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고용률에도 제조업 된서리…올해 취업자 둔화 전망(종합)
작년 취업자 32.7만명…15세 이상 고용률 62.6%↑
제조업 3년 만에 최대폭 감소…여성·60세 증가 견인
"건설경기 위축, 올해 제약요인…회복 예단 어려워"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권효중 기자] 지난해 취업자 수가 30만명 이상 늘고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에 따라 외부활동이 늘어난 데다가 돌봄수요, 정보통신 분야가 견조한 증가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다만 주력 산업인 제조업에서는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정부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폭을 작년보다 적은 23만명으로 예상했다. 서비스업 고용은 꾸준히 늘어날 거라 보면서도 건설경기 부진을 하방 요인으로 꼽았다. 제조업 고용은 작년 연말 수출 증가가 긍정적인 모멘텀으로 작용하겠으나 전반적으로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2023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취업자 수는 2841만6000명으로 1년 전보다 32만7000명(1.2%) 늘었다. 앞서 지난 4일 정부가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전망했던 32만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는 당초 작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을 10만명으로 예상했으나, 상반기에 예상 밖의 고용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하반기 들어 목표치를 32만명으로 높여 잡았다.
2019년 30만1000명이었던 연간 취업자수는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던 2020년 21만8000명으로 감소하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절인 1998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이듬해 36만9000명으로 증가 전환한 뒤 2022년에는 81만6000명 급증해 2000년(88만2천명) 이후 22년 만의 최대 증가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고용률은 작년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전년보다 0.5%포인트 오른 62.6%로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인 15~64세 고용률도 0.7%포인트 상승한 69.2%로 1989년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치였다.
지난해 실업자 수는 78만7000명으로 전년보다 4만6000명(-5.5%) 줄었다.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인 실업률은 2.7%로 전년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2000년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저치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162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13만4000명(0.8%) 감소했다. 이 중 ‘쉬었음’ 인구는 7만4000명(3.3%) 증가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돌봄 수요가 증가하고 일상 회복에 따른 외부 활동이 늘어나는 등의 요인이 3년 연속 취업자 수 증가세를 견인했다”며 “전체적으로는 ‘플러스’(+)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3년 만에 최대폭 감소…여성·60세 증가세 견인
산업별로는 제조업 취업자 수가 지난해 4만3000명(-0.9%) 줄었다. 2020년(-5만3000명) 이후 3년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작년 월별 제조업 취업자수는 1월부터 11월까지 11개월 연속 감소한 바 있다. 이는 기저효과와 더불어 경기 상황에 따른 부문별 격차에서 비롯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취업자 수는 자동차, 의료에서는 증가했으나 화학, 전자제품에서 감소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22년 제조업 취업자가 예년보다 훨씬 많이 늘어나면서 기저효과가 발생한 게 작년 감소의 가장 큰 요인으로 본다”며 “자동차, 일반기계는 경기가 좋아서 취업자 수에 긍정적 영향을 줬지만, 반도체는 취업자 비중 자체도 작고 자본재 중심 산업이라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도매 및 소매업에서도 취업자 수가 3만7000명(-1.1%) 감소했다. 부동산업과 건설업에서도 각각 1만8000명(-3.3%), 9000명(0.4%) 줄었다.
반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는 돌봄 수요와 정부의 노인일자리 사업의 영향으로 14만3000명(5.3%) 증가했다. 숙박 및 음식점업은 대면 활동이 늘면서 11만4000명(5.2%)증가했다.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7만명)과 정보통신업(5만7000명)에서도 늘었다.
성별로는 여성 취업자 수가 30만3000명 늘어 전체 취업자 증가세를 이끌었다. 여성 종사자가 많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숙박 및 음식점업 등이 호조세를 보인 덕분이다. 남성 취업자 수는 2만4000명 증가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에서 36만6000명 늘었다. 50대와 30대에서도 각각 취업자가 5만9000명, 5만4000명 증가했다. 청년층(15~29세)에서는 9만8000명 감소했다. 통계청은 청년 인구 감소와 기저효과 등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40대에서도 취업자 수가 5만4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수는 2809만3000명으로 1년 전보다 28만5000명 증가했다. 월별 취업자 수는 34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증가 폭이 지난해 11월 4개월만에 20만명대로 떨어진 이후로 2개월째 20만명대 수준을 유지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 취업자 수가 1만명 늘어 2022년 12월(8만6000명) 이후 1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9만4000명)과 정보통신업 (8만7000명), 건설업 (7만1000명)에서는 증가한 반면 교육서비스업(-3만 5000명 감소), 부동산업(-3만2000명 감소) 등에서는 줄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28만명이 늘었다. 30대에서 6만4000명, 50대에서 3만4000명이 각각 늘었다. 20대에서는 5만1000명, 40대에서는 1만9000명 각각 감소했다.
정부 “올해 취업자 23만명 둔화 전망…건설경기 제약 요인”
정부는 지난해 전반적인 고용의 질이 개선됐다고 총평했다. 안정적인 일자리로 여겨지는 상용직 근로자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증가하고 비정규직 규모·비중이 줄었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취업자 수는 지난 2년간 고용 호조세의 기저효과로 인해 23만명 수준으로 둔화할 거라고 전망했다. 주요 경기 제약 요인으로는 건설 경기 위축을 꼽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건설경기 선행지표인 착공면적, 건축 허가 건수 등이 안 좋아서 이런 부분이 고용 측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작년 한파를 맞았던 제조업 고용은 최근 수출 회복세에 힘입어 단기적으로는 낙관적 전망이 나왔다. 기재부 관계자는 “작년 11~12월 수출 증가 모멘텀이 있어서 올해 1분기에는 희망적으로 예측한다”면서도 “내수 부진과 지정학적 불안, 공급망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올해 제조업 부문 회복이 지속될 지는 예단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지은 (jean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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