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모빌리티 5년 뒤 현실화…슈퍼널, 차세대 기체 첫 공개 [CES 2024]

2028년 상용화 목표 eVTOL

현대자동차그룹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독립법인 슈퍼널이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CES 2024’에서 공개한 차세대 AAM 기체 SA-2 외관. [현대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항공 모빌리티 사업이 이르면 5년 뒤 도심 하늘에 전기 추진 방식의 소형 항공기들을 수놓으며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 시작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독립법인인 슈퍼널은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 참가해 차세대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처음으로 공개하고, 미래 AAM 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했다.

S-A2는 현대차그룹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eVTOL(전기 수직 이착륙기)로, 2020년 CES에서 선보인 첫 비전 콘셉트 ‘S-A1’ 이후 4년 만에 공개된 후속 모델이다. S-A2는 최대 400~500m의 고도에서 시속 200km의 순항 속도로 약 60km 이상의 거리를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AAM은 도심 내 단거리 운행을 위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과 장거리 수송용인 지역간항공모빌리티(RAM) 등을 통칭하는 용어다.

◆틸트로터 방식으로 효율·안전 강화

슈퍼널의 차세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기체 SA-2. [현대차그룹]

슈퍼널의 차세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기체 SA-2 내부. [현대차그룹]

슈퍼널의 차세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기체 SA-2 내부. [현대차그룹]

S-A2는 전장 10ｍ, 전폭 15m 크기로, 조종사를 포함해 총 5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기체는 총 8개의 로터가 장착된 주(主) 날개와 슈퍼널 로고를 본뜬 ‘V’자 꼬리 날개, 승객 탑승 공간으로 구성됐다.

S-A2에는 틸트로터(Tilt-Rotor) 추진 방식이 적용됐다. 회전 날개인 로터가 상황에 따라 상하 90도로 꺾이는 구조다. 이착륙 시에는 양력을 얻기 위해 로터가 수직 방향을 향하다가 순항 시에는 전방을 향해 전환되는 게 특징이다.

수직 이착륙 시 8개의 로터 중 전방 4개는 위로, 후방 4개는 아래로 기우는 구조는 슈퍼널이 업계 최초로 도입한 독자적인 방식이다. 이 같은 추진 방식은 수직 비행을 위한 별도의 로터가 필요하지 않은 덕에 설계 복잡성을 줄이고, 기체 무게를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다.

또 슈퍼널은 S-A2에 여러 개의 로터를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분산전기추진(DEP)을 적용해 하나의 로터에 문제가 발생하도 기체가 안전하게 이착륙할 수 있도록 했다.

슈퍼널은 S-A2가 도심 위를 쉴 새 없이 비행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기체 작동 시 발생하는 소음을 최소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S-A2 기체는 운항 시 소음을 45~65데시벨(dB)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주방에서 식기세척기가 작동할 때 발생하는 소음과 비슷한 수준이다.

S-A2는 안정성이 특히 강조됐다. 로터, 배터리 제어기, 전력 분배 시스템, 비행 제어 컴퓨터 등 모든 주요 장치에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다중화 설계가 적용됐다. 일부 장치에서 문제가 생겨도 안전하게 비행을 마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슈퍼널은 S-A2가 상용화되는 2028년까지 상용 항공업계와 동등한 수준의 비행 기준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글로벌디자인본부와 협업

이번에 공개된 S-A2 기체는 슈퍼널과 현대차·기아 글로벌디자인본부 간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엔지니어링과 통합 기체 디자인은 슈퍼널이 담당했지만, 내·외관 스타일링은 현대차·기아 최고창조책임자(CCO)인 루크 동커볼케 사장의 주도 하에 디자인본부가 맡았다.

슈퍼널의 기체는 기존 항공기의 문법을 따르지 않고 자동차 디자인 프로세스를 접목했다. 캐빈은 조종석과 4인 승객석을 분리해 수하물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다. 인체공학적으로 조형된 시트는 수직 비행 시 충격을 완화하도록 설계됐다. 시트 사이에는 자동차와 같은 센터콘솔이 적용됐다.

S-A2의 승객 좌석은 2인석이나 화물칸으로 자유자재로 변형도 가능하다.

◆글로벌 협력으로 AAM 생태계 구축

슈퍼널은 이날 AAM 상용화를 위해 다양한 부문과의 전방위적인 협력 구상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우선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용 구동장치인 파워일렉트릭(PE) 시스템 개발 역량과 자동화 생산 기술을 활용해 AAM 기체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충·방전 성능과 안전성을 강화한 AAM용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슈퍼널 연구개발(R&D) 부문과 현대모비스가 협업한다. AAM 기체 이륙 전 안전 점검에는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보행 로봇 ‘스팟’을 활용하는 등 그룹사 로보틱스 기술과 항공 모빌리티 간 시너지도 도모한다.

또 슈퍼널은 유럽 최대 방산업체인 BAE 시스템즈와 협력해 무인 비행 제어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고, 항공기 부품 생산 업체인 GKN에어로스페이스와는 경량 기체 구조물과 전기 배선 계통 개발을 위해 손잡았다. 이밖에도 무인 항공 교통관리, 위성 통신, 레이더 플랫폼, 마이크로 기상 데이터 수집·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과도 협력한다는 계획이다.

신재원 현대차·기아 AAM본부장 겸 슈퍼널 최고경영자(CEO·사장)은 “이번 신규 기체 공개는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슈퍼널과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보여 준다”며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AAM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2028년 미국·한국서 상용화 목표

슈퍼널은 AAM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8년으로 잡고 있다. 이때 AAM을 상용화하겠다는 지역에는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포함돼 있다. 경젱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상용화 목표 시점이 다소 늦는다는 지적에 대해 슈퍼널은 동의하지 않는다.

신 본부장은 “항공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고객들은 타지 않을 것”이라며 “인프라 개발이 현재 기체 개발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슈퍼널은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2028년이 가장 최적의 시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신 본부장은 “AAM은 지상 교통수단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이다. 사람들이 일단 한 번 이용해 보면 시간이 절약되고 편안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AAM 대중화는 10년, 20년이 걸리는 게 아니라 상당히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벤 다이어천 슈퍼널 CTO, 신재원 현대차·기아 AAM본부장 겸 슈퍼널 CEO(사장),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기아 글로벌디자인본부장 겸 CCO(사장). [현대차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