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전면시행 신중해야 하는 이유
백승현 2024. 1. 10. 12:01
한경 CHO Insight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 5인 이상 회사(사업 또는 사업장)에 전면 확대 적용된다. 정부와 여당은 50인 미만 회사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에서는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의 사과, 산업재해 예방대책 마련, 유예 후 2년 추가 유예 금지 등 조건이 충족되어야 유예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한시라도 빨리 시행해야 50인 미만 회사에서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최근 3년간의 재해조사 대상 통계 자료에 의하면, 50인 미만 회사의 사망자 비중이 2021년에는 63.7%, 2022년에는 60.2%, 2023년 1~9월까지 459명 중 58.2%(267명)이었다. 즉, 10명 중 6명의 중대재해 사망자가 50인 미만 회사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50인 미만 회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당시 50인 미만 회사에 대해 3년의 유예기간을 주었는데, 그 기간 동안 50인 미만 회사에서는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 역시 경청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인 미만 회사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 보면, 현장(사업장)의 책임자와 해당 회사의 경영자가 분리되지 아니하는 대부분의 50인 미만 회사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 즉, 산업안전보건법이 현장(사업장)의 책임자(안전보건관리책임자 또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처벌하는 까닭에 해당 현장의 안전보건을 담당하고 있지 아니한 본사의 경영진이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을 문제삼아 해당 현장의 책임자가 아닌 본사의 대표이사를 처벌하기 위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였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대표이사가 현장의 책임자를 담당하는 영세기업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필요가 적다.
더욱이 사내하청인 50인 미만 회사에는 이미 실질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 역시 확대적용의 필요성을 적게 만든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이 필요한 경우는 도급인의 종사자는 50인 이상이지만 도급인 및 수급인 모두 50인 미만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와 같이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그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우는 근로자 기준이 아닌 종사자가 50인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을 확대적용하는 것으로 해결하면 된다.
또한 50인 미만 회사에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수행할 전문인력조차 존재하지 아니한다. 상시근로자 50명 미만 회사에는 안전관리자 및 보건관리자를 선임할 의무도 없으며, 상시근로자 20명 이상 50명 미만 회사 중 제조업 등 일부 사업에만 안전보건관리담당자를 1명 이상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안전관리전문기관 또는 보건관리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어 대부분의 경우 안전관리전문기관 또는 보건관리전문기관에 위탁하고 있다. 즉, 50인 미만 회사에는 안전보건관리를 할 전문인력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전문인력이 전혀 없는 50인 미만 회사에서는 자율적인 규제를 전제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50인 미만 회사의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은 50인 미만 회사의 경영책임자등에 대한 형사처벌만 가중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이 중대재해의 감소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동안의 50인 이상 회사에서의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2022년에는 50인 이상 회사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전년보다 8명 증가(건수는 4건 감소)하였고, 2023년 1~9월까지 192명(18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0명 감소(건수는 8건 증가)하였다. 즉, 경기 변동 및 각 사건의 우연성 등을 고려해 보면, 2022년에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재해 사고의 감소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중대재해의 감소를 위해서 반드시 50인 미만 회사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통계적 근거가 부족하다.
한편 정부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의 2년 유예를 추진하면서, 지난해 12월 27일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통해 1.5조원을 투입해서 50인 미만 중대재해 취약기업에 대한 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이유로 인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예되는 2년간 이와 같은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50인 미만 회사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준비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향후 2년 동안 50인 미만 회사에 대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현실적인 무리가 없이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안전(보건)관리전문기관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이행을 위탁할 수 있게 한다든지,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이행과 관련된 인증 제도를 실시한다든지, 근로감독을 통해 각 회사의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여부를 검토하게 한다든지 등 50인 미만 회사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야당도 무조건적인 중대재해처벌법의 이행만을 주문할 것이 아니라 50인 미만 회사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가능한 방안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 주길 바란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중대재해처벌법이 오는 27일부터 5인 이상 회사(사업 또는 사업장)에 전면 확대 적용된다. 정부와 여당은 50인 미만 회사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야당에서는 준비 소홀에 대한 정부의 사과, 산업재해 예방대책 마련, 유예 후 2년 추가 유예 금지 등 조건이 충족되어야 유예할 수 있다고 한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한시라도 빨리 시행해야 50인 미만 회사에서 중대재해를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최근 3년간의 재해조사 대상 통계 자료에 의하면, 50인 미만 회사의 사망자 비중이 2021년에는 63.7%, 2022년에는 60.2%, 2023년 1~9월까지 459명 중 58.2%(267명)이었다. 즉, 10명 중 6명의 중대재해 사망자가 50인 미만 회사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50인 미만 회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또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당시 50인 미만 회사에 대해 3년의 유예기간을 주었는데, 그 기간 동안 50인 미만 회사에서는 어떤 준비도 하지 않았다는 지적 역시 경청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인 미만 회사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 보면, 현장(사업장)의 책임자와 해당 회사의 경영자가 분리되지 아니하는 대부분의 50인 미만 회사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 즉, 산업안전보건법이 현장(사업장)의 책임자(안전보건관리책임자 또는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처벌하는 까닭에 해당 현장의 안전보건을 담당하고 있지 아니한 본사의 경영진이 처벌되지 않는다는 것을 문제삼아 해당 현장의 책임자가 아닌 본사의 대표이사를 처벌하기 위하여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였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대표이사가 현장의 책임자를 담당하는 영세기업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할 필요가 적다.
더욱이 사내하청인 50인 미만 회사에는 이미 실질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 역시 확대적용의 필요성을 적게 만든다. 실제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이 필요한 경우는 도급인의 종사자는 50인 이상이지만 도급인 및 수급인 모두 50인 미만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와 같이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 그친다. 그리고 이와 같은 경우는 근로자 기준이 아닌 종사자가 50인 이상인 사업 또는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을 확대적용하는 것으로 해결하면 된다.
또한 50인 미만 회사에는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확보의무를 수행할 전문인력조차 존재하지 아니한다. 상시근로자 50명 미만 회사에는 안전관리자 및 보건관리자를 선임할 의무도 없으며, 상시근로자 20명 이상 50명 미만 회사 중 제조업 등 일부 사업에만 안전보건관리담당자를 1명 이상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안전관리전문기관 또는 보건관리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어 대부분의 경우 안전관리전문기관 또는 보건관리전문기관에 위탁하고 있다. 즉, 50인 미만 회사에는 안전보건관리를 할 전문인력이 존재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전문인력이 전혀 없는 50인 미만 회사에서는 자율적인 규제를 전제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50인 미만 회사의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은 50인 미만 회사의 경영책임자등에 대한 형사처벌만 가중하는 결과만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이 중대재해의 감소를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 동안의 50인 이상 회사에서의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에서 충분히 알 수 있다. 2022년에는 50인 이상 회사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56명(230건)으로 전년보다 8명 증가(건수는 4건 감소)하였고, 2023년 1~9월까지 192명(188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10명 감소(건수는 8건 증가)하였다. 즉, 경기 변동 및 각 사건의 우연성 등을 고려해 보면, 2022년에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중대재해 사고의 감소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중대재해의 감소를 위해서 반드시 50인 미만 회사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통계적 근거가 부족하다.
한편 정부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의 2년 유예를 추진하면서, 지난해 12월 27일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통해 1.5조원을 투입해서 50인 미만 중대재해 취약기업에 대한 지원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이유로 인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예되는 2년간 이와 같은 정부 예산이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50인 미만 회사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준비가 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향후 2년 동안 50인 미만 회사에 대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현실적인 무리가 없이 확대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안전(보건)관리전문기관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이행을 위탁할 수 있게 한다든지, 중대재해처벌법 의무 이행과 관련된 인증 제도를 실시한다든지, 근로감독을 통해 각 회사의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여부를 검토하게 한다든지 등 50인 미만 회사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다.
야당도 무조건적인 중대재해처벌법의 이행만을 주문할 것이 아니라 50인 미만 회사에서도 중대재해처벌법을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도록 가능한 방안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해 주길 바란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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