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없어, 좀비시장 됐다" 문 닫는 증권사들…홍콩증시에 무슨 일이
中 국영기업 연이어 민영화 후 홍콩증시 떠나,
'고인물' 감독은 안돼…韓 ELS시장에 충격파
"홍콩 증시, 2005년 이후 최악의 출발."
홍콩 SCMP(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024년 첫 주 홍콩증시에 대해 10일 이렇게 평가했다. 홍콩 항셍지수는 새해 첫 주 3% 내렸다. 19년 전인 2005년 첫 주 4.6% 하락한 이후 가장 큰 첫 주 낙폭을 기록한 것이다. 지난 8일에도 전일 대비 1.9% 내렸고 9일도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160여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홍콩 증시가 말 그대로 버블처럼 꺼진다. 연초 최악 출발은 최근 수년간 이어진 잔혹사가 계속된다는 징후다. 시장의 암운은 더 짙어진다. 홍콩증시는 4년 연속 하락한 가운데 지난해에만 약 14% 내렸다. 미국 나스닥이 43%, 일본 닛케이225가 28% 상승했고 한국의 코스피와 인도 센섹스도 20% 가까이 상승한 것에 비하면 더 할 말이 없다.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좀비 시장' 분위기마저 읽힌다. 한국의 광복절인 지난해 8월 15일은 이런 흐름이 정점에 다다랐던 날이다. 총 2600여 종목이 상장된 홍콩증시에선 그날 865개 주식이 하루 종일 단 한 주도 거래되지 않았다. 10만달러 미만 산발 거래 주식은 1384개로 절반이 넘었다. 지난해 연간 홍콩 평균 일일 거래량은 400억달러 수준이다. 테슬라 하루 거래량이 300억달러가 넘는다.
블룸버그는 지난 2022년 홍콩에서 49개 증권사들이 문을 닫은 데 이어 지난해도 30여곳이 문을 닫았다고 집계했다. 거래수수료 수입이 사라지니 증권사들이 문을 닫고 증시는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다.
지난해 홍콩에선 총 55개사가 상장폐지됐는데 그 중 12개는 자발적 상장폐지였다. 종위그룹 사례처럼 민영화한 중국 국영기업들이 유행처럼 홍콩을 떠난다. 정부가 방치하는 시장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신규 상장은 급감한다. WSJ(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일 지난해 홍콩증시 IPO(기업공개) 규모가 58억8000만달러(약 7.7조원)로 2001년 이후 가장 적었다고 전했다.
홍콩에 상장한 중국 국영기업들은 줄줄이 추가로 민영화를 준비 중이다. 이들도 완료되는 대로 홍콩증시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국영기업 지수를 중심으로 구성된 H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증권사들의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가 버틸 재간이 없다. 이미 손실이 3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 금융감독원은 최근 이에 대한 판매한도 관리 미흡 등을 포함해 현장 검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첫 증권 거래 기록이 18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데다 항셍지수의 역사만 75년에 달하는 홍콩증시에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홍콩 안팎의 전문가들은 금융자유 제한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또 다른 이유로 꼽히는 홍콩증시의 대륙화도 뜯어보면 같은 의미다. 지난 2020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으로 사실상 금융자치권이 부정됐다. 외국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무디스는 지난해 12월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강등, 충격을 던졌다. 중국에 가려졌지만 무디스는 며칠의 시차를 두고 홍콩의 전망도 내렸다. 그러면서 △홍콩 증시의 대륙화 △국가보안법 발효를 이유로 꼽았었다. 비슷한 시점에 캐나다 프레이저연구소와 미국 카토연구소는 '인간자유지수 2023' 보고서에서 홍콩의 자유지수가 29위에서 46위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17계단 하락은 미얀마(20계단)와 함께 가장 큰 낙폭이었다.
지난해 초만 해도 홍콩증시엔 중국 리오프닝에 대한 기대감이 읽혔다. 그러나 리오프닝은 글로벌 시장의 위상을 잃고 소중국화한 홍콩증시의 민낯만 만천하에 드러냈다. 중국 기업들의 침체에 그대로 휩쓸렸고, 그나마 버티던 알리바바나 징둥 등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중국 내수 침체 여파에 흔들리자 홍콩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유가 사라져 기능을 잃어가는 시장은 투기판이 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 현지 투자전문가는 "중국 정부는 규제로 우량기업 상장은 막는 대신 홍콩에 고인물처럼 남아있는 아주 오래된 주식에 대해서는 거의 감독을 하지 않고 있다"며 "투기범들이 이를 악용, 부적절한 수단을 이용해 주가를 조작하고 자금을 조달하는데도 이를 전혀 감독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증시 잔혹사는 언제까지 계속될까. 다른 전문가는 "홍콩증시가 이전의 자유도를 회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으며, 미국과 중국 간 경제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의미있는 반등을 보여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반등하더라도 중국 정부가 홍콩에 상하이나 선전보다 나은 지위를 부여할 가능성도 낮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우려가 비등하자 중국 정부는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중국 대표적 온라인 플랫폼인 바이두와 웨이보엔 홍콩증시 상황이 개선될 거라는 전문가들의 포스팅이 새해 들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수십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현지 증권전문가는 "현 홍콩의 부진은 구조적 변화 과정에서 불가피한 고통"이라며 "중국 본토는 홍콩을 망치는 대신 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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