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파더스 대표 "양육비 미지급자 공개가 유죄라니…그저 멘붕"

손의연 2024. 1. 1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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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구본창 배드파더스 대표
양육비 미지급자 신상공개 배드파더스, 대법원 `유죄`
"사적 제재라는 法 판단에 의문…미지급률 80%"
"이런 게 사적 제재면 피해자 움츠러들 수밖에"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 문의 여전, 제도 보완해야"

[이데일리 이영민 손의연 기자] “법원은 우리에게 ‘비방 목적’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가 도운 양육비를 못 받은 피해자만 1000명이 넘어요. 이게 비방과 사적 제재를 목적으로 한 행동이라는 게 이해가 안 되죠.”

“미지급자 공개가 사적 제재? 피해자들 움츠러들 수밖에”

대법원은 지난 4일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온 구본창(61) ‘배드파더스’ 대표에게 벌금 100만원과 선고유예 판결을 확정했다. 1심은 구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고 대법원은 ‘배드파더스가 인격권과 명예를 훼손하는 사적 제재 수단의 일환에 가깝다’는 취지로 최종 유죄 판결을 내렸다.

구 대표는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묻자 “지금 ‘멘붕’에 가깝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 자체를 못 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배드파더스 운영자인 구본창 대표가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사진=이영민기자)
배드파더스는 지난 2018년부터 운영됐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은 부모의 얼굴과 이름 등 신상을 공개하는 사이트로, 이 활동 이후 양육비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배드파더스는 2021년 10월 양육비 미지급자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시행령이 개정되며 문을 닫았다가 이후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양육비해결하는사람들’이라는 사이트로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번 대법원 판결 이후 거취가 불분명해졌다.

구 대표는 “나를 비롯한 사이트 운영자들이 이번 판결로 근본적인 회의감을 가지게 됐고 앞으로 활동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미지급자의 명예와 권리도 중요하고 법치 국가에서 사적 제재는 안 된다는 것엔 동의하지만, 미지급자의 신상 공개가 ‘사적’인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양육비 미지급률이 아직도 80%에 달하는 것만 봐도 법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미투사건이나 학교폭력 문제도 피해자들이 법적으로 해결할 수 없어 가해자가 누구인지 세상에 알린 것인데 이런 것이 사적 제재라면 피해자들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피해자들, ‘소액 벌금’ 각오하고 싸움 택할지도”

대법원 판결 이후 사이트가 유지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지만 구 대표는 피해 양육자들의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피해 양육자들은 법적 절차보다 사이트에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배드파더스 경우 약 2500건의 신상공개로 1000건의 사건을 해결했다. 양육 피해자들은 약 800명의 신상을 공개했는데 이중 300명이 양육비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구 대표는 “배드파더스 이후 복제 사이트가 나오기도 했는데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유사한 사이트가 생길 것”이라며 “판결 이후 향후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의논해오는 피해 양육자들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구 대표는 이번 대법원의 판결을 현실적인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례는 향후 양육비를 받지 못한 피해자들이 ‘싸움’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법원이 양육비 미지급자의 명예도 보호해야 하지만 아이의 생존권을 보호해야 하는 현실을 고려해 선고유예를 내렸다는 이해다.

그는 “피해자들이 ‘소액의 벌금형’을 각오한다면 싸울 수 있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대법원 판결로 ‘양육비’가 내 아이의 생존권이라고 생각하는 양육자와 개인 간 채권·채무 관계로 생각하는 양육자로 구분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어 “소액의 벌금형을 물어도 싸우겠다고 하면 싸우는 것이고 양육자가 벌금형을 무는 가능성까지 감수하면서 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구 대표는 근본적으로 법적 해결이 먼저인데 사이트를 운영하는 동안 법적 조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법적으로 양육비를 받아낼 수 있었으면, 이런 사이트가 다시 생기지도 않았을 거라는 설명이다. 현재 국회에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9건 발의돼 계류 중이다.

구 대표는 “이전 정부도, 현 정부도 선거공약 때 양육비 선지급제나, 얼굴 등 신상공개를 내놨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발의된 9건만 통과돼도 양육비 문제는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통과되는 안이 많아질수록 효과가 커질 것”이라며 강조했다.

손의연 (seyy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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