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퇴원 날, 수사결과 발표한 경찰…"정치신념으로 범행" (종합)
당적 비공개…"보수성향 유튜브 시청한 것으로 파악"
'남기는 말' 지난해 4월 작성돼…흉기구입도 같은 시기
李 8일 만에 퇴원…"증오의 정치 끝내는 이정표되길"
[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습한 피의자 김모(67)씨의 당적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을 김씨의 범행 동기로 판단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이 대표가 대통령 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이 대표는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부산경찰청 수사본부는 10일 오후 이 대표 피습 사건에 대한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는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이 연기되는 등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에 불만을 품었다. 곧 있을 총선에서 피해자가 특정 세력에게 공천을 줘 다수의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로 살해를 결심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변명문(남기는 말)이라는 제목으로 범행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작성한 8면 분량 메모장에도 유사한 취지의 내용이 반복적으로 기재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김씨의 범행 동기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디지털 포렌식 자료와 참고인 진술, 프로파일러의 진술 분석 등을 종합하면 결국 피의자의 주관적인 정치적 신념이 극단적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김씨의 범행은 정치적 신념으로 인한 것으로, 김씨의 당적이 범행 동기 파악에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경찰은 현행 정당법에 따라 김씨의 당적을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다만 경찰은 “김씨가 주로 보수성향으로 평가되는 (유튜브) 채널을 시청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해 4월부터 범행을 하기로 결심하고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지난해 4월 인터넷으로 구입한 흉기를 범행에 용이하게 개조했으며, 이 대표를 쫓아다니는 동안 흉기를 소지했다. ‘남기는 말’도 흉기를 구입한 시점인 지난해 4월 초안을 작성해 몇 차례 수정작업을 거쳐 완성했다. 김씨는 이 대표의 현장 일정을 다섯 번 따라갔으며, 여섯 번째였던 부산 현장에서 범행을 저질렀다. 김씨는 이 대표 외 범행대상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의 사이코패스 검사는 정상이었고, 정신질환으로 볼 만한 이상징후도 없었다.
경찰은 김씨의 범행에 공범과 배후가 있는지 중점적으로 조사해왔다. 경찰은 현재까지 공범이나 범행을 교사한 배후세력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씨는 범행을 혼자 계획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압수물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과 통화 내역, 거래, 계좌, 행적 수사 등을 통해 수집한 증거물을 분석한 결과 조력자 70대 남성 1명을 방조범으로 검거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 남성은 피의자로부터 범행을 사전에 들어 알고 있었고, 범행 이후 메모를 가족과 언론 매체 등에 전달할 것을 약속하고 실제 일부 행동에 옮겼다”고 부연했다.
김씨는 지난 2일 오전 10시 50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 전망대를 방문한 이 대표에게 지지자인 것처럼 사인을 요청하고 목 부위를 흉기로 찌른 뒤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후 부산경찰청은 68명으로 수사본부를 차려 사건을 수사해왔다.
경찰은 지난 9일 열린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 결과에 따라 김씨의 신상정보를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에서 여러 의견이 나왔으나 공공이익성과 범죄 중대성이 공개 요건에 미치지 못했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쯤 부산 연제경찰서 유치장에 있는 김씨를 검찰로 구속 송치했다.
한편 이 대표는 피습 8일 만에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마치고 퇴원했다. 그는 “모두가 놀란 이번 사건이 증오의 정치·대결의 정치를 끝내고 서로 존중하고 상생하는 제대로 된 정치로 복원하는 이정표가 되길 소망한다”며 “상대를 죽여 없애야 하는 전쟁 같은 정치를 이제는 종식해야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 역시 다시 한번 성찰하고 희망을 만드는 정치로 되돌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의연 (sey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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