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돌아온다는 싸이월드, 미워도 다시 한번?
분사, 임금 체납 등 '고난' 겪어…싸이월드제트 인수
빈번하게 약속 어기고 재정적 상황 불투명해 우려 사
2000년대 중후반 우리나라의 인터넷 문화를 이끌었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싸이월드'를 기억하시나요? '미니홈피'를 만들어 원하는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설정하고, 자신만의 작은 캐릭터 '미니미'를 둘 수 있었던 게 특징이죠.
하지만 싸이월드는 2010년대에 들어서며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사람들의 기억에 잊혔습니다. 그러다가 2021년 신생법인 '싸이월드제트'가 싸이월드를 부활시키겠다고 했지만, 지금까지도 잘 이뤼지지 않고 있는데요. 추억이 고스란히 잠들어있는 싸이월드의 부활을 다시 한번 믿어도 될까요?
3200만명이 쓰던 '국민 시조새 SNS'
싸이월드의 역사는 생각보다 깁니다. 대한민국 SNS의 시조새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1995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을 다니던 서광식 씨는 학부 프로젝트로 인맥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서 씨는 이게 좋은 사업 아이템이라 여기고 아예 이 프로젝트를 다룬 석사 논문을 냅니다. 그리고 1999년 싸이월드를 창업했습니다. 2001년에는 미니홈피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싸이월드는 초창기 별 유명세를 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2002년 말 커뮤니티와 클럽 서비스를 하던 '프리챌'이 유료화를 선언하자 프리챌 이용자가 싸이월드로 대거 넘어왔습니다. 엄청난 속도로 불어난 이용량(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한 싸이월드는 2003년 네이트온과 네이트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됐습니다.
2011년 싸이월드 가입자 수는 3200만명에 달했습니다. 웬만한 사람이 하나씩 갖고 있는 게 싸이월드였죠. 하지만 그게 정점이었습니다.
그에 앞서 2009년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지만 싸이월드는 잘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2012년 싸이월드 애플리케이션(앱)이 나왔지만 이미 모바일 최적화에 한발 늦은 상황이었습니다.
'도토리 경제' 중심 서비스의 변화도 없었습니다. 싸이월드의 유료 재화인 도토리는 미니미에 스킨(옷)을 입히거나 미니홈피를 꾸밀 수 있는 '스킨' 구매에 쓰였습니다. 도토리로 음원을 사 미니홈피 배경음악으로도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 전부터 싸이월드는 구매한 음원을 MP3 파일로 다운로드하지 못하게 하고 고가의 미니미 스킨 출시 등으로 비판받고 있었는데요. 사실상 유료화 정책이었는데, 당시 페이스북, 트위터(현재 X)와 같은 무료 SNS가 등장하며 더 비교됐죠.
2013년 12월, 경영난을 겪던 SK커뮤니케이션즈가 싸이월드를 분사시킨 이후 싸이월드는 격랑으로 빠집니다.
싸이월드는 2016년 프리챌 창업자였던 전제완 씨에게 인수돼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2019년 전 씨가 국세청에 사업자 폐업 신고를 한 사실까지 전해지며 이용자의 추억이 완전히 지워질 위기에 처합니다. 또 임금체불로 전 대표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받는 일도 벌어집니다.
'양치기' 경력과 불분명한 재무 상태
고난을 겪던 싸이월드에 한 줄기 빛이 들었습니다.
2021년 2월, 신설법인 싸이월드제트가 전 씨로부터 싸이월드를 1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싸이월드제트는 엔터테인먼트사 '스카이이앤앰'을 비롯한 코스닥 상장 2곳, 투자사 3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세운 법인입니다. 10억원은 전 씨가 갖고 있던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하는데 쓰이는 조건으로 설정된 금액이었습니다.
하지만 싸이월드제트 인수 이후 싸이월드는 그 전보다도 신뢰를 잃었습니다. 이용자와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인수 한 달 뒤 싸이월드제트는 싸이월드 웹 서비스만 열 예정이었지만 원활한 접속을 위해 5월로 미룬다고 발표합니다. 이후 오픈 시기를 7월, 11월, 12월로 계속 미루다가 다음해인 2022년 4월2일 일명 '싸이데이'가 되어서야 싸이월드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복원했다던 사진과 동영상, 다이어리가 열리지 않는 이용자가 대부분이어서 원성을 샀죠.
그러다가 지난해 8월, 120여일간의 장기 점검을 하겠다며 싸이월드 서비스를 멈췄습니다. 120여일이 지났지만 싸이월드는 열리지 않으며 또다시 약속을 어겼습니다.
싸이월드제트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는 것도 이용자를 불안하게 합니다. 2021년 자동차부품업체 CBI로부터 8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시장 진출을 앞둔 기업에 대한 투자)를 받은 사실과 2021년 재무상황(NICE평가정보 기준 매출 29억6300만원, 영업이익 8700만원) 외에는 이 회사의 재정 상황에 대해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2020년 싸이월드 데이터 서버 비용이 연간 약 6억원에 달하는 것이 전해진 만큼 싸이월드제트가 재정적으로 튼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싸이월드의 복원도 어려운데 메타버스, 도토리 대체불가토큰(NFT) 사업 등에도 손을 대서 안 그래도 부족한 자금이 더 분산됐을 것"이라며 "그동안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만큼 이를 뒤집을 서비스를 가져와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싸이월드제트 측은 곧 싸이월드 3.0을 완성한다고 밝혔는데요. 싸이월드제트가 이번에는 전 국민의 추억이 담긴 싸이월드를 온전히 복구할 수 있을까요?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최현서 (stringstand@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