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기술수출 한방에 영업익 7배↑…선명해진 R&D 재평가 신호탄

정기종 기자 2024. 1. 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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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영업익 1268억원 전망…전년 동기 186억 대비 급증
11월 노바티스와 맺은 1.7조 규모 기술수출 계약금 약 1000억원 일괄 반영 효과
파이프라인 전반 재평가 기회 확보…'부족한 R&D 성과' 꼬리표 해소도


종근당이 지난해 4분기 전년 동기 대비 7배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둬들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성사된 노바티스와의 기술수출 계약금 효과다. 이로 인해 연간 수익성 역시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특히 그동안 미흡했던 R&D 분야 대형 성과에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전반에 걸친 재평가가 기대되는 만큼, 단순 수치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10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종근당의 2023년 4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4925억원, 영업이익 1268억원이다.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4.0% 증가한 가운데 영업이익은 6.8배나 늘었다.

폭발적 영업이익 증가 배경은 지난 연말 노바티스와의 대형 기술수출 계약이다. 종근당은 지난해 11월 샤르코-마리-투스병(CMT) 치료제로 개발 중이던 'CKD-510'의 전세계(한국 제외)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노바티스에 넘겼다. 계약금 8000만달러(약 1061억원)을 포함한 1조7000억원 규모의 대형 계약이었다. 4분기 일괄 반영된 계약금은 실적을 대폭 끌어올렸다.

이에 따라 연간 실적 전망치도 껑충 뛰었다. 불과 지난해 10월까지 종근당의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15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계약금 반영에 따라 전망치는 2300억원 수준으로 상향 조정됐다. 매출액 역시 기존 1조5000억원대에서 1조6400억원으로 올랐다.

기술수출로 인한 계약금 반영이 일시적인 만큼, 실적 기여가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 실제로 종근당의 올해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1조5946억원, 영업이익 1160억으로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다만 이번 기술수출이 종근당에 주는 의미는 실적 그 이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종근당은 국내 전통 제약사 가운데 매출액 대비 높은 R&D 투자를 집행해 온 기업으로 꼽힌다. 최근 10년 이상 매출액의 10%가 넘는 비용을 연구개발에 투입했고, 2022년까지 5년 연속 가장 많은 수의 국내 임상시험을 승인받았다.

노력 대비 성과는 미미했다. 한미약품과 유한양행 등이 연달아 대형 계약을 성사시키며 R&D 역량을 인정받은 것에 비해 이렇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 탓이다. 이는 줄곧 종근당 기업가치 평가의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했다.

종근당의 주요 기술수출로는 지난 2018년 빈혈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 '네스벨' 일본 완제수출과 2023년 자체 신약 '듀비에'의 기술수출 정도가 꼽힌다. 계약 규모는 비공개지만 신약 후보물질로 체결한 조단위 계약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이란 평가가 주를 이룬다. 자체 개발 신약 역시 지난 2013년 허가를 받은 국산신약 20호 듀비에가 마지막이다.

하지만 이번 기술수출로 대대적인 재평가가 이뤄지게 됐다. CKD-510은 종근당이 자체 개발한 비히드록삼산(NHA) 플랫폼 기술이 적용된 HDAC6 억제제다. HDAC6는 과다 발현시 활성산소 생성을 증가시켜 세포질 내 물질 수송 안정성과 세포 기능을 저하시킨다. 이는 샤르코마리투스병을 비롯한 다양한 신경질환을 일으킨다.

이를 억제하기 위한 저해제에 종근당이 효율적이고 선택적으로 물질을 선택할 수 있는 자체 플랫폼을 적용한 것이 CKD-510이다. 특히 글로벌 대형 제약사가 도입했다는 점에서 물질은 물론, 플랫폼 기술의 가치까지 함께 조명되는 중이다. 앞서 첫 기술이전 품목인 네스벨 역시 종근당의 독자 바이오시밀러 플랫폼이 적용된 바 있다.

때문에 종근당이 차세대 기술수출 주자로 육성 중인 품목들의 가치 역시 동반 상승 중이다. 현재 종근당의 유력 차기 기술수출 주자로 꼽히는 품목은 이중항체 항암 바이오 신약 'CKD-702'와 이상지질혈증 치료제 'CKD-508' 등이다.

CKD-702의 경우 회사 첫 바이오 의약품인데다, 오는 2030원 10조원의 시장 규모가 전망되는 이중항체 분야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현재 비소세포폐암 임상 1상을 진행 중으로 올 상반기 내 결과 도출이 전망된다. 경쟁력만 입증한다면 기술이전을 위해 적합한 개발단계다. 앞서 수출된 CKD-510 역시 임상 1상 단계에서 노바티스로 이전 됐다.

CKD-508 역시 영국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저하되면 몸에 해로운 HDL콜레스테롤을 줄이는 기전의 CETP 효소 저해제다. 자체 연구를 통해 1세대 CETP 저해제의 단점을 개선하고, 현재까지 개발된 동일 기전 품목 중 가장 강력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 중인 품목이다.

하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장기간 R&D에 대한 낮은 기대로 피어 그룹 대비 저평가 돼왔지만, 노바티스향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저평가 요인을 해소했다고 판단한다"며 "또 이번 기술 이전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HDAC6i를 보유하고 있고, ADC·이중항체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도 가지고 있어 추가적인 기술 이전도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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