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은행 가계대출 37조원 늘었다…1년 만에 증가전환

박광범 기자 2024. 1. 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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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은행 가계대출이 37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가계대출이 감소한 지 1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전환했다. 한국은행의 통화긴축에도 집값이 저점을 찍었다고 보고 빚을 내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3년 12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95조원으로 1년 전보다 37조원 늘었다.

앞서 은행 가계대출은 2022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18년 만에 감소세(-2조6000억원)를 보였지만 1년 새 다시 증가 전환했다.

지난 한 해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14조5000억원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이 51조60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2022년에는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였고 주택거래도 많이 위축된 상태여서 전반적으로 은행 가계대출이 감소했다"며 "반면 2023년 같은 경우에는 주택거래가 활발하진 않았어도 2022년보다는 다소 늘었기 때문에 은행 가계대출이 주담대를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1월 출시된 특례보금자리론이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인으로 꼽힌다. 윤 차장은 "특례보금자리론이 연중 높은 수요를 보였다"며 "특례보금자리론이 상당폭 크게 증가하면서 전반적인 은행 주담대 증가에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고 했다.

지난해 12월만 놓고 보면 은행 가계대출은 3조1000억원 증가했다. 연말 상여금 유입 및 부실채권 매·상각 등 계절적 요인 영향으로 기타대출이 2조원 줄었지만 주담대가 5조2000억원 불어난 결과다. 다만 주담대 증가폭은 11월(5조7000억원)에 비해 축소됐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가 강화한 데다 고금리 여파 등으로 주택경기가 위축된 상태여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3만7000호까지 올랐던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월 3만4000호 △10월 3만1000호 △11월 2만7000호 등으로 감소 추세다. 수도권으로 좁혀봐도 △8월 1만6000호 △9월 1만4000호 △10월 1만1000호 △11월 9000호 등으로 아파트 매매가 줄고 있다.

다만 이달 말 출시 예정인 신생아특례대출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 등은 가계대출을 다시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다.

윤 차장은 "신생아특례대출 같이 주택도시기금 재원에서 나가는 대출은 은행 가계대출에 포함이 안 되지만 기금이 다 소진되고 은행 재원으로 간접적으로 대출이 나가는 경우도 있다"며 "(신생아특례대출이) 향후 (은행 가계대출 추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꾸준히 늘어나던 기업대출은 연말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감소 전환했다. 지난해 12월 기업대출은 전월 대비 5조9000억원 줄었다.

세부적으로 대기업대출이 2조원 감소했다.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한도대출 상환 등 계절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게 한은 측 설명이다. 중소기업대출은 3조9000억원 줄었다. 은행의 부실채권 매·상각, 기업의 연말 대출 상환 등으로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지난해 기업대출은 총 77조4000억원 늘었다. 2022년(104조8000억원)보다는 증가폭이 축소됐다. 대기업 대출이 연중 31조9000억원, 중소기업 대출은 45조5000억원 늘었다. 각각 전년 대비 증가폭이 5조7000억원, 21조7000억원 축소됐다. 중소기업 대출 중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 대출은 2022년 19조7000억원 증가에서 2023년 7조5000억원 증가로 증가폭이 쪼그라들었다.

윤 차장은 "대기업들이 향후 전반적인 금리 수준이 떨어질 것 같단 기대가 있다 보니 회사채를 통해 장기조달을 하기보단 은행대출을 통해 짧은 만기로 자금을 빌리는 걸 선호한 것 같다"며 "중소기업 대출은 개인사업자대출 위주로 조달요인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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