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있다고 사기 쳐야 무서워한다"…이란 사회 신랄 비판 '노 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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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란에서 문제적 인물이다.
10일 개봉한 '노 베어스'는 파나히 감독이 처한 현실과 그를 억압하는 이란 사회의 부조리한 면모를 함께 보여준다.
영화 속 파나히(파나히가 직접 연기했다) 감독은 튀르키예와 접경 지역인 이란 한 산골마을에서 영화를 촬영 중이다.
마을촌장은 마을에서 통행을 금기시하는 길을 지나가려는 파나히 감독에게 "곰이 나온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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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접경 마을서 이란 현실 표현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이란에서 문제적 인물이다. 그는 반체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탄압을 받아 왔다. 반정부 시위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2010년 체포돼 실형 6년과 20년 활동 금지 처분을 받았다. 그는 영화를 마음대로 찍을 수 없고, 해외에 나갈 수 없다.
파나히 감독은 게릴라처럼 촬영해 첩보원처럼 영화를 해외에 내보내왔다. 그는 가택연금 상태에서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찍거나(‘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현장을 지휘할 감독을 대리로 내세우는(‘닫힌 커튼’) 식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케이크에 파일을 감춰 칸영화제에 신작(‘이것은 영화가 아니다’)을 보내 해외에서 깜짝 공개하는 방식으로 상영을 하곤 했다.
탄압받는 이란 거장의 신작
파나히 감독의 영화들은 칸국제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 등에서 매번 환대받아 왔다. ‘닫힌 커튼’(2013)과 ‘택시’(2015)로 베를린영화제 각본상과 황금곰상(최고상)을 각각 받았다. ‘세 개의 얼굴들’(2018)은 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했다. 10일 개봉한 ‘노 베어스’는 파나히 감독이 처한 현실과 그를 억압하는 이란 사회의 부조리한 면모를 함께 보여준다.
영화 속 파나히(파나히가 직접 연기했다) 감독은 튀르키예와 접경 지역인 이란 한 산골마을에서 영화를 촬영 중이다. 그의 촬영 팀은 국경 건너 튀르키예에 있다. 영화는 튀르키예에 난민으로 체류 중인 이란 중년 부부가 프랑스로 가기 위해 위조 여권을 구하는 과정을 그린다. 파나히 감독은 온라인 영상으로 촬영 현장을 보며 지시를 내린다. 인터넷 연결이 잘 되지 않아 난항을 겪는다.
파나히 감독은 밖에 나와 사진 촬영을 하다 곤경에 처한다. 마을에는 여자가 태어날 때부터 남편이 정해지는 오래된 전통이 있다. 마을 주민과 촌장은 파나히 감독이 어느 젊은 여성과 남성이 함께 있는 사진을 찍지 않았냐며 추궁한다. 여성은 정혼자가 이미 있는데, 다른 남성과 함께 있는 사진이 있으면 서로 사랑한다는 증표가 되고 마을에 괜한 분란이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사람들 괴롭히는 전통의 망령
영화는 무관한 듯 관련 있는 두 개의 이야기를 교차시키며 이란의 현실을 표현한다. 파나히 감독이 촬영하는 영화 속 남녀는 불우하다. 이란을 벗어난 사람들은 술을 마실 수 있고, 히잡을 쓰지 않아도 되나 그들에게는 이란이라는 망령이 여전히 따라다닌다. 마을의 젊은 남녀는 서로 사랑하나 전통을 가장한 인습에 발목 잡혀 있다. 영화 속 남녀도, 현실의 남녀도 불행하고 불행하다. 영화를 마음껏 찍을 수 없고, 마을 원로들의 무리한 요구에 응해야 하며 당국의 눈길까지 피해야 하는 파나히 감독 역시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영화 제목은 마을촌장의 말에서 따왔다. 마을촌장은 마을에서 통행을 금기시하는 길을 지나가려는 파나히 감독에게 “곰이 나온다”고 경고한다. 하지만 나중에 파나히 감독에게 곰은 있지도 않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곰이 있다고 해야 무서워서 사람들이 가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곰들은 없다’는 뜻의 제목은 마을의 평화를 위해선 전통을 지켜야 하고 개개인의 삶은 통제돼야 한다는, 근거 없는 맹신에 대한 힐난이다. 이슬람 종교를 앞세워 국민을 억압하고, 서구의 개입을 내세워 자유를 옥죄는 이란 신정 정부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2022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10일 개봉했다.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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