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코로나 치료제·백신, 성공률 절반 이하… 실패 원인 '이것'

이창섭 기자 2024. 1. 10.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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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백서 발간
신약개발사업단, 4년간 29개 연구 지원… 13개만 '성공' 판정
근거자료 제시 부족이 가장 큰 원인… 외부 환경 변화도 영향
"기업이 자발적 역량 개발했다는 데 의의"

국가신약개발사업단(사업단)이 지원한 국내 코로나19(COVID-19) 치료제·백신 연구의 성공률이 절반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년간 정부 지원금 1649억원을 투자해 29개 개발 과제를 지원했지만 13개만이 성공 판정을 받았다. 규제기관 품목허가를 받아낸 치료제는 1건, 백신은 전무했다. 근거자료 제시 능력 부족 등이 개발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방역 완화 등 외부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사업단은 전날 이같은 내용이 담긴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신약개발사업단 백서 2020-2023'을 발간했다. 백서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사업단이 지원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연구 과제의 성과와 한계를 망라했다.

사업단은 '보건의료기술진흥법' 제5조에 근거해 2020년 8월 설립됐다. 주관부처는 보건복지부다. 지난해 12월까지 활동을 지속했다.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지원 7건, 백신 12건, 비임상시험 10건을 포함해 총 29개 연구 과제를 선정해 지원했다.

7개 치료제 임상시험 R&D(연구·개발)에 정부 지원금 819억원이 투입됐다. 12개 백신 임상시험 지원에는 767억원, 10개 비임상시험에는 63억원이 사용됐다. 4년간 정부 지원금 약 1649억원이 쓰였다.

29개 연구 과제 최종 평가에서 '성공' 판정을 받은 건 13개뿐이다. 성공률이 44.8%다. 연구 성과가 사업단과 기업 측이 상호 합의한 목표에 도달했거나 최종 평가 결과가 우수 또는 보통이라면 성공으로 판단한다.

치료제 연구 과제에서 국내외 규제기관 허가를 얻은 건 셀트리온의 '렉키로나'가 유일하다. 렉키로나는 2021년 한국과 유럽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파키스탄,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7개 국가에선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백신에선 국내외 규제기관의 허가를 획득한 제품이 없었다. 유바이오로직스의 '유코백'이 국내에서 수출용 품목허가를 받았을 뿐이다. 유코백은 현재 필리핀에서 품목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15개 과제는 '성실 실패' 판정을 받았다. 1개 과제는 '불성실 실패'였다. 사업단은 "연구 과제가 성실하게 이행됐으나 결과가 상호 합의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를 성실 실패라고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불성실 실패는 사전에 합의한 개발 수행 과정과 절차를 심각하게 위반했거나 연구 결과가 극히 불량한 경우다.

'성실 실패' 판정을 받은 15개 연구 과제를 분석한 결과 '추가 근거자료 확보 필요'와 '최종목표 미달성'이 가장 많은 실패 사유로 지적됐다. 각각 14건으로 17.5% 비율을 차지했다.

사업단은 "이 경우 계획된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이유로 개발 방향성이 흔들리는 일이 빈번해 최종적으로 과제의 방향성을 잃어버리고 최종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이라며 "주로 개발 측면보다는 과학적 사실 발견에 중심을 두고 진행하는 과제에서 많이 발생하는 실패 사유"라고 설명했다.

실패 사유 중 '상위 단계 IND(임상시험 계획 신청) 미제출'은 11건이었다. 13.8% 비율이다. '개발 가능성 부족'과 '연구항목 미달성'은 각각 8건으로 10.0%를 차지했다. 아예 개발이 중단된 사례는 4건(5.0%)이었다.

이런 사유들은 외부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치명률이 낮아지면서 기업들은 임상시험 환자 모집을 어려워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지속적으로 출연해 연구하던 치료제·백신의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결정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방역 완화 분위기로 가면서 치료제·백신 개발 필요성과 상업화 가능성이 낮아졌다.

사업단은 "개발 과제 다수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임상시험 기간 내 연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다음 단계 진입에 대한 정당성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적으로 방역 체계가 완화하는 등 급변하는 요인에 의해 기업의 개발 동력이 약화한 측면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고 했다.

그러나 실패의 상처만 남은 건 아니다. 실패의 경험에서 제약사들은 연구 데이터와 자체 기술을 확보하는 등 일부 성과를 남겼다. 가령 코로나19 혈장 치료제를 개발하던 GC녹십자는 "세균·바이러스 유래 감염병에 대한 혈장 유래 면역글로불린 치료제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구충제 '니클로사마이드'를 활용해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던 대웅제약도 "장기 지속형 주사 제형의 가능성을 확인해 미래 팬데믹 상황에서 1회 외래 방문을 통한 약물 투약 기술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단은 "향후 신·변종 감염병 발생 시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 플랫폼을 확보하는 등 기업이 자발적으로 역량을 발견하고, 축적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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