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겨울스포츠의 미래...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빛날 별들

박정욱 기자 2024. 1. 1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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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정욱 기자]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엠블럼(왼쪽)과 슬로건. /사진=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홈페이지
'드디어 올림픽의 해가 밝았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4년 새해를 맞아 내놓은 첫 인사말이다.

올해는 4년마다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축제인 '하계올림픽'이 오는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2024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각 종목 선수들은 상반기에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등 각종 대회와 예선 경기에서 올림픽 티켓을 차지하기 위해 뜨거운 경쟁을 펼쳐야 한다.

파리 올림픽에 앞서 새해를 여는 첫 달 19일부터 2월 1일까지는 대한민국 강원도에서 '동계청소년올림픽'이 아시아 최초로 펼쳐진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 새해의 문을 열고, 2024 파리 하계올림픽이 하반기로 들어서는 7월에 세계인을 스포츠 열기로 몰고간다.

지난 9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올림픽의 해'를 여는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의 개막이 바짝 다가왔다. 성인 스포츠 스타들이 대거 참가하는 하계 및 동계 올림픽에 비해 관심과 주목을 덜 받는 현실이지만, 동계스포츠의 미래를 책임질 예비스타를 미리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은 매우 의미있는 대회다. 한국 겨울스포츠의 미래도 미리 엿볼 수 있다.

동계청소년올림픽을 거쳐 세계적인 빅스타로 성장한 예가 꽤 많다. 동계 청소년올림픽에서 우승한 뒤 곧바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로 우뚝 선 선수로는 에일린 구(중국·프리스타일스키), 클로이 김(미국·스노보드), 비르크 루드(노르웨이·프리스타일스키)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7일 경기도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제78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신지아. /사진=뉴시스
IOC는 공식 홈페이지(olympics.com)에서 '2024 강원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주목할 미래의 올림픽 스타들'을 소개했다. 한국의 신지아(피겨스케이팅) 최가온 이채운(이상 스노보드)을 비롯해 일본의 시마다 마오, 스위스의 나오키 로시(이상 피겨스케이팅), 미국의 애니카 헌트, 슬로베니아의 미하 오세르반(이상 알파인 스키), 이탈리아의 플로라 타바넬리(프리스타일 스키) 등이다.

또 별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청소년 유망주'를 모아 조명했다. 신지아 김현겸(피겨스케이팅), 이채운 최가온(스노보드), 소재환(봅슬레이), 정희단(스피드스케이팅) 등 한국의 메달 기대주들이다.

신지아(영동중)와 김현겸(한광고)은 그동안 동계청소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에서 활약한 한국의 피겨 스타 김연아와 유영, 차준환 등의 뒤를 이어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미래를 이끌어 갈 차세대 유망주다. 두 선수는 지난해 10월 15일 열린 동계청소년올림픽 국가대표 선발대회를 통해 이번 대회 출전을 확정했다.

신지아. /사진=뉴시스
2008년생 신지아는 2022년 4월에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 선수가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한 것은 김연아 이후 16년 만이었다. 2023~2024시즌에도 두 차례 출전한 ISU 주니어그랑프리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고, 지난해 12월 열린 왕중왕전인 주니어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은메달을 따내 한국 선수로는 김연아(2004~2005시즌) 이후 18년 만에 두 시즌 연속 입상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7살 때 스케이트를 접한 후 급성장해 또래 선수들을 능가한 뒤 어느새 선배 언니들마저 제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 1, 2차 대회에서 김예림 이해인 등 쟁쟁한 선배들을 꺾고 연속 우승해 성인 무대에서도 통하는 실력을 뽐냈다. 지난 7일 열린 제78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도 1위에 올라 대회 2연패를 차지했다. 이해인(세화여고) 김채연(수리고) 등 대표팀 선배들을 모두 제쳤다. ISU의 연령 제한 규정 때문에 세계선수권대회 등 시니어 무대에 아직 서지 못하지만, 이번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기량을 점검한 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는 출전할 수 있어 더 큰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12월 열린 2023~2024 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 남자 싱글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현겸. /사진=대한빙상경기연맹
2006년생 김현겸은 지난해 10월 3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있었던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채화식에 참석해 성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지켜봤고 성화 봉송 릴레이 주자로도 참여해 누구보다 이번 대회를 기다려온 선수다. 김현겸도 신지아처럼 지난해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2016~2017시즌 동메달을 목에 건 차준환보다 한 단계 더 높은 한국 남자 선수 사상 최고 성적이었다.

김현겸과 신지아는 당시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쇼트 프로그램 1위에 올라 동반 금메달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튿날 프리 스케이팅에서 부진해 역전 우승을 허용한 아쉬운 기억을 함께 안고 있다. 이번 대회가 그 때의 아픔을 씻어낼 좋은 기회다.

지난해 12월 2023~2024 FIS 스노보드 월드컵 남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이채운. 사진=뉴시스
이채운(수리고)과 최가온(세화여중)은 이미 세계 정상급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스노보더로, 이번 대회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다.

2006년생 이채운은 14살 때 이미 국가대표로 선발돼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최연소 선수로 참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 결선에 나선 25명 중 18위에 올라 가능성과 함께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는 2022년 세계스키연맹(FIS)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하프파이프 1위, 슬로프스타일 3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둔 뒤 지난해 2월 미국과 캐나다에서 열린 하프파이프 월드컵에서 각각 4위에 올라 한국 선수 역대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이어 지난해 3월 조지아에서 열린 FIS 프리스타일·스노보드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해 하프파이프 1위를 차지하며 한국 스키·스노보드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남자 빅에어와 하프파이프 종목에서 2관왕을 노린다.

지난해 12월 2023~2024 FIS 스노보드 월드컵 여자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스노보드 최가온. 사진=뉴시스
2008년생 최가온의 성장세는 더욱 놀랍다. 2022년 최연소 국가대표 로 발탁되는 기록을 세운 뒤 그해 열린 4차례 국제대회(FIS 하프파이프 선수권대회, 북미컵 2회, FIS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하프파이프 종목을 모조리 석권하는 성과를 거뒀다. 2023년에도 미국의 익스트림 스포츠 대회 X게임 슈퍼파이프와 듀 투어 수퍼파이프에서 연거푸 정상에 올랐다. 특히 X게임에서는 2018 평창,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2연속 우승한 클로이 김의 종전 기록을 6개월이나 앞당기며 사상 최연소(14세 3개월) 우승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12월에는 2023~2024 FIS 스노보드 월드컵 하프파이프 결선에서 우승하며 이번 대회 금메달 희망을 더욱 키웠다. 한국 선수가 설상 종목 월드컵에서 우승한 것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직전에 '배추보이' 이상호가 스노보드 월드컵 평행 대회전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후 사상 두 번째다.

지난 9일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대회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봅슬레이 소재환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07년생 소재환(상지대관령고)은 한국 썰매 종목의 선구자인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금메달리스트 윤성빈의 뒤를 잇는 봅슬레이 차세대 주자이자 국가대표팀의 막내다. 지난해 2월 태인 체육장학금 대상자로 선정돼 윤성빈으로부터 직접 장학금을 전달받으며 메달의 꿈을 더욱 키웠다. 당시 윤성빈은 "이번 장학금을 계기로 더 열심히 노력해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되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넸다.

그 첫 관문인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의 썰매 종목 대회 첫 메달에 도전한다. 그는 지난해 3월 강원도 평창에서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의 예선을 겸해 열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주관 오메가 유스 시리즈 3, 4차 대회에 출전해 남자 모노봅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는 우승 뒤 "1년 뒤 올림픽이 열리는 트랙에서 금메달을 따 기쁘다. 내년 올림픽은 물론 다른 대회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10월 20일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제58 전국남녀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500m 결승에 출전한 정희단. /사진=뉴스1
2007년생 정희단(선사고)은 성덕여중 시절이던 2022년 5월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단거리)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지난해 4월 한국 빙속 에이스 김민선과 함께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2023~2024시즌 개막을 앞둔 지난해 8월 김민선 박지우 등 국가대표팀 선배들과 함께 캐나다 캘거리 전지훈련을 통해 체력과 경기력을 끌어올렸고, 지난해 12월 ISU 주니어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여자 500m 1위(39초33)에 올랐다. 그는 '빙속 여제' 이상화(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공동조직위원장)와 2016 릴레함메르 동계청소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민선의 뒤를 잇는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미래이자 이번 대회 금메달 유망주로 평가받는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왼쪽부터 김유성, 강민지, 주재희, 정재희. /사진=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홈페이지
'효자종목' 쇼트트랙은 두 말이 필요없다. 싹쓸이 금메달이 목표다. 7개 세부 종목(남녀 500m, 1000m, 1500m, 혼성 계주) 가운데 최소 4개의 금메달을 노린다. 단거리 강민지(인천동양중)는 여자 500m 금메달 후보다. 그는 지난해 12월 열린 ISU 주니어 쇼트트랙 월드컵 2차 대회 여자 500m 1차 레이스에서 동메달을 땄고,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 획득에 힘을 보탰다. 여자 대표팀의 정재희(한강중), 남자 대표팀의 김유성(한광고) 주재희(한광고)도 금메달 후보다.

olympics.com은 또 '스포츠 패밀리'의 일원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하는 유망주도 거론했다. 이탈리아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다니엘라 체카렐리의 딸인 라라 콜투리는 알바니아 국가대표로 알파인스키에 출전한다. 프리스타일스키 종목의 유력한 우승 후보인 에스토니아의 헨리 실다루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켈리 실다루의 남동생이다. 프리스타일 스노보드에 출전하는 일본의 무라세 유라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빅에어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무라세 고코모의 여동생이다.

이번 대회를 관전할 때 꼭 기억해야할 이름들이다.

박정욱 기자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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