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고·가·요”…열어보니 2천만원, 쇼핑백 기부천사 또 오셨네

오윤주 기자 2024. 1. 1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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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11시께 충북 괴산군 불정면 행정복지센터 1층에 한 중년 남성이 들어섰다.

강 팀장은 "당시 민원인을 응대하느라 이 남성과 말 한마디도 섞지 못했다. 복지센터에 들어왔다가 쇼핑백을 두고 간 시간이 30초도 채 안 될 정도로 '휙' 하고 사라졌다. 고맙다는 말도 못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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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불정면 행정복지센터에 3년째 기부…모두 9005만원
괴산 불정면 ‘쇼핑백 기부천사’가 지난 8일 불정면 행정복지센터에 두고 간 돈 다발. 괴산군 제공
“이·거·놓·고·가·요”

지난 8일 오전 11시께 충북 괴산군 불정면 행정복지센터 1층에 한 중년 남성이 들어섰다. 그는 익숙한 듯 주민복지팀을 찾아 강귀연 팀장 책상에 회색 종이가방(쇼핑백)을 놓았다. 강 팀장은 당시 한 민원인과 대화 중이었다. 이 남성은 손가락으로 봉투를 가리키며 민원인 뒤에서 입 모양으로 “이·거·놓·고·가·요”란 말만 남기고 돌아섰다.

가방 안엔 노란 고무줄로 묶은 오만원권 돈다발 4묶음이 들어 있었다. 100장씩 묶은 돈다발은 400장으로, 모두 2천만원이었다. 강 팀장은 “당시 민원인을 응대하느라 이 남성과 말 한마디도 섞지 못했다. 복지센터에 들어왔다가 쇼핑백을 두고 간 시간이 30초도 채 안 될 정도로 ‘휙’ 하고 사라졌다. 고맙다는 말도 못 했다”고 말했다.

불정면 행정복지센터는 이 남성을 지난 2021년부터 수시로 돈을 기부하는 ‘쇼핑백 기부천사’로 기억한다. 2021년에 200만원과 805만원, 2022년엔 두 차례 1천만원씩을 두고 갔다. 지난해 1월과 7월엔 2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두 차례 두고 갔다. 지금까지 모두 9005만원이다.

강 팀장은 “이름 등이 알려지는 것을 바라지 않아 묻지 않았지만, 안경, 살짝 희끗희끗한 머리, 수수한 차림새,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나이 등으로 미뤄 이번에 기부한 남성이 지난 2021년부터 수시로 쇼핑백에 성금을 넣어 기부하는 동일 남성으로 추정한다”며 “불정면에 사는 분이라는 정도만 안다”고 말했다.

불정면은 이 남성이 기부한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로 입금했으며, 이 남성이 바라는 대로 저소득층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쓸 참이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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