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여성·돌봄’이 호황 이끈 작년 취업 시장… 올해는 한풀 꺾일 듯

세종=박소정 기자 2024. 1. 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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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고용률 63% ‘최고’·실업률 2.7% ‘최저’
제조업·청년보다 돌봄·노인 등 활력 더 큰 덕
취업자 수 증가, 작년 33만명→올해 23만명
정부 “기저효과 탓… 건설 복병, 청년 주력”

지난해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고용 성적표’는 의외로 긍정적이었다. 고용률은 최고였고, 실업률은 최저였다. 60대 이상의 노년층과 여성, 그리고 고령화·저출산에 따른 ‘돌봄 수요’ 증가가 이런 결과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고용의 활력이 고령층 중심으로 발생하고, 우리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과 청년층의 고용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등 질적인 한계도 적지 않다.

우리 고용 시장은 올해도 양호한 흐름을 보이겠지만, 작년만큼의 호황을 누리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등에서 촉발된 건설업 불황 여파를 경계하고, 청년층 취업률 끌어올리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13일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23 마포구 노인 일자리 박람회'에서 한 노인이 구직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고용률 최고·실업률 최저인데, 제조업·청년 성적 아쉬워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23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인구의 고용률은 62.6%를 나타내 1963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9.2%, 경제활동참가율은 64.3%로 역시나 최고치를 줄줄이 기록했다. 실업률은 2.7%를 나타냈는데,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전반적으로 노인과 여성 그리고 돌봄 업종 증가세가 이런 성적을 견인한 양상이다. 지난해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32만7000명)의 대부분을 60세 이상(36만6000명)이 이끌었다. 고용률로도 60세 이상(45.5%)이 전년 대비 1%포인트(p) 상승해, 전 연령대에서 30대(+1.6%p·78.9%) 다음으로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 고용률이 54.1%로 전년에 비해 1.2%p 상승했다. 남성 고용률(71.3%)이 0.2%p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여성의 경우 30대(3.6%)에 이어 60대 이상(1.5%)에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산업별로는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14만3000명 증가해 증가세가 가장 뚜렷했다.

서울의 한 대학교 취업게시판에서 채용정보를 살펴보는 대학생 모습. /뉴스1

반면 제조업 분야 성적은 부진했다. 지난해 4만3000명 줄어들었는데, 2020년(-5만3000명)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2022년 제조업 취업자 수가 호황을 보인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며 “다만 지난해 마지막 달 자동차·반도체·선박 등을 중심으로 제조업 취업자 수가 12개월 만에 증가 전환한 것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했다.

청년층(만 15~29세)의 고용 성적도 뚜렷한 개선세를 나타냈다곤 보기 힘들다. 이들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9만8000명 감소했는데, 전체 인구 감소분을 고려한 고용률로 보더라도 46.5%로 전년 대비 0.1%p 하락했다.

작년 한 해 고용 동향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반도체 등 제조와 관련된 자본 집약적 부분에서 경기 부진에 따른 고용 악화가 두드러졌고, 과거 일을 많이 안 하던 여성과 노년층에서 새로 고용 시장에 진입하는 모습이 관찰된다”며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돌봄 수요가 계속 있기 때문에 해당 시장에 유입되는 인력도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인천 연수구 송도신도시 신축아파트 공사 현장의 모습. /뉴스1

◇ “올해 건설 경기 부진 여파, 지방 청년 일자리 사업 관건”

이런 고용 호황은 지난해 정점을 찍고 올해부턴 한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지난 4일 내놓은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 취업자 수는 23만명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기록한 연간 성적(32만7000명)에서 10만명가량 빠지는 수치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2년간 장기 추세를 큰 폭 상회했던 고용 흐름이 추세 수준으로 복귀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단 인구 감소분을 고려한 고용률의 경우 지난해 62.6%에서 62.8%로 현상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건설 경기와 청년층 일자리 회복 등이 내년 고용 호황 지속 여부를 가를 요소로 보고 있다. 우선 올해 건설업계 취업자 수의 본격적인 감소가 우려되는 것이 첫번째 복병이다. 지난해 건설업 취업자 수는 211만4000명으로 전년(212만3000명) 대비 0.4%(9000명) 줄었다. 여타 제조업·도소매업과 비교해 감소 폭이 작긴 했지만, 이는 아직 건설 경기 상황이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건설업 특성상 인허가를 받고 착공에 들어가야 건설 인력이 투입되는 형태인 만큼, 이것이 고용 지표로 반영되기까지 짧게는 3~6개월, 길게는 1년 정도가 소요된다. 그간엔 선행된 착공 물량을 바탕으로 건설 고용 지표가 유지됐지만, 태영건설 사태 등으로 건설 경기가 악화한 상황을 반영하면 추후 건설 고용 인력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정책이 얼마나 고용 시장에서 효과를 발휘할지도 정부가 주목하는 요소다.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청년들의 비수도권 지역 취업 불호 현상을 줄이기 위해 출퇴근비 등을 지원하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등 이른바 지방 ‘빈 일자리’ 해소 방안을 펼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이 밖에 노인 일자리 확대에도 힘쓰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 노인 일자리를 88만3000명대에서 103만명대까지 늘리고, 노인 일자리 수당도 2018년 이후 6년 만에 인상한다고 밝혔다. 고령자 계속고용장려금 지원 기간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돌봄 수요가 지속해 증가하고 여성·고령층 중심의 노동 공급 확대로 인해 보건 복지·공공 행정 서비스업 고용 증가세는 지난해와 같이 올해에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자리 전담반(TF)’을 중심으로 고용 여건과 리스크 요인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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