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M 2024] 세계 흔든 살 빼는 약 회사CEO의 경고 “먹는 비만치료제 부작용 해결 어렵다”
“위고비 투여 기간, 훨씬 길어질 것”
“GLP-1 치료제 생산 능력 늘리고 있어”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라스 푸르에가드 예르겐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여러 제약사가 개발 중인 차세대 먹는 비만 치료제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르겐센 CEO는 9일(현지 시각) 오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 제약 투자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의 메인 무대에 올라 최근 여러 제약사가 개발하고 있는 먹는 비만약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노보노디스크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열풍을 일으킨 GLP-1 유사체 기반 비만 치료제 ‘위고비(당뇨병 치료제 오젬픽)’를 개발했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8일 기준 4752억 달러(약 626조원)로 한 해 동안 57.3% 이상 급증했다. 이는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인 4060억달러를 뛰어넘는 수치다. 예르겐센 CEO는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예르겐센 CEO는 32년 전 노보노디스크에 입사한 ‘노보맨’이다. GLP-1에 대한 과학적 개념도 아직 없던 초창기에 GLP-1기반 치료제에 베팅을 하며 오랜 시간을 보냈다. 예르겐센은 CEO로 취임한 직후 1만7000여 명 규모의 비만 치료제 대규모 임상시험을 결정했다.
이날 발표장은 노보노디스크에 대한 최근의 관심을 반영한 듯 많은 참석자로 북적였다. 행사장에 마련된 800석 규모의 좌석이 꽉 찬 것은 물론이고, 서서 발표를 듣는 사람도 보였다.
GLP-1계열의 비만 치료제는 애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혈당이 떨어지면 췌장이 인슐린 생산을 늘리는 호르몬을 활용해서 위에서 장으로 음식물이 넘어가는 시간이 늦춰지면서 식욕을 조절한다. 노보노디스를 비롯해 최근 화이자, 일라이릴리, 암젠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GLP-1 기반의 비만치료제 개발이 뛰어들고 있다.
현재까지 허가된 GLP-1 치료제는 모두 주사제 방식이다. 하지만 최근 제약사들은 먹는 방식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예르겐센 CEO는 “최근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일고 있는 경쟁을 환영한다”며 “하지만 먹는 방식의 GLP-1 치료제의 부작용에 문제가 있다”고 경고했다.
예르겐센 CEO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는 큰 분자인 펩타이드 방식의 약으로, 오랜 처방으로 안전성이 입증됐다”며 “반면 다른 제약사들이 개발하고 있는 먹는 GLP-1은 모두 소분자로 구성돼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주사로 맞는 GLP-1은 췌장에만 영향을 미치지만 소분자 GLP-1 의약품은 췌장을 넘어 신체 다른 쪽에 영향 미쳐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먹는 GLP-1을 개발하던 미국의 화이자는 임상 시험에서 일부 대상자의 간 효소가 상승하는 것을 확인하고 시험을 중단했다. 예르겐센 CEO는 “먹는 방식의 GLP-1 치료제는 안전문제가 있어서 규제 당국이 도입하고 싶은 생각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보노디스크도 위고비의 먹는 약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예르겐센 CEO는 “세마글루타이드는 소분자가 아닌 펩타이드 형태이고, 이 약은 현재 당뇨병 환자 용으로 개발돼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다만 먹는 약은 먹는 체내에 흡수되고 순환될 만큼 충분한 양이 필요하다”며 “약물 용량 증량에 따른 부작용 문제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연구에서 GLP-1 계열의 비만약 투약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요요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환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예르겐센 CEO는 “위고비를 맞은 환자들은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투약을 계속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비만 치료제를 투약하는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발표된 미국의 의료 기록과 보험 청구 데이터를 보면 2021년에서 2022년까지 위고비를 처방 받은 환자의 40%가 1년 뒤에도 여전히 약을 투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르겐센 CEO는 최근 나타나는 GLP-1 의약품의 공급 부족 상황과 관련해 “생산 능력을 몇 배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약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비만과 싸우는 사회적 비용과 비교하면 경제적으로 본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의료비가 비싼 미국의 경우에는 이 같은 공식이 작동한다”고 말했다. 예르겐센 CEO는 “미국에서 비만 환자에 들어가는 의료비는 GLP-1 치료제보다 훨씬 더 많다”며 “이건 하나의 수학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