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줄줄이 '어닝쇼크'…코스피 "호재가 없다"

배태웅 2024. 1. 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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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 전망 한달 새 3% 내려가
사진=최혁 기자

상장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시작된 가운데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이 잇달아 ‘어닝쇼크’를 발표하면서 주가도 미끄러지고 있다. 다른 주요 업체들도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어 증시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0일 삼성전자는 1.47% 하락한 7만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2.35% 하락한데 이어 이날도 약세를 이어갔다. 8만원에 근접했던 지난 2일(7만9600원)과 비교하면 7.5%가량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날 1.68% 빠진 41만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두 회사 모두 전날 증권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를 밑돈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약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전날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2조8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증권가 컨센서스(3조7441억원) 보다 25.2% 낮은 수준이다. LG에너지솔루션도 컨센서스를 42.4% 하회한 3382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지난 8일 가장 먼저 4분기 실적을 발표했던 LG전자 역시 증권가 전망치(6394억원)에 못 미친 338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데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주요 상장사들의 어닝쇼크가 예상된 결과였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통상적으로 4분기가 되면 상장사들이 일회성 인건비 지출이나 손실 비용 등을 한꺼번에 반영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11~12월 사이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치가 높아진 영향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애널리스트들은 주가가 많이 오르면 후행적으로 실적 전망을 높이는 경향을 보인다”며 “증시 상승 국면에서 목표주가에 도달했다고 매도나 중립 의견을 내긴 어려우니 목표주가를 높이며 전망치도 같이 높인 경우가 다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상장사들의 실적 전망은 최근 하향세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4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상장사 269개사(증권사 전망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기준)의 영업이익 전망치 합산액은 36조8377억원으로 집계됐다. 1개월 전 38조73억원에 비해 3.07% 하향됐다. 실적 전망이 10% 넘게 하향된 기업은 27개, 반면 10% 이상 상향된 기업은 5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호실적을 이어간 현대차는 최근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3조7575억원으로 1개월 전대비 2.2% 하향됐다. 기아도 한 달 전 대비 영업이익 전망이 1.7% 내려가 2조935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포스코홀딩스 역시 한 달 새 4분기 전망치가 14.5% 하향돼 영업이익이 9816억에 그칠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업체 중에서는 엘앤에프의 실적 전망치가 최근 한 달 사이 가장 많이 하향된 것으로 나타났다. 엘앤에프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개월 전 126억원에서 이날 기준 69억원으로 45.4% 낮아졌다. 현대제철도 4분기 영업이익 전망이 기존 2544억원에서 1619억원으로 36.4% 깎였다. 호텔신라(-28.0%), 롯데관광개발(-27.3%), 아모레퍼시픽(-18.3%), 엔씨소프트(-17.5%) 등도 실적 전망이 크게 하향된 종목이다.

어닝쇼크가 이어진다면 최근 조정 국면인 증시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작년 하반기 내수경기 부진을 겪은 유통·서비스 업종은 수출주보다 어닝쇼크 강도가 더 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수출주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 회복 국면이었지만 내수주는 하반기 상황이 좋지 못했다”며 “내수주 개별 종목들의 경우 어닝쇼크가 단기적으로 주가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수출주보다 더 높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부진 경계감과 함께 오는 13일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와 상장사들의 실적 가이던스가 향후 증시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대형주 중심으로 외국인의 매도세가 나오는 경향도 있다”며 “4분기 실적 발표보다 상장사의 연간 실적 가이던스가 주가에는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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