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피습 김 씨 범행동기 보니 “사법부 내 종북 세력” 지칭…“나라 좌파세력에 넘어가는 것 저지”

경찰 최종 수사 브리핑 결과 김 씨 정치적 신념으로 범행
이 대표 와이셔츠 안 찔렸으면 피해 규모 더 컸을 것으로 예상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피의자인 김모 씨가 10일 부산 연제경찰서를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

부산=이승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피의자인 김모(67) 씨의 범행 동기는 정치적 신념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10일 오후 이 대표 피습 사건 수사 결과 최종 브리핑을 열고 디지털 포렌식과 참고인 진술, 프로파일링 등 분석 결과를 토대로 김 씨가 주관적 정치 신념에 빠져 극단적 범행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김 씨가 이 대표가 재판 연기 등을 이유로 제대로 처벌 받지 않은 것에 불만을 품고,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봤다. 경찰은 또 김 씨가 4월 총선에서 이 대표가 특정 세력에 공천을 줘 다수 의석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막을 의도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김 씨로부터 압수한 8쪽짜리 문건인 변명문(남기는 말)의 내용도 공개했는데, 상당히 난해하게 적혀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정리한 변명문의 요지는 ‘사법부 내 종북세력으로 인해 이 대표 재판이 지연되고 나아가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되고 나라가 좌파세력에 넘어갈 것을 저지하려 한다’였다. 변명문에는 또 ‘범행으로 자신의 의지를 알려 자유인의 구국 열망과 행동에 마중물이 되고자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경찰은 김 씨가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압수한 증거물을 포렌식하고 통화내역, 거래계좌, 행적 등을 수사해 공모자나 배후세력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앞서 김 씨가 범행 전에 작성한 변명문을 범행 뒤 언론사와 가족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수락한 70대 남성을 살인미수 방조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 남성이 범행을 함께 공모한 공동정범이거나 교사한 배후 세력으로 보지는 않았다.

경찰은 김 씨 범행 당시 흉기가 이 대표의 와이셔츠를 뚫고 지나가면서 뇌경정맥 손상 부상을 입힌 것으로 봤다. 만약 흉기가 와이셔츠를 통과하지 않았으면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사건 송치 이후에도 검찰과 긴밀히 협력해 의혹이 남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공범이나 배후세력이 있는지 계속 추적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 2일 오전 부산 강서구 대항전망대로부터 13m 떨어진 곳에서 이 대표에게 지지자인 척 다가가 미리 양날을 갈고 손잡이를 빼 개조한 등산용 흉기로 목 부위를 지른 뒤 현장에서 붙잡혔다. 부산경찰청은 68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를 차려 9일간 이번 사건을 수사해 이날 김 씨를 구속 송치했다. 부산지검은 지난 2일 1차장검사가 팀장을 맡고, 공공수사부장이 주임검사로 역할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가동했다. 이 본부에는 공공수사부서와 강력전담부서의 4개 검사실이 들어가 앞으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엄정히 처리하겠다"고 방침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