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美 기업 지배하던 'ESG 경영'...기피 용어로 전락
실제 평가 이익 적고 정치 논란 가능성 커져
기존 정책 유지하지만 '책임 경영' 같이 이름만 변경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이하 현지시간)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를 뜻하는 ‘ESG’라는 용어가 점차 미 기업인 사이에서 사라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UNGC는 2004년 보고서에서 ESG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하며 국제 금융기관들이 기업에 투자할 때 재무적인 요소 외에 ESG를 포함한 비 재무적 요소를 반영해 투자하라고 권했다. 이후 연기금을 비롯한 세계 주요 금융조직에서 기업들에게 ESG 정보 공시를 요구했으며 기업들 사이에서는 ESG 정책이 상식처럼 자리 잡았다. 유럽연합(EU)과 미국, 싱가포르, 홍콩은 2025년부터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며 한국은 2025년 시행이었던 공시 의무화를 2026년으로 미뤘다.
그러나 최근 미 업계에서는 ESG 평가에 회의적인 모습이다. 미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기준으로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반영된 500대 기업 가운데 실적 발표에서 ESG를 언급한 기업은 61곳에 그쳤다. 2021년 4·4분기 실적발표에서 ESG를 거론한 기업은 155개였다. 코카콜라의 경우 2022년에 2022년 '비즈니스와 ESG'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비즈니스와 지속가능성'으로 제목을 바꿨다.
분위기가 바뀐 이유는 우선 투자자 입장에서 ESG의 중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2018년 초에 ESG를 내세우며 화석에너지를 많이 쓰는 기업에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블랙록은 대신 재생 에너지 관련 투자를 늘렸지만 큰 이익을 얻지 못했고 오히려 화석에너지 관련 기업들은 계속 좋은 성적을 거뒀다. 블랙록은 올해 들어 투자자 보고서에 ESG라는 용어 자체를 언급하지 않았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하는 우파 진영에서는 기업들이 ESG를 내세워 환경과 인종, 성별 갈등에서 좌파적인 편향성을 보인다며 비판했다. 공화당의 론 디샌티스가 주지사를 맡고 있는 플로리다주에서는 2022년 공립학교 저학년 대상으로 성소수자 교육을 금지했으며 성소수자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였던 디즈니는 이에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디샌티스와 우파 진영은 이에 곧장 디즈니를 공격했고 양쪽은 지금까지도 대치중이다.
디샌티스는 지난해 5월 주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관련 기관이 기업 투자 결정시 ESG 요소를 반영하면 안된다는 주정부 법안에 서명하기도 했다. 텍사스주 등 다른 우파 지역에서도 기업들의 ESG를 위선적인 자본주의라며 비난하고 있다.
미 금융서비스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사이 미국 내 ESG 관련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만 최소 140억달러(약 18조4716억원)였다. 래리 핑크는 지난 6월 발표에서 ESG라는 용어가 좌우 진영에서 모두 “무기화”되었다며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WSJ는 기업들이 ESG 경영대신 책임 경영같은 용어로 논란을 피하고 있지만 실제 정책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업 자문사로 활동하는 미 법무법인 폴웨이스의 브래드 카프 회장은 "대부분의 기업은 ESG 계획에 맞춰 경영을 하고 있다"며 "다만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지 않거나, ESG 대신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컨설팅업체 테네오에서 지난달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진행중인 ESG 프로그램을 줄이겠다고 밝힌 CEO는 전체 8%에 불과했다. 오히려 기업들은 ESG 중에서도 그나마 정치권에서 논란 가능성이 적은 친환경 경영(E)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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