족시킬 수 없는 시대가 됐다”며 “제작극장으로의 역량과 노하우를 담아 우리의 고유성과 차별성의 가치를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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