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이재명 습격범, 주관적 정치신념에 극단적 범행"(종합2보)
작년 6월 이후 '李 동선' 따라다니며 5차례 범행 기회 모색
(부산=뉴스1) 박채오 권영지 조아서 기자 = 지난 2일 부산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흉기로 찌른 김모씨(67)에 대해 경찰은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이 극단적 범행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부산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이번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디지털포렌식 자료와 참고인 진술, 프로파일러의 진술 분석 등을 종합한 결과"라며 이같이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범행 직후 현행범으로 체포된 김씨는 수사과정에서 "사법당국이 이 대표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총선에서 이 대표가 특정 세력에게 공천을 줘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살인을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또 이 대표가 차기 선거에서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고자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김씨가 검거 당시 소지하고 있던 이른바 '남기는 말'(변명문)에도 유사한 취지의 내용이 반복적으로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가 범행 전 작성했다는 A4용지 8장 총 7746자 분량의 변명문엔 '사법부 내 종북 세력 때문에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이 지연돼 그를 단죄하지 못하고 있다' '곧 있을 총선에 공천권을 행사하면 좌경화된 세력에게 국회가 넘어가고 나아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돼 나라가 좌파 세력들에게 넘어가니 이를 저지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또 해당 글엔 '이런 의지를 알려 자유인들의 구국열망과 행동에 마중물이 되고자 (범행을) 실행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는 등 '확신범'의 행태를 보였다. 확신범이란 정치·종교·사회 등에 대한 신념이나 확신이 결정적 동기가 돼 범행을 저지른 범죄자를 뜻한다.
김씨가 작성한 변명문에서 이 대표 외의 정치인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김씨는 작년 4월 인터넷을 통해 구입한 등산용 칼을 범행에 용이하게 개조하는가 하면, 이 대표에게 좀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 이 대표를 지지하는 내용의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머리띠 등을 직접 제작하며 범행을 계획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김씨는 직년 6월 이후 민주당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이 대표 일정을 따라다니며 5차례에 걸쳐 범행을 저지르려 했으나 당시엔 경호 상황 등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씨는 범행 전날에도 이 대표 일정에 맞춰 경남 김해 봉하마을까지 이동했다가 범행을 실행에 옮기지 못해 귀가하려고 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KTX 울산역 도착 뒤 마음을 바꿔 부산역으로 이동했고 이튿날 이 대표의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방문 때 결국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고자 개인 휴대전화와 지갑은 거주지인 충남 아산에 두고 업무용 휴대전화만 소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경찰은 "김씨에 대한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 정상 범위"라며 "정신이상 등의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평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글을 남기지도 않았고, 보수 성향의 유튜브를 단순히 시청해왔다고 한다.
민주당 이 대표는 김씨의 이번 범행으로 목 부위를 흉기에 찔려 목빗근에 1.4㎝ 크기 자상을 입었고, 피부 약 2㎝ 아래 뇌경정맥도 9㎜가량 손상됐다.
경찰은 "흉기가 와이셔츠 옷깃을 뚫고 들어가 피해자(이 대표)가 뇌경정맥 손상을 입었다"며 "바로 피부에 흉기가 닿았다면 심각한 피해를 당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쯤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에 있던 김씨를 검찰로 구속 송치했다. 또 김씨로부터 전달받은 변명문을 범행 뒤 가족·언론사 등에 전달할 것을 약속하고 이를 일부 실행에 옮겼던 70대 남성은 방조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부산경찰청은 "사건 송치 이후에도 검찰과 긴밀히 협력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0zz@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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