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소프트웨어 보겠다고…장사진 펼쳐진 현대차 부스 [CES 2024]

문광민 기자(door@mk.co.kr) 2024. 1. 10.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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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 전시관에 입장하기 위해 CES 관람객들이 줄지어 서 있다. [문광민]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가 개막한 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컨벤션센터(LVCC) 웨스트홀. 모빌리티 관련 전시가 집중된 웨스트홀 중앙 출입구로 들어선 관람객들은 약속이나 한 듯 현대자동차 전시관 앞에서 멈췄다. 현대차 부스에 들어서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는 관람객들은 장사진을 이루며 입국심사 대기 줄을 연상케 했다.

이번 CES에서 현대차는 전시 주제를 ‘수소·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 모든 면에서 편하게(Ease every way)’로 잡았다.

우주에 무한한 자원 수소, 하드웨어 성능에 날개를 달아주는 소프트웨어 등의 중요성은 대부분 인정한다. 다만 온갖 신기술과 체험 기회가 곳곳에 있는 CES 현장에서 추상적인 주제의 전시를 둘러보려는 관람객도 드물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수소·소프트웨어를 앞세운 현대차 전시관에 입장하기 위해 기다리는 이들은 족히 200명이 넘었다. 시간이 흘러도 대기 인원은 줄어들 줄 몰랐다.

수소 생태계 구축에 그룹사 역량 집결
현대자동차의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발전기’. [현대차]
현대차 전시관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현대차그룹의 수소 에너지 가치사슬(밸류체인)을 시각화한 전시물이었다. 현대차는 생산, 저장·운송, 활용 등 3가지 단계로 구분해 각 단계마다 실제 적용될 기술과 계열사별 역할을 소개하는 미디어 테이블을 전시했다.

생산 단계 테이블에는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기술인 P2H(Plastic-to-Hydrogen)와 W2H(Waste-to-Hydrogen), 재생 에너지 기반 생산 기술인 그린수소 공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P2H는 폐플라스틱을 원료로 활용해 현대엔지니어링이 자체 개발한 용융 기술에 가스화 기술, 합성가스 정제 기술 등을 접목해 수소 에너지를 생산하는 공정이다. W2H는 가축 분뇨,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로부터 생기는 바이오메탄을 수소로 바꾸는 공정으로 현대건설과 현대로템이 연계해 기술개발 사업을 고도화하고 있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풍력·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을 수전해 기술을 활용해 청정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현재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안정적인 수전해 플랜트 구축과 운영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저장·운송 단계 테이블에서는 현대글로비스가 구축하고 있는 수소 물류 비즈니스 과정과 수소를 운반하는 방법 중 하나인 암모니아 운반선에 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수소는 육상과 해상으로 유통된다. 해상 운송 방법은 액화수소 형태로 운반하는 방법과 암모니아 형태로 저장해 운반하는 방법으로 구분된다. 암모니아는 액화수소와 달리 상온에서 비교적 쉽게 액화하며 단위 부피당 약 1.7배의 수소를 더 저장할 수 있어 대량 운송에 용이하다. 현대글로비스는 원자재 트레이딩 기업인 ‘트라피구라’와 화물 운송 계약을 맺고 올해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2척을 인도한 후 최장 10년간 암모니아 등 액화석유가스(LPG)를 장기 운송할 계획이다.

마지막 활용 단계에서는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이동형 수소연료전지 발전기, 수소전기트램 등 고객이 원하는 용도·규모에 맞춰 현대차그룹이 제공하는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 솔루션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현대차는 현대제철이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탄소 순배출 제로)’ 달성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그린스틸 생산체제를 선보였다. 그린스틸은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철강을 생산하는 공법이다. 철강 생산 과정에서 기존 고로 대신 전기로로 교체해가는 친환경 공정을 비롯해 석탄 에너지 대신 수소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를 적용해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이번 CES 참가를 계기로 현대차는 기존 연료전지 브랜드인 ‘HTWO’를 그룹사의 수소 가치사슬 사업 브랜드로 확장했다.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HTWO 그리드 솔루션’의 골자는 수소 생산·저장·운송·활용 등 각 단계별로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시키고, 수소 에너지 생태계 자체를 키우는 것이다. 앞서 현대차는 2021년 ‘2045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제품 생산을 비롯한 가치사슬 전 영역에서 탄소저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차량 넘어 주변까지 소프트웨어로 정의
현대차는 이번 전시에서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SDV(소프트웨어중심차) 핵심 기술과 현재의 실증 서비스를 소개하는 전시물과 영상을 선보였다. 이 전시는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 포티투닷과 협업을 통해 진행됐다.

현대차와 포티투닷은 ‘SDV 전기·전자 아키텍처’를 통해 SDV의 핵심 하드웨어 구조를 구현했다. 이는 차량의 카메라·레이더·센서가 도로를 인식하고 차량에 내장된 통합 제어기가 작동해 자율주행이 이뤄지는 동작 구조를 구현한 전시물이다. 이 전시물에선 SDV에서 단순해지는 하드웨어 구조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큰 전동화 차량에서 하드웨어 구조가 단순해지면 하드웨어 구성 요소 간 상호작용이 줄어 데이터 전송 시간이 빨라지는 등 성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 또 하드웨어가 단순해지는 만큼 전력 소비가 줄어 배터리 수명을 연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간 중심’ 미래 모빌리티 3종
현대자동차의 신개념 퍼스널 모빌리티 다이스(DICE). [현대차]
이번 전시에서 현대차는 퍼스널 모빌리티부터 공공 모빌리티, 물류용 모빌리티에 이르는 수소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 콘셉트도 선보였다.

다이스(DICE·Digital Curated Experience)는 AI를 기반으로 개인에게 최적화된 소프트웨어 기술을 통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스널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3면으로 둘러싸인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다 몰입도 높은 이동 경험이 가능하다.

스페이스(SPACE·Spatial Curated Experience)는 자유로운 이동성을 제공하고, 폭넓은 범위의 사용자들을 포용하기 위해 개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이동 공간으로 가지고 들어와 맞춤화된 공간 경험을 전달한다. 스페이스는 사용자 조건에 맞춘 최적화된 공간과 맞춤형 시트를 제공하고 지상고 제어 기능을 통해 휠체어, 마이크로 모빌리티, 반려동물 등에게 편안한 승하차를 지원한다.

시티팟(CITY POD)은 소프트웨어 기술에 기반해 기존 물류 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선 무인 대형 모빌리티다. 모든 단계에서 유기적·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자동 물류 분류 시스템’을 갖췄다.

이밖에도 현대차는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Stretch)’를 전시했다. 스트레치는 효율적이고 안전한 물류 작업을 위한 자율 로봇으로, 주로 짐을 싣고 있는 트레일러와 배송용 컨테이너를 비우는 작업을 수행한다.

스트레치는 AI를 바탕으로 모든 상자에 대해 실시간으로 결정을 내리며, 스스로 세운 규칙에 따라 물류를 분류하기 때문에 사전에 별도의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작동이 가능하다. 최대 무게 50파운드(약 22.7kg)의 상자를 운반할 수 있고, 한 번에 여러 상자도 집을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물류 상하차 로봇 ‘스트레치’.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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