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작가 “일제강점기 배경, 박서준이 할까 싶었다”[EN:인터뷰②]
[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2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흥행배우 박서준, 라이징 스타 한소희가 주연으로 나선 '경성크리처'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강은경 작가와 '스토브리그' 정동윤 감독이 만나 더욱 기대를 모았다.
시즌1과 시즌2가 동시 제작된 '경성크리처'는 최근 시즌1의 파트2를 공개, 2024년 서울로 배경을 옮긴 시즌2를 예고하며 마무리 됐다.
- 일제강점기 배경의 작품인데 외국 시청자들에게 보여질 때 신경 쓴 부분이 있나 ▲ (강은경 작가/이하 강) 우리 시대물에 대해 외국에선 그렇게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 우린 이 이야기가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졌으면 좋겠다는 의지가 있었다. 넷플릭스라는 OTT가 우리 콘텐츠에 힘을 실어주는 파급력을 가졌다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이렇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안 했다. 누군가의 입맛에 맞춰서 내놓는 작품은 아니었다. 넷플릭스가 작동하는 과정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됐는데 해외에 있는 각 글로벌 마케팅 팀한테 넷플릭스 코리아에서 엄청 작업하더라. 이 드라마가 얼마나 좋은 드라마인지 마케팅 작업을 많이 하고 노력하는 걸 봤다. 젊은 친구들이 몇십개국 분들과 소통하면서 '이 드라마는 이렇게 방송 됐으면 좋겠다'고 마케팅 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이 고마웠고 보이지 않은 태극마크들을 이들이 하나씩 달고 있구나 했다. 넷플릭스는 외국 회사지만 그 안에서 일하는 이들은 한국인들이었다. 처음엔 이 분들이 '작가님, 이 작품이 해외에서 잘 안 될 수도 있지만 국내 사람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난 외국에서 많이 봤으면 좋겠다 했고 그 말에 많은 분들이 노력해주셨다. 오늘 보니까 스코어가 생각보다 좋더라. 가장 놀랐던건 일본 순위였다. 나는 외면 당할 줄 알았다. 다른 나라들처럼 거긴 광고가 많이 나간 것도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일본 10대들에게 731부대 구글링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다. 그런 이야기가 힘이 됐다.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 배우들이 선택하기 어려운 작품이었다는 말이 있다 ▲ (강) 시작할 때 박서준이 할까 싶었는데 놀랍게도 시놉 단계에서 그린라이트가 왔다. 몇번 물어봤다. '진짜 한대? 일본에서 인기 엄청나다는데' 했다. 박서준 배우 처음 만났을 때 물어봤더니 '난 그냥 작품이 좋으니까 하는거다'라고 쿨하게 답해서 질문한 내가 오히려 민망했던 기억이 있다. 한소희도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한류 배우니까 해야하지 않냐'는 말도 오히려 들었다. 이 친구들의 그런 결정이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최대한 다치지 않고, 잘 보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정동윤 감독/이하 정) 너무 쿨하게 '그런거 상관 없어요. 이 이야기가 재밌어서 접근했다'고 하더라. 출연해준게 너무 감사하다. 나도 작가님 마음과 비슷한데 여러가지로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우리가 '반일드라마' 이렇게 접근하려 했던 건 아니다. 그건 절대 아니다. 그런 걸 목적으로 해서 분위기를 조성해야겠다고 접근한건 아니고 시대의 아픔, 이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다. 2024년에도 느낄 수 있는 것들이 1945년에도 녹아져 있고 그때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주느냐에 집중했다. 편가르기로 접근하지는 않았다. 서준씨, 소희씨, 또 악역으로 나와줬던 수현씨 등 모두 감사하다.
- 한소희는 촬영 중 부상을 입기도 했다 ▲ (정) 넋을 잃었다. 모니터하고 있었는데 '악' 소리가 났다. 엄마 괴물을 보고 묶여있다 발버둥치는 장면이었다. 소희씨가 발로 차다가 쇠사슬에 맞았다. 진심으로 연기하고 몰입해서 그랬는데 다친 후에도 소희씨는 자기 때문에 촬영 못해서 죄송하다. 필 받았는데 아깝다고 했다. 후에 돌아와서도 잘 찍었다. 아마 감정 이입을 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너무 잘 해줘서 고마웠다.
- 생체실험 사진이 나오는데 어떻게 연출했냐 ▲ (정)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했다. 우리 드라마의 핵심일 수 있겠다. 그런데 그걸 담백하게 표현하려 했다. 음악도 안 깔고 조용히 사진을 보여줬다. 자료를 많이 참고했고 최대한 비슷하게 연출하려고 세팅해서 사진 촬영을 많이 했다. 동물은 기존에 나와있던 걸 한두개 차용했던 것 같다. 그게 우리 작품을 바라보는 태도였다. 담백하게 '이런 사실들이 있었다. 이걸 어떻게 생각할 것이냐' 가토의 내레이션으로 이걸 어떻게 바라볼지를 표현하고 싶었다. 가감없이 담백하게 담았다. ▲ (강) 왜 크리처에 모성을 심었냐는 반응을 봤다. 봤던 자료 중 모성본능 실험이 있었다. 그 자료를 보고 며칠을 잠잘 수 없었다. 이런 것까지 실험했었던거야? 했던 내용이 안에 담겨있었다. 어떤 상태에서 크리처가 되는 걸로 할까 고민했다. 결국 크리처에 모성을 담을 수 밖에 없었다. 엄마가 죽음이라는 공포와 모성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실험한 내용이 있더라. 6부에서 채옥을 마주친 엄마가, 작가의 위시(wish)인데, 괴물이라는 본응보다 딸을 알아봐줬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실험 결과는 생각보다 더 참혹하다.
- 장태상, 윤채옥이 동지애가 아니라 멜로로 그려졌는데 이들의 러브라인은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 (강) 사실 멜로신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회당 한 신 정도? 절박한 상황에서 그 정도의 선남선녀가 만나, 살아온 방식도 목적도 다른 남녀가 생존이라는 절박한 상황 앞이다. 멜로라기 보다 절박한 끌림 아니었나. 그 끌림을 사랑이라 생각할수도, 동지애라 생각할수도 있다. 죽음 직면에 사랑한다는 표현을 가장 많이 쓴다고 하는데 그 두 남녀가 서로의 속을 이야기 한다. 채옥이 처음으로 기억해달라는 말을 한다. 그 기억이라는게 이 드라마에서 중요한 코드 중 하나다. 그래서 그녀가 수많은 실종자들을 찾으려 다녔다. 실종된 채 잊혀진 사람들을 쫓아 다니고 처음으로 이 남자한테 날 기억해달라고 한다. 어떤 남자에게 이끌리고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 순간은 기계적인 표현으로 설명할 수 없다 생각한다.
- 오히려 둘이 어떻게 사랑에 빠지느냐가 중요한데 그 빌드없이 없어서 반응이 갈린 것 같다 ▲ (강) 우리가 또 멜로 드라마는 아니라 그 부분을 최소화 하자 했다. ▲ (정) 나도 이 멜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제일 생각한건 어려운 시기에 필요한 두 사람의 인간적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임팩트를 못 받았을 수 있다. 단순히 소희씨가 예쁜 모습으로 왔다는 화학작용이 있었는데 시간이 거듭될수록 채옥이 계속 태상이한테 챌린지를 준다. 태상이는 그걸 다 해준다. 이후 끌어안고 옹성병원에서 탈출하고 서로 진심을 이야기 하고 그러면서 신뢰가 쌓였다고 생각했다. 나는 장태상이 원래부터 그런 친구라 생각하고 접근했다. 날라리, 돈 밖에 모르는 친구라기 보다 원래 심성 자체가 그런데 표현이 그랬을 뿐이다. 과거 어머니 일과 메시지 때문에 어떻게든 살아내려고 했던거다. 이 친구가 원래 양아치 기질이 있었다면 나올 때 과연 본정 사람들이 그를 따랐을까. 채옥이랑 처음 만났을 때 그의 겉면을 본거다. 근데 사건들을 겪어가면서 태상이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쌓이면서 키스까지 간 것 아닐까. 두 사람의 멜로가 끝나지 않은게 시즌2에 펼쳐지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이야기 해본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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