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우울증엔 ‘이것’도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 위험도 더 커지는 양상”
주 52시간 초과 장시간 노동은
남녀 모두에게 우울증 가능성↑
장시간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와 달리 ‘가정과 직장 간 갈등(FWC, Fmaily-Work Conflict)’을 경험할 때 우울증 위험이 더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같은 장시간 노동을 하더라도 일하는 내내 자녀 하원·하교 시간, 집안일 등을 신경 써야 하는 여성 노동자가 더 큰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사과정 이가린씨·김지환 연구교수·김승섭 교수는 지난 3일 국제직업환경보건학회지에 ‘장시간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가정과 직장 간 갈등이 있을 때 우울증 위험이 더 커진다’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했다. 이 연구는 2020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서 실시한 6차 근로환경조사(KWCS)의 자료를 활용했다. 야간교대 근무를 하지 않는 정규직 임금노동자 2만384명(남성 1만189명, 여성 1만195명)이 표본이다.
가정과 직장 간 갈등 경험 비율은 남성(43.1%), 여성(49.5%) 모두 40%를 웃돌았다. 가정과 직장 간 갈등은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자주 가족에 대한 책임 때문에 일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느꼈나?’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자주 가족에 대한 책임 때문에 일할 시간을 낼 수 없다고 생각했나?’라는 질문으로 판단했다.
주 52시간 초과 장시간 노동은 남녀 모두에게 우울증 발생 가능성을 높였다. 주 52시간 초과 그룹에서 남성, 여성의 우울증 비율은 각각 38%, 36.1%였다. 주 52시간 이하 그룹에선 각각 28.2%, 27.7%로 낮아졌다.
다만 장시간 노동을 하는 남녀 노동자 중 가정과 직장 간 갈등으로 인해 우울증 발생 위험이 더 커진 것은 여성 노동자였다. 가정과 직장 간 갈등 수준이 높은 여성 집단은 장시간 일한 여성 노동자가 장시간 일하지 않은 여성 노동자보다 우울증 발병 가능성이 35% 더 높게 나타났다. 가정과 직장 간 갈등 수준이 낮은 여성 집단에선 장시간 노동과 우울증 발병 간 연관성이 없었다. 장시간 노동을 하는 남성 노동자의 경우 가정과 직장 간 갈등 수준이 우울증 발병에 미치는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다.
이가린씨는 “유교 이념과 가부장적 사회 전통의 영향으로 여성이 가사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남녀가 비슷한 수준으로 가정과 직장 간 갈등을 겪는다고 해도 그 스트레스는 여성 노동자에게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여성 노동자 건강을 이해할 땐 직장과 가정의 스트레스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승섭 교수는 “여성에게는 가정도 직장처럼 과업이 있는 공간일 경우가 많다. 이 연구는 여성 노동자 건강에 직장 내 유해인자와 가정 내 유해인자가 미치는 영향을 통합적으로 보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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