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청년정치 돌풍…89년생 총리와 95년생 야당 대표 경쟁[딥포커스]

김성식 기자 2024. 1. 10.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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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선거 5개월 앞뒀는데…연금개혁·고물가에 대통령 부정평가 68%
대선 패한 극우야당 세대교체 선수…마크롱은 최연소 총리로 민심회복 모색
34세인 가브리엘 아탈 새 프랑스 총리가 9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엘리자베트 보른 전 총리와 이취임 연설을 하고 있다. 2024.1.10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교육부 장관이 9일(현지시간) 34세의 나이로 최연소 총리에 임명되자 프랑스에선 청년정치 돌풍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대선에서 2위로 패배한 극우 야당이 아탈 총리보다 6살 어린 조르당 바르델라로 일찌감치 당 대표를 바꿨기 때문에 가능했다. 양측의 맞대결은 오는 6월 치러지는 유럽연합(EU) 총선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프랑스 대통령실 소식통을 인용해 아탈 총리 임명은 다분히 바르델라 국민연합 대표를 의식한 인사라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소식통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바르델라를 상대할 인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며 지난해 11월 시장을 방문한 아탈 장관에게 셀카 요청이 쇄도한 것을 계기로 대통령실이 그를 차기 총리로 낙점했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흉기 난동이 벌어진 북동부 도시 아라스의 고등학교를 방문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 오른편에 있던 가브리엘 아탈 교육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신임 총리로 임명됐다. 2024.1.9.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실제로 아탈 장관의 지지율은 6개월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달 실시한 정치인 호감도 조사에서 아탈 장관은 에두아르 필리프 전 총리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은 27%에 그쳤고, 부정 응답은 68%로 치솟았다. 지난해 의회 표결을 건너뛴 채 은퇴 연령을 늦추는 연금법 개정을 강행한 데다 전기요금 인상 등의 여파로 고물가 상황이 지속된 여파 탓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국민연합은 이민자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우며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 분노를 당 지지율과 바꿔나갔다. 프랑스 일간 레제코의 의뢰로 정치연구소 엘라베가 실시해 지난 4일 공표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연합의 지지율은 마크롱 대통령이 몸담은 르네상스(19%)보다 8%포인트 높은 27%를 기록했다.

또한 마크롱 대통령이 단행한 '젊은 피' 수혈은 국민연합이 선수를 쳤던 전략이다. 지난 2022년 4월 대선에서 마린 르펜 후보가 패배하자 국민연합은 같은 해 11월 전당대회를 열고 바르델라 유럽의회 의원을 당대표로 선출했다.

2022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민연합 전당대회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조르당 바르델라(오른쪽)가 전임 당대표이자 대선 후보였던 마린 르펜의 손을 잡고 있다. 2022.11.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현재 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 선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마크롱 대통령으로선 승부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EU 내 영향력을 계속 유지하려면 르네상스 의석수가 뒷받침돼야 한다.

아탈 장관의 총리 등판은 위기에 빠진 당정 지지율을 회복할 필승 카드로 평가됐다.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정부 대변인을 맡아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7월 교육부 장관 취임 직후 헌법의 세속주의를 근거로 교내 아바야(이슬람교 여성 의상) 착용을 금지해 보수 민심도 사로잡았다. 여론조사업체 IFOP 관계자는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아탈 장관은 "바르델라의 부상을 막고 싶어 한 마크롱 대통령이 가진 최고의 카드였다"고 평가했다.

여당 내 반응 역시 긍정적이다. 이날 르네상스 소속 피에르 카제뇌브 하원의원은 "강력한 총리가 유럽의회 선거 운동을 이끌어야 한다"며 아탈 장관의 총리 임명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프랑스 국민연합의 당대표로 선출된 조르당 바르델라. 2022.11.05.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반면 국민연합은 자신감을 드러냈다. 르노 라바예 국민연합 사무총장은 레제코와의 인터뷰에서 "아탈 장관에 맞서 효과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바르델라의 능력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합 부대변인도 '아탈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아탈 장관이 총리직도 지금과 같이 잘 수행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프랑스 사회가 지난해 연금개혁과 이민법 개정을 거치면서 극심한 정치적 분열을 겪은 데다 총리 자리 자체가 '독이 든 성배'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에선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외치와 내치를 담당하는데, 국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총리가 모든 정치적 책임을 떠안는다. 엘리자베트 보른 총리가 전 물러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탈 장관과 바르델라 대표는 이미 지난 대선 토론과 총선에서 여러차례 TV 토론장에서 만난 사이다. 이날 바르델라는 소셜미디어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마크롱 대통령이 아탈 장관의 인기에 편승해 정권 심판의 고통을 완화하려 했지만, 오히려 교육부 장관을 몰락의 길로 끌고 갔다"며 대대적인 공세를 예고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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