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공격 수위 높이는 이스라엘·헤즈볼라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간 갈등으로 중동지역 확전 위기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양측이 무력충돌의 수위를 점차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양측은 “전면전은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암살 작전과 보복 공격을 주고 받아 역내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헤즈볼라는 이날 공격용 드론으로 이스라엘 북부 제파트(사페드) 지역의 북부군 사령부 기지를 비롯해 이스라엘군 기지 최소 6곳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전날 헤즈볼라 최정예 라드완 부대의 고위급 지휘관인 위삼 하산 알타윌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폭사하자 ‘보복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알타윌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어진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무력 충돌로 사망한 헤즈볼라 인사 가운데 최고위급이다.
이날 공격으로 이스라엘 북부 전역에 공습 사이렌이 올렸다. 다만 이스라엘군은 공격으로 인한 피해나 사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즉각 레바논 남부를 겨냥한 공격에 나섰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우리 공군이 레바논 남부에서 헤즈볼라 공군부대 지휘관인 알리 호세인 부르지를 제거했다”며 차량 폭격 영상을 공개했다. 영국 가디언은 부르지가 알타윌의 장례식 현장 인근에서 공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레바논 남부 키르베트 셀름에서 열린 장례식에는 수천여명의 지지자들이 집결했다.
이스라엘군은 부르지가 제파트 군기지 공격을 지휘했다고 주장했으나, 헤즈볼라는 이를 부인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부르지 외에도 3명의 헤즈볼라 대원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뒤 국경 일대에서 연일 무력 충돌을 이어왔다. 양측이 2006년 34일간 전쟁을 벌인 이후 최대 규모 분쟁으로, 이러다 또 다시 전면전이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석달 가까이 충돌이 이어지면서 주민 수만여명이 레바논·이스라엘 국경 양쪽에서 대피했다. 이스라엘 북부에선 8만여명이 대피했고, 레바논 남부에서도 국경 일대에서 주민 7만6000여명이 북부로 피란을 떠났다. 지난 석달간 레바논에선 130여명의 헤즈볼라 대원을 비롯해 180여명이 사망했고, 이스라엘에선 군인 9명과 민간인 4명이 숨졌다.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은 이날 방송 연설에서 “우리는 레바논에서 전쟁을 확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이스라엘이 (전쟁을) 확대한다면 이를 억제하기 위한 최대한의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역시 미국의 거듭된 경고에도 필요하다면 헤즈볼라와의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https://www.khan.co.kr/world/mideast-africa/article/202401091618001
전면전은 양측 모두에게 부담이 큰 선택이다. 이미 심각한 경제위기에 놓인 레바논은 전면전이 벌어지면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이스라엘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전쟁을 벌이는 와중 자국 영토의 북부와 남부에서 ‘두 개의 전쟁’을 치르는 것이 여러모로 부담이다.
미국 역시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벌일 경우 승산이 높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근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정보국(DIA)은 전면전을 벌일 경우 전력 분산으로 이스라엘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내부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상황은 점차 아슬아슬한 수위를 향해 치닫고 있다. 헤즈볼라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이날 공격이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약 14㎞ 떨어진 제파트 군기지를 겨냥했다며 “헤즈볼라가 이 지역까지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역시 지난 2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헤즈볼라와 하마스 간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하마스 3인자를 살해하는 등 레바논 심장부 공격을 감행해 갈등에 불을 붙였다. 그간 양측의 분쟁은 주로 국경 일대에 한정돼 왔다.
레바논 주둔 유엔 평화유지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며칠간 더 많은 충돌이 발생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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