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행세 접근 가짜 결혼식까지… 6억원 뜯어낸 30대 여성

A씨는 2017년쯤 지인의 술집에서 30대 여성 B씨를 만났다.

이미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 B씨는 미혼인척 행세하면서 A씨와 교제를 했다. A씨는 “한국무용을 전공해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돌아가신 부친으로부터 받은 유산과 레슨으로 번 돈이 있어 광주에 아파트도 가지고 있다. 전남 장흥엔 주택도 있다”며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B씨의 말을 철석같이 믿고 연애를 한 A씨는 양가 부모님과 상견례를 갖고 결혼식까지 올렸다. 상견례와 결혼식때 B씨의 부모와 하객들은 모두 돈을 주고 산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광주 동구 광주고등법원. 뉴시스

A씨는 신혼집을 구입한다는 B씨에게 돈을 모두 맡겼다. B씨는 2020년 11월4월쯤 A씨로부터 신혼집 구입 자금 명목 등 38차례에 걸쳐 5억740만원을 가로챘다. 피해자가 맡긴 5000만원 중 1000만원을 자신의 동생에게 주고 나머지 4000만원은 개인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그 이후 충격적인 진실을 알게 됐다.

B씨는 2015년쯤 다른 남자와 결혼해 자녀를 낳은 사람이었다. A씨를 처음 만날때도 법률혼 관계에 있었다. 한국무용을 전공한 적도 학원을 운영한 적도 없었다. 자신 명의의 아파트도 주택도 소유하지 않았다. 남편과 자식이 있었던 이 여성은 자신의 학벌과 재산, 직업을 속이고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이다.

광주고법 제2-3형사부(재판장 박성윤)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A씨(37·여)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10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혼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역할대행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해 결혼식을 치르고 거액을 가로챘다”며 “피고인의 사기 행각으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은 돌이킬 수 없는 정신적 고통과 큰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분의 피해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는 점 등 모든 양형 조건을 고려할 때 원심의 형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