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반대에도 '홍김동전' 폐지 강행, KBS는 왜 무리수를 두는 걸까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2023 KBS 연예대상>의 대상은 <1박2일>팀이었지만 시청자들에게 더더욱 화제가 됐던 프로그램은 <홍김동전>이었다. 그래서일까. <홍김동전>은 올해의 예능인상으로 김숙, 최우수상 홍진경, 우수상 주우재로 3관왕을 했다. 그런데 화제성도 높아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아온 이 3관왕의 주인공은 1월 폐지 결정이 났다.
이유는 결국 시청률이다. <홍김동전>은 뜨거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1%대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이처럼 시청률은 낮지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나 SNS에서 <홍김동전>은 화제성이 높은 프로그램이다. 웨이브에서 이 프로그램은 한국방송 비드라마 부문 1위에 오른 바 있고,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집계한 2023년 12월 셋째주에서는 TV, OTT, 온라인을 합쳐 예능 화제성 순위 10위에 올랐다.
폐지 결정에 대한 시청자들의 아쉬움은 '트럭 시위'로까지 이어졌다. '시청자가 반대하는 홍김동전 폐지 결정 누굴 위한 방송이냐'는 문구가 달린 트럭이 등장해 KBS 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폐지 반대 청원도 42건이 올라와 1천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한 예능 프로그램의 폐지 결정과 반대 시위라는 이례적인 사건은 온라인에서도 뜨거운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 사태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OTT 등으로 예능의 트렌드가 옮겨가고 있고,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까지 더해져 생겨난 지상파의 딜레마가 엿보인다. 사실 현재 예능의 트렌드는 유튜브나 넷플릭스 같은 OTT로 옮겨간 지 오래다. 또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도 과거의 본방사수 방식이 아닌 OTT를 통해 원하는 시간대에 소비하는 선택적 소비 방식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KBS 같은 지상파에서는 여전히 시청률을 지표로 활용하고 광고 역시 이 수치과 연관되어 있다는 게 문제다. 예능 프로그램처럼 '새로움'을 추구하는 장르가 없지만, 이 트렌디함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OTT의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OTT 콘텐츠들은 지상파와는 타깃 설정 자체가 다르다. OTT가 취향에 따라 선택되는 콘텐츠들로 채워져 다소 마니아성이 있어도 팬덤이 확실한 프로그램들이 주목받는다면, 지상파는 여전히 마니아성을 벗어나 누구나 다 함께 소비할 수 있는 '보편적 시청자'를 확보한 프로그램이 시청률을 가져간다.
2023년 <KBS 연예대상>의 대상이 <1박2일>에 돌아간 게 우연이 아니다. 장수프로그램에 가까운 <1박2일>이 여전히 대상을 받는다는 건 KBS 예능이 어쩔 수 없이 시청률 기준으로 따를 수밖에 없는 보수성을 드러낸다. 이것은 KBS라는 플랫폼이 가진 어쩔 수 없는 특성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러한 보수성은 예능 PD들의 새로운 기획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의 방식대로하면 KBS에서는 <홍김동전> 같은 제2, 제3의 트렌디하면서 화제성이 높은 프로그램을 시도하면 폐지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마니아성이 있는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고 당연히 시청률이 높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게 반복되다 보면 자칫 <1박2일>과 <불후의 명곡>, <전국노래자랑> 같은 장수 예능 프로그램만 살아남는 기이한 풍경이 연출될 수 있지 않을까.
KBS 내부적으로 <홍김동전> 같은 마니아성이 있지만 트렌디하고 실험적인 신규 예능 프로그램들이 시도되고 또 설 수 있는 발판 마련이 시급하다. KBS 채널이 어렵다면 KBS 앤 조이 같은 케이블 채널을 활용할 수도 있고, 요즘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하고 있는 유튜브를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또 이 정도의 폐지 반대 여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 또한 그냥 방치할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수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의 방송이라면 당연히.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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