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보고 오지 않았다"던 오타니와 안내도 되는 세금 1293억, 세법 개정 이어지나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배려'를 가장한 '꼼수'였던 것인가.
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면세'를 노리고 지급 유예 조항을 자처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LA 타임스(LAT)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캘리포니아 주정부 회계담당자가 의회에 오타니의 지급 유예 문제에 개입하기를 촉구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타니의 면세 가능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캘리포니아주는 미국 50개주 가운데 소득에 부과하는 주세가 가장 높기로 유명하다. 부과 대상 소득 최고위 구간의 주세율이 13.3%에 이른다. 여기에 1.1%의 주 장애보험금이 붙는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고소득자는 연방 최고 소득세율 37.0%와 합쳐 전체 수입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그런데 주세는 캘리포니아주 거주 기간 동안에 납부하기 때문에 오타니가 계약 기간이 끝나고 거주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면 주세를 낼 필요가 없다. 오타니가 지급 유예를 통해 이 부분을 파고들었다는 것이다.
오타니는 지난해 12월 13일 자신의 SNS에 "내년에 뛸 팀으로 LA 다저스를 선택했다"며 다저스와 계약 사실을 알렸다. 알려진 계약 조건은 10년 7억달러인데, 총액의 97.1%인 6억8000만달러를 계약기간 이후인 2034~2043년까지 10년에 걸쳐 나눠받는 지급 유예 조항을 설정했다.
이 부분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다저스가 지속적으로 우승 전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외부 영입을 위한 재정적 부담을 덜어준 오타니의 배려라고 해석했다. 실제 오타니가 지급 유예 아이디어를 먼저 냈다고 한다.
그런데 캘리포니아주를 떠나면 지급 유예된 6억8000만원에 대한 주세를 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날 알려지면서 '꼼수' 계약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캘리포니아 주정부 당국자가 이 부분에 대해 성명을 발표해 주의회에 세법 개정을 촉구했다.
주회계 담당자인 말리아 코헨은 "현행 조세제도는 최고 과세대상에 포함될 정도로 재력이 좋은 사람에 대해 무제한적인 과세 유예를 허용함으로써 과세 구조에 상당한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며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의 지급 유예에 대한 합리적인 제한이 없기 때문에 소득 불균형이 악화되고 세금의 기능인 공평한 분배가 저해되고 있다. 주의회에 이 불균형을 바로잡을 수 있는 즉각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바"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고소득자를 위한 공제와 면세에 상한선을 두는 것은 사회적 책임을 증진시키고 사회 구성원 모두에 공평하고 이익이 돼야 하는 조세 제도 확립에 기여한다"면서 "그러한 조치는 더욱 공정한 조세 시스템을 창출할 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경제적 안정을 조성하는데 있어 직접적으로 추가적인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덧붙였다.
최고위층 소득자인 오타니가 지급 유예를 통해 과세를 피할 수 있게 됐으니, 주세법을 고쳐 이를 막으라는 얘기다.
오타니는 그동안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쌓으며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스포츠 선수의 이상적인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실제 그는 2022년 11월 일본 스포츠매거진 넘버와의 인터뷰에서 "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명예의 전당에 오를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메이저리그 입성 시기를 맞췄다"고 밝혔다.
당시 2억달러를 받을 수 있는 2019년이 아니라 25세 이전인 2017년을 메이저리그 입성 시점으로 선택한데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지급 유예 금액에 대한 면세 논란이 일면서 '결국 오타니도 돈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고개를 들었다.
LAT에 따르면 오타니가 10년 계약이 끝나고 캘리포니아주를 떠날 경우 지급 유예된 금액에 대해 부과될 약 9800만달러(약 1293억원)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프로 스포츠가 직업인 선수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수입을 극대화하는 건 '경제활동의 사회적 책무'와는 상관없다는 옹호론도 존재한다. 불합리한 법과 제도의 문제지 오타니를 탓할 일은 전혀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오타니는 계약기간이 끝나는 2033년 39세로 다저스와 연장계약을 할 수도 있어 면세 가능성을 지금 언급하는 건 '때 이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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