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도 몰랐던 국방장관 암수술...“무단 결근, 경질해야” 美 발칵
1월1일 중환자실 입원, 1월4일에야 통보 받아
NYT “국방장관의 무단 결근 대수롭지 않게 보는 백악관 더 놀라워”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70)은 작년 12월초 전립선암 진단을 받고, 12월22일 메릴랜드주 베서스다에 있는 월터 리드 미군 국립 병원에서 전신마취를 하는 전립선제거술을 받았다. 이어 요로감염 등의 합병증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1월1일 다시 이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지금까지도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정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국가안보보좌관 등 백악관 참모들, 미 합참의장 등은 오스틴 장관의 전립선 수술 사실은 물론, 그가 계속 병원에 입원 중이라는 사실조차도 1월4일이 돼서야 통보받는 황당한 ‘소통 두절’ 상태가 발생했다. 오스틴 장관 자체가 사적인 문제에 대해선 극도로 노출을 꺼리는 인물인 탓이었다.
심지어 조 바이든 대통령은 9일이 돼서야 국방부의 공개 성명을 통해, 오스틴 장관이 애초 입원한 병명(病名)이 전립선암이라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에야 오스틴 장관이 입원 중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그의 치료 원인이 전립선암이라는 것은 오늘(9일) 아침 알았다”고 말했다. 군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자신의 국방장관이 암 진단을 받고 수술한 사실과, 계속 입원 중인 사실들을 계속 수일 이 지나서 조금씩 알게 된 것이다.
오스틴 장관은 또 전립선제거술과 중환자실 입원을 위해 두 차례 장관 권한을 캐슬린 힉스 부(副)장관에게 이양하면서도,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 국방부에서 오스틴 장관의 수술과 입원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국방부 대변인과 대외 담당 차관보 등 다른 참모들도 힉스 부장관이나 백악관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 대변인은 9일 기자들로부터 “바이든 대통령은 이러한 시일 경과(time-lapse)를 수용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최적(optimal)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군 통수권자나 백악관 안보보좌관, 또 국방부의 다른 지도부가 알지 못한 채 이런 상황이 이처럼 오래 가는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면서도 “대통령은 이 상황을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비서실장은 9일 각 부처에 장관의 권한 이양이 발생하는 상황이 예상되면 이를 미리 백악관에 서면으로 통보하고 실제 이양이 이뤄지면 재차 통보하는 것 등을 골자로 한 메모를 회람시켰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이번 사안의 전개 과정에 대한 별도의 조사를 시작했으며, 1월 5일 미 국방부의 첫 발표 직전에 병명 없이 오스틴 장관의 ‘입원 사실’만 통보받은 미 의회의 양당 지도부도 이 사안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8일 미 국방부는 “오스틴 장관이 5일 저녁부터 월러 리드 미군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 장관직 수행을 재개했다”고 발표했다. 오스틴 장관은 그의 상황을 묻는 미 언론 매체의 문의가 쇄도하고 ‘잠적’이 파장을 일으키자, 6일 짧은 성명을 냈다.
오스틴은 이 성명에서 그는 “투명성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이해하며, 대중이 더 적절하게 통보받을 수 있도록 했어야 했다. 더 잘하겠다”면서도 “이는 나의 의료 절차이고, 공개 여부에 대한 내 결정은 내가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밝혔다.
한편, 백악관은 오스틴 장관을 여전히 “신뢰한다”고 밝혔고, 미 국방부 대변인은 9일 “오스틴 장관은 사임할 의사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브렛 스티븐스는 9일자 칼럼에서 오스틴 장관의 무단결근(AWOL) 사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려는 백악관 분위기를 비판하고 “그의 쾌유를 빌지만, 미 국방장관과 미국은 현재의 국제 질서에서 무단결근할 수 없다”며 “이번에 보인 그의 직무유기는 매우 심각해, 오스틴의 즉각적인 사임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멘의 후티군이 미국 선박에 구멍을 내 즉각적인 대응이 필요한 상태에서, 전투사령관이 국방부로부터 지시를 받으려 했다면 이번 경우엔 수 시간이 낭비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주도의 글로벌 질서(팩스 아메리카나)를 포기한다고, 미국이 그냥 뉴질랜드보다 조금 큰 나라 정도의 멀리 떨어져 있고 무해한 나라로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등을 돌리면 세계는 바로 미국의 등을 찌른다”며 “미국의 국방장관은 아무도 관심 없는 뉴질랜드 국방장관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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