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채 상병 재난동원 문제점 점검” 국방부에 권고…동원병력 안전체계 확립 요구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고 채모 상병 순직사건에서 드러난 재난 동원 과정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국방부에 권고했다.
인권위는 군 재난대응 동원병력 안전관리체계를 수립할 것을 지난 4일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했다고 10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해 7월 경북 예천군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도중 순직한 채 상병 사건을 계기로 재난 현장 동원 군인에 대한 안전관리 실태를 직권조사했다. 조사는 지난해 7월 25일 개시됐다. 과도한 대민지원 동원의 부당함을 조사해달라는 군 장병들의 진정이 인권위에 다수 접수된 때였다.
인권위 조사 결과 최근 10년간 군 대민지원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군 병력은 폭설·태풍·호우 등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구제역과 조류독감(AI), 코로나19 등 사회적 재난 수습과 각종 지방자치단체의 행사에까지 동원됐다. 대민지원에 동원된 군인 수는 2013년 6만5778명에서 2022년(9월 기준) 101만7146명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인권위는 “고 채 상병 순직사건을 비롯해 진정 내용을 종합해보면 재난대응을 위해 동원된 군인에 대한 안전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군이 동원되어야 하는 한계가 어디까지인지가 불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재난 대응 필요성에 대한 별도의 검증 절차 없이 군의 인력과 장비를 활용하는 것의 비용 발생이 크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그 영역과 범위가 점차 확대돼가고 있다”고 했다.
인권위는 ‘일반 대민지원’ 과 ‘재난 대민지원’의 개념을 구분해 군 장병들이 과도하게 대민지원에 동원되지 않도록 훈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재난지역, 부대별 주둔지, 임무, 편성 등을 고려해 재난대응부대를 지정하고 재난현장에 투입되는 부대의 지휘체계도 단일화하라고 요구했다. 구체적인 안전매뉴얼 마련도 촉구했다.
인권위는 채 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사실관계 규명은 수사기관이 수사를 통하여 밝힐 사안이나 현장투입 전 안전관리에 대한 점검이 제대로 실시된 바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인권위는 “재난현장 동원 군인에 대한 안전관리는 현장 지휘관의 임의 판단에 의존할 문제가 아니라 최종 지휘책임자가 가장 선결적으로 점검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채 상병이 있던 해병대 1사단에 대한 부대진단 등을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채 상병 순직사건에서 확인된 재난 동원 과정의 문제점을 점검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할 것도 권고했다.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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