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너무 많아서"…상관 계정으로 몰래 '사건 반려' 처리한 경찰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상관 계정을 악용해 고소·고발 사건들을 여러 차례 반려 처리해 온 제주의 한 경찰관이 법정에 선다.

10일 뉴스1에 따르면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위는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돼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A경위는 수사과에 근무하던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상관 계정으로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몰래 접속, 고소·고발 사건 10여건을 반려 처리한 혐의를 받는다.

A경위는 경찰 고소·고발 반려 제도가 폐지되기 전인 당시, 상관 계정을 이용해 몰래 사건 10여건을 반려 처리했다. 고소·고발 사실이 범죄를 구성하지 않을 경우 고소·고발인의 동의를 받고 반려 처리를 해야 했지만, 이 같은 절차를 무시하고 사건을 임의로 조작한 것이다. 현재 해당 제도는 폐지됐다.

이 같은 범행은 2021년 A경위의 장기 병가로 사건을 넘겨받은 동료 수사관들에 의해 밝혀졌다. 재수사 결과 혐의가 확인된 사건 수는 7건으로 모두 사기 사건이었다.

결국 A경위는 2022년 7월 제주경찰청으로부터 강등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 7월 재판에 넘겨졌다. A경위는 수사 과정에서 업무 부담이 과도해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배당받은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오지애 판사)은 조만간 공판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

앞서 서귀포경찰서 소속 B경장의 경우 교통조사팀에서 근무하던 2020년 5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인적 피해가 있는 교통사고 14건을 단순 물적 피해만 있는 교통사고인 것처럼 수사보고서를 꾸며 지난해 징역 1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당연퇴직 처리됐다.

홍효진 기자 hyost@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