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홍콩 ELS도 고점에 팔더니…은행들, 2021년에만 ETF 17조 판매
2차전지 테마 등 흥했던 지난해에도 6조 판매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3년 전 홍콩H지수가 역대 고점을 찍은 시점에 판매된 관련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이 연이어 확정되고 있는 가운데 비슷한 시기 판매한 상장지수펀드(ETF)도 17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은 코스피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사상 최고에 다다른 시기다. 안전자산을 맡기러 온 은행 고객들에게 이미 오를대로 오른 금융투자상품을 적극 판매했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또 한번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신한·NH·하나·우리)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간 판매한 ETF 편입 특정금전신탁 규모는 32조6725억원으로 나타났다. ETF는 코스피200 등 대표 주가지수나 기타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 펀드로, 증권사 앱을 통해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하지만 은행에서도 신탁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이번 집계에는 퇴직연금신탁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판매된 ETF는 포함되지 않아 이를 모두 포함할 경우 은행 창구를 통해 판매된 ETF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7조1004억원어치는 국내외 주식시장이 고점을 찍은 2021년 1년 새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9년(1조1356억원) ▲2020년(5조5485억원 ▲2022년(2조8038억원) ▲2023년(11월까지·6조842억원)이 판매됐다. 2021년 한해에만 2019년의 16배, 2020년의 3배에 달하는 규모를 판매한 것이다.
이는 홍콩H지수가 고점을 찍은 2021년 H지수 기초 ELS를 적극 판매한 양상과 유사하다.
2021년 2월부터 9월까지 약 7개월 간 코스피는 3000포인트를 웃도는 구간에 머물러 있었으며 특히 6월에는 최고 3316.08을 기록했다. 코스피 사상 최고점이다. 이후 코스피는 하락곡선을 그리며 현재 2500선대까지 후퇴했다.
3년 전인 2021년 1월11일 대표적인 개인 투자 종목 중 하나인 KODEX200(코스피200 지수 추종)에 투자했다면 수익률은 마이너스(-) 19%다. 2021년 4만2997원까지 올랐던 이 ETF는 지난해 9월 2만7334원까지 떨어진 뒤 현재 3만6530원까지 회복한 상태다.
지난해에는 2차전지 등 테마형 ETF들이 뜨며 6조원이 넘게 판매됐다. TIGER2차전지 ETF 주가는 지난해 7월 4만5725원 고점을 찍은 뒤 현재 2만6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은행들이 ETF 편입 특정금전신탁으로 벌어들인 신탁보수 총액은 5년 간 33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절반에 달하는 1650억원을 2021년 한해 동안 벌어들였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금융투자상품을 시장 과열기에 집중적으로 많이 판매했다는 점에서 은행들이 또 한번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달부터 손실이 확정되고 있는 홍콩H지수 기초 ELS 역시 홍콩H지수가 1만2000포인트를 넘으며 고점을 찍은 2021년 집중적으로 판매됐다.
증시 과열기에는 지수가 추가 상승 보다 하락세를 그릴 가능성이 큰데도, 은행 직원들 입장에선 한창 오르고 있는 우상향 그래프를 보여주는 것이 투자자를 더 쉽게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탁은 고객이 지시하고 금융사가 대신 운용해주는 상품이지만 실제 고객이 직접 투자를 지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부분은 은행 창구에서 제시하는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을 보고 직원 권유에 따라 운용하게 된다.
특히 은행 신탁을 통해 가입한 고객들이 주식 앱 이용자보다 ETF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 직원들이 적합성의 원칙을 잘 지켜 팔았을지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직접 주식앱으로 거래하면 수수료도 낮고 실시간 거래 강점도 살릴 수 있다는 점을 잘 아는 투자자들은 은행을 찾기보단 직접 매매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융사는 고객의 투자 목적, 경험, 재산 등을 고려해 상품 투자가 적합한지를 판단하고 권유해야 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점 진입이 고객 수익률에 좋지 않음에도 오히려 투자 열기를 틈타 은행 권유나 판매가 활발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국내 주식으로 대부분 이뤄진 테마형 ETF는 안정적 예치를 목적으로 은행을 찾는 고객들이 할 만한 상품으로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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