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관광 활성화 나선 전주…고즈넉한 분위기, 미식 여행도 일품
갑진년, 청룡의 해를 맞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전주'가 제격이다. 청룡포를 입고 있는 이성계 어전을 보는 것만으로도 뜻깊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매년 수많은 인파가 찾는 곳으로, 매년 빠르게 변화하는 곳이기도 하다. 매혹적인 문화와 건축, 모두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식까지. 최근에는 쇼핑관광의 메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예스러움과 현대적 트렌드를 동시에 느끼며 나만의 여행 DNA를 깨우고 싶다면 지금 당장 떠나보자. 별다른 계획 없이 떠나도 신세계가 펼쳐진다.
▶ 경기전 이성계 어진 '인상적'
오전 8시 39분, 용산역에서 출발한 KTX는 오전 10시 18분에 전주역에 도착했다. 전주를 새해 초 여행지 택한 이유는 청룡의 느낌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크다. 전주와 청룡, 도통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전주는 용과 관련한 설화 등은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 청룡의 해를 맞아 첫 여행지로 전주를 택한 건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이성계 어진을 본 기억이 선명해서다. 이성계 어진은 일반적으로 임금이 입던 붉은색 옷이 아닌 파란색 옷 중앙에 황금용이 있는 청룡포를 입고 있다. 조금은 특별하게 진품과 마주하며 새해 다짐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기대감이랄까. "그래, 이성계 어진 원본이 전주 어진박물관에 있었지. 한옥마을도 함께 둘러보며 제대로 기(氣)한 번 받아보면 좋겠는걸."
아뿔싸, 어진박물관은 지난해 3월 27일부터 증축 공사를 시작해 올해 4월 4일까지 휴관이다. 꿩 대신 닭이다. 전주 경기전으로 발길을 옮긴다. 전주 경기전에는 원본은 아니지만 이성계 어진이 있고, 어진의 위엄은 원본과 차이가 없다. 게다가 한옥마을에 있으니 이동의 수고로움도 줄일 수 있다.
▶여행자를 위한 '전북쇼핑트래블라운지'
새해 다짐이란 목적 달성이 끝나고 나니 특별히 할 게 없다. 사실, 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아무런 계획 없이 훌쩍 떠나는 '낭만'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게 전주다
전주의 객리단길에는 전북쇼핑트래블라운지가 있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지난달 14일 이경윤 대표 등 주요 임원과 함께 '전북쇼핑관광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이경윤 전북문화관광재단 대표는 "전북쇼핑트래블라운지를 통해 전주의 맛집과 멋집을 비롯해 쇼핑까지 더해진 전주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고 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주의 쇼핑은 객사를 중심으로 오거리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면 시작된다. 반짝이는 조명이 인상적인 의류·잡화 매장, 아늑한 카페와 식당이 모여있다.
전북쇼핑트래블라운지는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하는 곳으로, 전주를 비롯한 전북 14개 시군의 기념품과 지역 공예작가의 판로 지원 및 여행 정보 등을 제공한다. 짐 보관, 쇼핑관광객 대상 교통 및 숙박 예약 컨시어지 서비스, 우산 대여, 보조배터리 대여 등 편의제공도 지원한다. 외국인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대상 쇼핑관광 편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즉시환급형 사후면세점 발굴 목적으로 면세판매장 등록 대행 등 행정 대행 서비스 지원 등이다. 전주를 찾는 모든 여행객을 위한 맞춤형 여행지 추천은 기본, 더 나아가 전북 여행 전체를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라는 얘기다. 송설아 전북쇼핑트래블라운지 센터장은 "전북트래블라운지는 관광객들이 체험하고,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라며 "향후 더 많은 체험을 진행, 여행객들이 즐거운 추억을 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쇼핑트래블라운지가 있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은 지난달 14일 이경윤 대표 등 주요 임원과 함께 '전북쇼핑관광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소개
전주 주요 여행지로는 덕진공원, 팔복예술공장, 전라감영, 한옥마을, 전주현대미술관 등이 있다. 전주와 인접한 익산과 완주로 범위를 넓히면 둘러볼 곳은 더욱 많아진다. 익산의 경우 미륵산성, 원불교 익산성지, 가람문학관, 나바위성당을 추천한다. 완주는 대한민국술테마박물관, 오성한옥마을, 삼례문화예술촌, 완주전통문화공원 등 가족과 함께 방문하면 좋은 곳이 많다.
▶금강산도 식후경 '힐링의 시간'
새해 다짐이란 목적 달성과 함께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나니 허기와 피로가 몰려온다. 전주는 미식의 도시다. 웬만한 식당 아무 곳에 들어가도 만족스러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겠지만, 첫 끼는 일단 비빔밥이다. 전주하면 비빔밥이다. 대신 어디서나 쉽게 접하지 못하는 맛을 찾아 발길을 옮긴다. 갑기회관, 이곳에는 약재비빔밥이 있다. 육회가 올라간 비빔밥 정도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비빔밤을 30여 년간 연구한 김정옥 명인이 연구 먹는 것만으로 약이 될 수 있도록 시판까지 6개월가량 연구를 한 결과물이다. 천문동, 맥문동 등 약재를 우린 물로 지은 밥에 황포묵, 은행, 우엉, 당근, 콩나물 등을 고명으로 올린다. 고추장도 사과와 배 등을 첨가해 만들어 손님에게 내어준다.
비빔밥 다음은 콩나물국밥이다. 전주하면 비빔밥과 함께 콩나물국밥이 많다. 콩나물국밥집을 파는 곳은 여러 곳이 있지만, 미가옥을 추천한다. 미가옥은 오픈 주방 형태로 운영된다. 주인장이 파와 고추, 마늘을 다지며 손님을 맞는다. 토렴식 콩나물국밥으로 맛이 일품이다. 오징어를 추가하면 더욱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맨밥과 함께 나오는 새우젓 무침이 별미다.
삼백집도 콩나물국밥으로 전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지만, 수란이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대신 한우선지온반은 한 달 전 숙취도 해소되는 듯한 만족감을 준다. 동창갈비는 1984년 문을 연 전주의 노포 맛집이다. 양념갈비지만 흔히 보는 양념갈비와 달리 양념 색이 연하다. 흡사 수원왕갈비와 같은 느낌이다. 은은한 계피향과 달콤, 짭조름한 양념 맛이 일품이다.
진미반점은 전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물짜장 맛집이다. 화교가 운영하는 곳으로 현지인이 즐겨 찾는다. 물짜장은 순한맛과 매운맛이 있고, 탕수육의 경우 중국식 탕수육으로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요리를 별도로 판매하는 것도 특징이다.
가맥(가게+맥주)집의 원조 격인 '전일슈퍼'에는 늘 사람이 북적인다. 오랜 노포가 주는 레트로 감성을 느끼며 삼삼오오 모여 갑오징어, 황태와 함께 맥주를 즐긴다. 황태와 갑오징어가 대표메뉴지만, 현지인처럼 가맥을 즐기고 싶다면 계란말이 주문이 필수다. 연탄불양념삼겹살과 김밥, 오징어볶음과 어묵탕을 주로 내어놓는 오원집도 전주 맛집 중 하나다.
혹시 전주 여행에서 남부시장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은혜쌍화탕을 꼭 방문하는 게 좋다. 1000원~2000원의 금액으로 한방쌍화탕부터 식혜, 매실차, 생과일주스 등을 맛볼 수 있는 극강의 가성비 찻집이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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