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겹다, 죽여야지" 부산 학생 성소수자 71%가 들은 말
[EBS 뉴스12]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정체성을 꺼내놓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로 꼽히죠.
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은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해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 부산의 학생 성소수자 10명 가운데 7명이 혐오 피해를 경험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황대훈 기자입니다.
[리포트]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성소수자 지현 씨는 같은 반 남학생이 자신에 대해 혐오발언을 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남학생들끼리의 단체 채팅방에서 지현 씨를 가리켜 "역겹다"고 한 겁니다.
인터뷰: 김지현(가명) / 부산 성소수자 고등학생
"그 친구와 꽤나 친한 사이였는데 뒤에서 그렇게 아웃팅은 물론 제 얘기를 한 것도 모자라서 이제 혐오발언을 한 거다 보니 저는 좀 혼자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아요."
부산지역 학생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한 208명의 학생 가운데 71%는 이처럼 혐오발언을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열 명 가운데 네 명은 학교에서 놀림을 받거나 원하지 않는데 정체성을 공개 당하는 등 부당한 일을 겪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교사에게 혐오발언을 들은 경우도 세 명 가운데 한 명꼴이었습니다.
학교 공동체로부터 배제되어 고립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43%로, 한국 사회 평균보다 두 배나 높게 나온 배경입니다.
인터뷰: 김지현(가명) / 부산 성소수자 고등학생
"(도움을 요청하면) 제가 학교나 선생님들에게도 커밍아웃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또 그렇게 하기는 어려웠고 학교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그냥 그 일을 묻고 그냥 혼자 힘들어 했던…."
실태조사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조사를 진행한 단체는 부산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성소수자의 부당한 피해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인터뷰: 가람 /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부산지부
"한국사회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학생 성소수자들의 사회적 고립감 수치는 그들에게 있어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산시교육청 측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어서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EBS 뉴스 황대훈입니다.
Copyright © E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