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무소보다 못해”… 자서전에 드러난 형제복지원 참상

전수한 기자 2024. 1. 10.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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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무소는 형을 마치면 돌아갈 수 있지만, 이곳(형제복지원)은 가족이 데려가지 않으면 나갈 수 없으니 형무소보다 못하다."

1960년부터 1992년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들을 강제수용하고 가혹 행위를 일삼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처참했던 상황을 확인해주는 피해자의 자서전이 세상에 드러났다.

1994년 작성된 임 씨의 자서전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은 임의로 수용자들을 정신질환자로 분류하고 강제로 약물을 투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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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피해자 기록 확보
153명 피해 사례 추가로 확인

“형무소는 형을 마치면 돌아갈 수 있지만, 이곳(형제복지원)은 가족이 데려가지 않으면 나갈 수 없으니 형무소보다 못하다.”

1960년부터 1992년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들을 강제수용하고 가혹 행위를 일삼은 ‘형제복지원 사건’의 처참했던 상황을 확인해주는 피해자의 자서전이 세상에 드러났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피해자 고(故) 임모 씨가 형제복지원의 생활상을 상세하게 기록해둔 자서전을 확보했다고 10일 밝혔다. 임 씨는 1984년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돼, 다음 해 탈출할 때까지 부산 시내 파출소를 돌며 수용자들을 데려오고 새로 온 수용자의 인적 사항을 기록하는 일을 했다.

1994년 작성된 임 씨의 자서전에 따르면 형제복지원은 임의로 수용자들을 정신질환자로 분류하고 강제로 약물을 투약했다. 임 씨는 “각 파출소에서 전화가 오면 (수용자들을) ‘부랑아 선도’라고 쓰인 봉고차에 태워 이튿날 조서를 작성시켰다”며 “정신질환자로 보이면 일단 의사가 진찰하는 동안 며칠간 정신병동에 보낸다”고 썼다. 또 “(신입 수용자와 면담하며) 정신질환자, 알코올 중독, 성격장애 등 정신 문제를 캐냈다”며 “의사가 다녀간 뒤 진단을 보면 내가 먼저 작성한 내용과 거의 동일했다”고 적었다. 진실화해위는 임 씨가 서명하거나 날인한 형제복지원 신상기록 카드 19건을 발굴하는 동시에 임 씨를 포함한 153명의 형제복지원 피해 사례를 추가로 확인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임 씨의 자서전은 수용자에 대한 의학적 판단이 의사의 체계적 진단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진실화해위는 1968년 성매매 여성과 부랑인 수용 시설로 설립된 ‘서울동부여자기술원’에서도 강제수용과 가혹 행위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피해자 11명에 대한 진실규명을 마쳤다. 당시 경찰과 보건소 등 행정기관은 윤락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법적 근거 없이 여성들을 강제 구금했다. 수용인의 도망을 차단하기 위해 가시철조망, 쇠창살 등을 창문과 담에 설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수한 기자 hanih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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