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 작가X감독 “장르적 기대 놓쳤다, 시대물에 더 집중” [EN:인터뷰①]

이민지 2024. 1. 10.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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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은경 작가/글라인 제공
사진=정동윤 감독/넷플릭스 제공

[뉴스엔 이민지 기자]

※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2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경성크리처'는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흥행배우 박서준, 라이징 스타 한소희가 주연으로 나선 '경성크리처'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강은경 작가와 '스토브리그' 정동윤 감독이 만나 더욱 기대를 모았다.

시즌1과 시즌2가 동시 제작된 '경성크리처'는 최근 시즌1의 파트2를 공개, 2024년 서울로 배경을 옮긴 시즌2를 예고하며 마무리 됐다.

- 강은경 작가는 이런 자리를 흔하게 만들지 않았는데 오늘 나온 이유가 있다면 ▲ (강은경 작가/이하 강) 너무 많은 이유가 있었다. 이 시대를 다룬다는 것 자체가 엄중하고 가볍게 소비만 되는 드라마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젊은 감독님과 젊은 배우들이 애를 써 좋은 작품을 만들어줬다 생각했는데 이면에 감춰진 코드 같은 것에 대해 내가 나와서 설명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오게 됐다.

-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선택한 이유는 뭐였나 ▲ (강) 이 시대는 오래 전부터 차곡차곡 이야기 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상황적인 것에 많이 막히기도 했다. 하겠다는 배우들도 없었다. 일본 한류가 시작되면서 우리나라에 일제강점기 드라마가 거의 사라졌다. 이유는 많이 들어가는 제작비인데 그걸 위해 좋은 배우가 들어가야 한다. 한류라는 큰 물결이 생기며 쉽게 결정하기 어려웠을거다. 그런 지점이 맞물려서 시도를 몇번 했었는데 잘 성사되지 않았다. 정동윤 감독님과 만났는데 시대극에 관심을 갖는 젊은 감독이었다. 이 젊은 감독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경성시대를 보고 싶었다. 단순히 '그 시대는 슬펐다. 힘들었다. 암울했다'는 주장만으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시대를 상징할 수 있는게 뭐냐, 크리처다, 괴물이다 해서 이 이야기를 가져왔다. 오랫동안 쌓아왔던 생체실험 관련 이야기를 접목시켜보자 해서 시작했다. 반응들을 보면서 '경성크리처'가 제목이다 보니 보다 장르적인 것에 사람들이 기대했다는 걸 알았다. 내가 놓쳤다. 나는 시대물에 더 집중했다. 그 시대에 대해 하소연하기 보다는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버텨낸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수많은 키워드 중 두 가지를 생각했다. 생존과 실종이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냥 없어졌다. 사실 그런 비슷한 일이 군부시대에도 많았다. 일제시대에도 그 비슷한 일이 굉장히 많이 일어났더라. 이 두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그려보자 해서 계속 그런 것들을 쌓았다.

- 크리처에 대한 기대치가 대중들에게 충족되지 않았다는 반응이 많은데 어떻게 고민했나 ▲ (정동윤 감독/이하 정) 이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제목만 보고 '주인공들이 괴물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로 사람들이 생각하겠다는 생각은 했다. 작가님과 계속 이야기 하던 중 모성애 코드가 들어가 있는 크리처 이야기를 하게 됐고, 나름의 상처가 있는 크리처, 또다른 주인공일 수 있는, 희생된 크리처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됐다. 난 오히려 그 점이 묘하게 끌렸던 것 같다. 관점의 차이일 수 있는데 괴물에 맞서 싸우는 모험 이야기를 할거면 굳이 이 시대를 선택하지 않았을 것 같다. '암살'이나 '밀정'을 보고 자란 세대다. 1945년이 우리나라에 큰 의미를 담은 시절이고 슬픈 이야기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처에 접근했다. 성심(강말금 분)이라는 인물이 괴물로 변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무서움을 줄지, 얼굴에서 어떻게 표현할지 디테일에 신경썼지 이 괴물이 일반 크리처물처럼 다 죽이고 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담백하게 다가가려 했다. 물론 거기에 있어서 시청자분들 기대치에 못 미친 건 있는 것 같다. 애초에 '경성크리처'를 통해 하려 했던 이야기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 같다.

- 초반 캐릭터 빌드업이 좀 길게 느껴졌다 ▲ (강) 솔직히 쓰면서는 길다는 생각을 못 했다. 크리처가 나와서 모든 것을 깨부수고 누군가를 죽이고 그런 것이 방점이 아니었고 왜 그 크리처가 됐는가가 훨씬 중요한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 빌드업을 차근차근 하지 않으면 뒤에서 이야기가 폭발할 수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필요한 과정이었다. 장르물에 기대감이 있던 분에게는 속도감이 느렸을 수 있지만 본질적인 이야기를 위해서는 작가로서 필요했다. 작품이 끝나면 항상 숙제가 남는 것 같다. 그게 다음 작품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 ▲ (정) 크리처가 여러마리 나오는 드라마도 아니다. 한마리가 나오고 10개짜리 이야기에 크리처가 처음부터 대놓고 나오면 크리처가 귀중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 보여줄 때도 모습을 다 보여주지 않고 분위기를 보여주고 사람들이 생각하게 만든 후에 4부 엔딩에 보여주는 식으로 접근했다.

- 전당포라는 코드가 흥미로웠다. 전당포를 활용한 계기가 있나 ▲ (강) 물건의 사연이 같이 들어왔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재봉틀이 나온다. 생계에 가장 중요한 것을 맡기며 아들을 찾는다. 그런 사연을 가져올 수 있는 장소였으면 좋겠고 그 장소를 지키는 장태상이나 나월댁 등도 각각의 사연이 있어서 누군가를 찾거나 찾아주는 일에 마음이 열려있다. 장소적인 고민도 많이 하긴 했다. 전당포를 워낙 화려하게 설정했다. 돈도 많다. 장태상이 독립군을 도와야 한다는 편한 설정이 나는 걸린 것 같다. 버텨내는 사람들에 초점을 가졌다. 본정거리 시장 상인들이 백그라운드로 사용됐는데 장태상이 믿고 맡겼을 때 폭력적이지 않았다. 그들은 하던대로 흥겹게 했다.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이지. 힘내야 할 때 같이 힘을 내준다'를 이야기 하고 싶었다. 실제로 그때 종로통, 남대문통 시장 상인들이 단합해야 할 때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 미군들이 일본이 조선에서 어떤 식민통치를 하고 있나 시찰 나온 적이 있는데 그때 상인들이 한게 문을 닫는거였다. 일본 순사들이 강제적으로 문을 열려고 했는데도 끝까지 지켰다고 하더라. 거기서 착안했다. 재밌는 요소들을 모은 것 같지만 그걸 가동시키는 기저에 깔려있는건 그 시대에 대한 취재였다. 허투로 쓴게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을 담으려고 가져왔다.

뉴스엔 이민지 o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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